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가 생선·올리브유·과일 등을 많이 먹는 지중해식 식단을 꾸준히 유지하면 당뇨병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영양학계의 저명 국제 학술지에 소개됐다.
12주간 지중해식 식단을 유지한 당뇨병 환자의 당화혈색소와 체중이 7%가량 감소한 것이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미국 스탠퍼드 대학 의대 소속 ‘스탠퍼드 예방 연구센터’ 크리스토퍼 가드너 교수팀은 “케톤 식단과 지중해식 식단 모두 당뇨병 관리를 돕지만, 지중해식 식단이 더 유지하기 쉽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임상영양저널’ 최근호에 실렸다. 가드너 교수팀은 2019년 6월∼2020년 12월 제2형(성인형) 당뇨병 또는 당뇨병 전 단계인 성인 40명을 모집했다. 참가자 중 절반에겐 케톤 식단, 나머지 절반에겐 지중해식 식단을 12주간 제공했다. 이어 두 그룹은 식단을 바꿔서 다시 12주간 연구를 지속했다.
저탄수화물·고지방식으로 통한 케톤 식단(Keto diet)은 하루 섭취 열량 중 탄수화물을 50g 이하로 제한하고 단백질·지방·열량은 마음껏 먹게 하는 식사법이다. 가드너 교수팀은 케톤 식단그룹은 탄수화물을 하루 20~50g(평소보다 약 80% 적게), 단백질을 각자 체중 kg당 1.5g씩 제공했다. 지방은 원하는 만큼 섭취하도록 했다. 지중해식 식단 그룹엔 생선(동물성 단백질)·올리브유(건강에 이로운 지방) 채소·콩류·과일·통곡물·견과류·씨앗류 등을 제공했다.
가드너 교수팀은 연구참여자가 반드시 지중해식 식단 또는 케톤 식단을 유지하도록 음식배달서비스를 이용했다. 12주 후 지중해식 식단과 케톤 식단그룹 모두에서 혈당이 조절되고 체중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당뇨병 진단 기준 중 하나인 당화혈색소(3개월간의 평균 혈당을 반영하는 지표)가 지중해식 식단그룹과 케톤그룹 모두에선 7∼9% 감소했다. 체중도 지중해식 식단그룹과 케톤 식사그룹에서 비슷하게(8∼9%) 빠졌다. 공복 인슐린과 혈당 수치·HDL 콜레스테롤 수치·간 효소인 ALT 수치도 두 식단 유지그룹에서 개선됐고, 혈중 중성지방 수치는 두 식단그룹에서 모두 감소했다. 혈관 건강에 해로운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케톤 식단그룹에선 증가했으나, 지중해 식단그룹에선 감소했다.
가드너 교수는 “특정 식단을 통해 당뇨병 개선효과를 얻으려면 당뇨병 환자가 어떤 식단에 잘 적응하는지도 중요하다”며 “우리가 음식배달서비스를 중단한 뒤 당뇨병 환자가 3개월간 두 식단 중 어떤 식단을 더 오래 유지하는 지를 살펴봤는데, 지중해식 식단의 순응도가 훨씬 높았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당뇨병·신장질환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질환별로 영양소가 조절된 맞춤식 식단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개인이 스스로 준비하기엔 한계가 있다.
연세대 임상영양대학원 김형미 겸임교수는 “지중해 식단이라고 해서 지중해에서만 나는 특별한 식재료를 사용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한식에 사용되는 식재료로도 지중해식 건강식단을 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지중해 식사의 영양 원리에 기반한 HMR(가정간편식) 제품인 ‘메디쏠라 밸런스식’을 개발됐다. 최근 ‘메디쏠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특수의료용도 식품 기준에 맞춘 당뇨병·신장 질환자용 식단도 출시했다.
글=박희숙 기자(smkim24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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