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주택자인 A씨(39세)의 요즘 최대 고민은 내집 마련이다. 최근 집값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데다 때마침 마음에 드는 신혼집을 발견한 터라 마음이 급하다. 문제는 돈이다. 현금화할 수 있는 것을 모두 정리하고 담보대출을 받아도 집값을 대게에는 부족하다. 그래서 퇴직금을 중간정산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 A씨가 다니는 회사는 아직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차하면 연금저축과 IRP도 해지하려고 생각 중이다. 퇴직금 중간정산이 가능할까? 그리고 연금상품을 중도에 해지하면 세 부담이 크다고 하는데, 어떤 세금을 얼마나 내야 하는지 궁금하다
살다보면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가 있다. 퇴직연금과 연금저축만 해도 그렇다. 그리고 노후를 위해 이것만은 남겨둬야지 하고 다짐을 하지만 당장 급한 일이 생기면 손을 대게 된다. A씨처럼 결혼자금이나 주택구입자금을 마련하는데 목돈이 들어갈 수도 있고, 본인이나 가족이 갑작스럽게 아프거나 다쳐서 큰돈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연금상품을 중도에 해지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왜냐하면 적립할 때 세제혜택이 큰 만큼 중도에 자금을 인출할 때 그만큼 계약과 불이익이 따르기 때문이다.
재직 중에 퇴직급여를 찾아 쓸 수 있나요?
퇴직급여는 근로자의 노후생활비 재원이므로 법에서 정한 사유가 아니면 중도에 찾아 쓸 수 없다. 그러면 어떤 경우에 퇴직급여를 찾아 쓸 수 있는지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퇴직급여제도로 퇴직금과 퇴직연금을 모두 인정하고 있는데, 퇴직급여의 종류에 따라 중간정산 가능 여부와 조건이 다르다.
먼저 퇴직금제도에서는 2012년 7월 이후부터 중간정산요건이 강화됨에 따라 회사가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일괄적으로 퇴직금 중간정산을 실시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개별 근로자는 법정사유에 해당되면 중간정산을 할 수 있다. 그러면 언제 퇴직금을 중간정산할 수 있을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서 다음 사항에 해당되면 퇴직금 중간정산을 허용하고 있다. 먼저 무주택자인 근로자가 본인 명의로 주택을 구입해야 하거나, 주거를 목적으로 전세보증금을 부담해야 할 때는 퇴직금을 중간정산할 수 있다. 다만 전세보증금 마련을 위한 중간정산은 하나의 사업장에서 한 번만 가능하다.
근로자 본인과 배우자, 그리고 부양가족이 질병이나 부상으로 6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때, 그 비용을 근로자가 부담해야 하는 경우에도 중간정산을 할 수 있다. 이밖에 사용자가 기존의 정년을 연장하거나 보장하는 조건으로 임금피크제도를 시행하는 경우, 근로시간 단축(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퇴직금이 감소하는 경우, 근로자가 최근 5년 이내 파산선고를 받거나 개인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은 경우, 천재지변 등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에도 퇴직금을 중간정산할 수 있다.
이번에는 퇴직연금제도를 살펴보자.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는 중간정산을 할 수 없다. 그러면 퇴직연금 가입자는 다급한 사정이 있어도 퇴직급여를 찾아 쓸 수 없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 가입자도 법정사유에 해당되면 퇴직급여를 중도에 인출할 수 있다. 법정사유는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는 경우와 근로시간 단축으로 퇴직금이 감소하는 경우만 제외하면 퇴직금 중간정산 사유와 동일하다.
확정급여형(DB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중도인출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일부 회사에서는 DB형과 DC형 퇴직연금 제도를 함께 도입하고 근로자가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할 수 있게 허용되고 있다. 이 경우 DB형 가입자는 DC형으로 전환한 다음 퇴직급여를 중도 인출할 수 있다.
그러면 다시 A씨 사례로 들어가보자. A씨는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았고 무주택자이므로 본인 명의로 주택을 구입할 때 퇴직금을 중간 정산할 수 있다. IRP도 무주택자의 주택구입 사유에 해당되므로 적립금의 100% 이내에서 중도 인출할 수 있다. 연금저축은 사유와 무관하게 본인이 원하면 적립금 중 일부 또는 전부를 찾아 쓸 수 있다.
중간정산이나 중도 인출할 때도 세금을 내나요?
근로자가 퇴직급여를 중간 정산하거나 중도 인출할 때는 퇴직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연금저축이나 IRP를 해지하거나 중도 인출할 때는 인출하는 자금의 원천에 따라 납부하는 세금 종류가 달라진다.
연금저축이나 IRP와 같은 연금 계좌에 적립된 자금은 그 원천에 따라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과거에 직장을 옮기는 과정에서 받은 퇴직금을 연금계좌에 이체할 수 있다. ㅌ퇴직금을 연금계좌로 이체하면 당장 퇴직소득세를 납부하지 않고 이를 찾아 쓸 때까지 유예할 수 있다. 다음으로 연금계좌에는 근로자가 추가로 적립한 돈이 있다. 추가 저축금액은 다시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 받은 금액과 그렇지 않은 금액으로 나뉜다. 마지막으로 퇴직급과 추가 저축금액에서 발생한 운용수익이 있을 수 있다.
근로자가 연금계좌 적립금의 중도 인출을 요청하면, 제일 먼저 세액공제 받지 않은 추가적립금이 인출된다. 이 돈은 적립할 때 세액공제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인출할 때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세액공제 받지 않는 저축연금이 전부 인출되고 나면 다음 순서가 퇴직금이다. 퇴직금을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하면 연금소득세를 납부하게 된다.
이때 연금소득세는 본래 납부해야 할 퇴직소득세의 70% 수준이다. 하지만 퇴직금을 연금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중도 인출하면 퇴직소득세를 그대로 내야 한다. 퇴직금까지 전부 인출되고 나면 세액공제 받은 저축금액과 운용수익이 빠져나갈 차례다. 이 금액은 연금으로 수령하면 낮은 세율(3.3∼5.5%)의 연급소득세가 부과되지만 중도에 인출하면 16.5의 기타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상 살펴봤듯이 연금계좌 적립금을 연금으로 수령하지 않고 중도 인출하면 절세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이미 받았던 절세혜텍을 물어내야 한다. 따라서 중도해지 신청을 하기 전에 손익을 신중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