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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인생 나침반이 되어주었죠”

KOICA 봉사단 이종옥 씨

입력 2015년08월01일 00시40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1974년 지금은 KT로 이름을 바꾼 첫 직장에 발을 내디딘 지 40. 이종옥(59·경기 안양시) 씨는 지난해 7월 자신의 삶이 오롯이 배어 있는 그곳에서 정년을 맞았다.

 

하지만 퇴직 후 지난 1년은 40년 직장생활의 열정을 한 번에 쏟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재도약기였다. 이 씨는 올가을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일원으로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전기기술자로 봉사할 꿈에 부풀어 있다. 퇴직할 무렵 그 역시 동년배와 마찬가지로 퇴직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고민에 휩싸였다. 퇴직 전 회사에서 마련한 재취업 관련 여러 교육을 받았지만 절박감은 덜했다.

 

얼마 있다 (직장을) 그만두더라도 아직은 다니고 있으니까 그런 거였죠. 또 영업 관리를 오래 했지만 회사 경력으로 취업할 생각도 없었어요. 만만치 않더라도 그동안 한 것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생각한 직업이 화물차 기사. 3년만 하면 개인택시 자격을 얻을 수 있다고 하니 그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았다. 관련 자격증은 회사를 나오기 전에 이미 다 따두었다.

 

퇴직 이후 그는 고용센터의 재취업 관련 성실프로그램을 거치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이 씨는 구직 활동을 하던 이 기간을 농담으로 국가공무원으로 재취업한 때라고 했다. 나라로부터 실업급여로 매달 120만 원을 꼬박꼬박 받았다고 하는 말이다. 그는 갖가지 재취업 교육 프로그램 이수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 가운데 두 달 과정으로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에 대한 교육도 받았다. 그러던 중 인터넷 검색을 하다 퇴직 전 재취업 교육에서 들은 KOICA 봉사단 모집공고를 접했다.

 

우연히 봤는데 저한테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안타까웠어요. 당시만 해도 특별한 기능 자격증이 없었으니 말이죠. ‘나와는 거리가 있구나하며 일단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 무렵 이 씨는 노사발전재단의 중·장년 취업동아리 소식을 들었다. ‘그래, 한번 들어봐야지.’ 당시 그는 서울 강남에 있던 노사발전재단의 일자리센터(현 구로센터)를 찾았다. 이 씨는 그곳에서 재도약의 발판을 찾았다. 한국 폴리텍대학에서 전기 관련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교육과정이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퇴직 이후 실사 구시(實事求是)적인 방향을 모색하던 그에게 절호의 기회였다.

 

이 씨는 올 3월 폴리텍대학 서울 강서캠퍼스 전기기능사 내선 전공 야간과정에 입학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수업을 빠짐없이 들었다. 그런데 입학한 지 불과 한 달 후인 4월 초에 전기기능사 필기시험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당황스러웠고 생소한 분야였지만 그는 한번 해보기로 했다. 그로부터 한 달 동안 750페이지 분량의 전공 서적을 세 번 이상 읽었다.

 

한 번 읽으니 20% 정도 알 것 같았다. 두 번째가 되자 40%, 세 번째엔 60%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네 번째 기출문제를 풀고 나니 합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주위에선 전기를 저렇게 모르는 사람이 있나할 정도였지만 이씨는 낯선 분야를 성실과 도전의식으로 극복했다. 필기는 턱걸이로 넘었지만 이후 실기시험은 평소 대학과정에서 워낙 열심히 한 까닭에 무난하게 합격할 수 있었다.

 

전기 배선을 하나하나 배우고 제가 직접 완성해나가는 과정이 아주 기분 좋았어요. 그 과정은 거짓말을 하지 않잖아요. 일찍 등교해 빈 교실에서 배선을 짜보고 인터넷 강의도 듣고 하다 보니 어느 날엔가는 잘한다는 소리를 듣게 된 거예요.”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딸 무렵 전기 배선이며 수도 배관이며 이것저것 손볼 수 있는 맥가이버사업을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씨는 귀가 번쩍 뜨이는 말을 듣게 됐다.

 

여러분들, 전기기능사 자격증 하나 있으면 장래성이 있고 외국에 나가서도 써먹을 수 있어요.” 수업 도중 교수가 한 말이었다. ‘외국이라고?’ 그는 몇 달 전 인터넷을 검색하다 포기하고 지나쳐버린 KOICA가 떠올랐다.

 

그때가 68일이었다. 이 씨는 집으로 돌아가 인터넷 검색부터했다. 우연인지 KOICA 해외봉사단 모집 공고가 있었다. 전기기능사 자격증이 나오지 않은 상태였지만 그는 자기소개서에다 626일 자격증을 최종 취득할 것이라고 사실대로 썼다.

 

담당교수도 그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밀어붙여보세요라며 격려했다. 1차 합격을 한 것만으로도 뛸 듯이 기뻤다. 아내는 울먹거리며 전화를 했다.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돼 너무 고맙다면서.

 

75일 면접을 본 이 씨는 며칠 뒤 신체검사 대상자가 됐다. 사실상 최종 합격인 것이다. 퇴직 전 남의 얘기처럼 막연하게 들은 KOICA. 이후 1년을 달려온 그에게 꿈은 현실이 됐다.

 

그리고 얼마 전 이 씨는 폴리텍대학을 수료했다. 그의 꿈을 이루게 한 발판이었다. 이 씨는 지금 모로코 파견에 앞서 8월 말 5주 과정으로 KOICA훈련원 연수를 앞두고 있다. 이후 그는 해외에서 재도약의 꿈을 그리고 실현해나갈 것이다.

 

“1년을 돌아보면 숨 가쁘게 달려온 것 같은데요. 무엇보다 그 기간에 제대로 된 자격증을 땄고 그 덕분에 KOICA를 가게 됐고요.”

 

많은 퇴직자들이 문을 두드리는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는 다양한 재취업 프로그램과 실전 특강 등 경력을 이어가려는 중·장년층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 씨는 힘이 되는 건 따로 있다고 했다.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것이 정말 좋습니다. 비슷한 처지끼리 북돋아주고 축하도 해주면서 마음을 나누고 다지는 것이죠. 센터의 취업동아리가 바로 그런 힘이 돼요.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격려를 많이 합니다.”

 

이 씨는 얼마 전 승강기 기능사 필기시험에도 합격해 쉬지 않는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장년들에게 희망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장년 취업 서포터스(Supporters) 활동을 하는 그의 삶 자체가 바로 남을 돕는 서포터다.

사진/위글리공감 

정재우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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