문예춘추사가 9월 21일 ‘치매극복의 날’을 맞아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을 출간했다.
저자 ‘웬디 미첼’은 7년 전인 2014년 58세라는 이른 나이에 치매 판정을 받게 됐다. 인생의 끝이라고 생각했던 시점에서 그녀는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바로 자신의 모든 것을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다. 치매 당사자인 저자가 들려주는 진짜 치매 이야기,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은 한마디로 ‘치매가 있어도 좋은 삶’의 기록이다.
웬디 미첼처럼 최근 ‘젊은 치매환자’는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다. 모든 병이 그렇겠지만, 특히나 치매는 병의 진행이 급속하지는 않아서 시작과 중간과 끝이 선명히 이어지는 질환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 과정을 이해한다면, 누구라도 설령 치매환자가 돼도 지나치게 당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저자의 조언이다. 그리고 치매가 있어도 좋은 삶을 나름대로 행복하게 누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저자는 오랫동안 치매를 앓으면서도 혼자 생활하고 있으며, 아주 작은 것에서 즐거움을 찾느라 분주하다. 그 즐거움의 하나가 바로 ‘기록’이다. ‘치매’라는 어두운 영역을 밝은 곳까지 끌고 나와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치매의 증상이라고 하면 우리는 보통 ‘기억력’을 떠올린다. 하지만 치매에 대한 변화는 좀 더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치매의 거의 모든 기억에서는 치매환자의 ‘감각’, ‘감정’, ‘관계’, ‘의사소통’, ‘환경’, ‘태도’ 등 치매가 불러오는 인간 삶의 모든 영역을 들여다보며 카테고리화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세세하게 알지 못하는 정보들로 가득하다. ‘치매 말기가 되면 환자는 다른 시간대로 퇴행한다. 예를 들면 현재의 꿈을 꾸지 않고 과거의 꿈을 꾸는 것이 그것이다.’, ‘고기를 먹을 때 어느 정도 씹었고, 어느 만큼을 더 씹어야 삼킬 수 있는지를 인지하지 못해 자주 체한다, 이것은 뜨거운 것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다’, ‘뇌가 눈에서 수용한 메시지를 해석하지 못해 시각적으로도 환청, 환영 등에 자주 노출되기도 한다.’ 등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세세한 부분까지 기록했다. 우리가 ‘환자’로서만 그들을 대한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하는 부분도 존재한다. 이렇듯 저자는 치매 판정 이후 사회나 병원, 모두 치매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치매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진단 이후에도 ‘삶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일을 헌신적으로 하고 있다.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은 사실상 인생에서 충격적인 사건인 치매에 관한 이야기다. 거부할 수 없는 사건을 맞닥뜨린 이들에게 어떻게든 최선의 삶을 살 것을 조언하는 저자의 치매 기록은 가슴 뭉클해지는 인간 승리의 기록이기도 하다. 저자의 말마따나, 치매환자라고 해서 도대체 왜 인간적인 삶을 멈춰야 한단 말인가.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은 치매환자를 비롯해 치매라는 질병에 곤혹스러워하는 모든 사람에게, 그리고 지금 치매환자 곁에서 손잡고 있는 그 누군가에게도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선물이 될 것이다.
글=김병헌 기자(bhkim4330@hanmail.net)
ⓒ 시니어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