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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발 돌봄공백이 만든 가정폭력…고령층 피의자 급증

올해 8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미성년 피의자 17.8%, 60대 이상 여성 38% 급증

입력 2020년10월10일 08시45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정애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성년·고령층 가정폭력 피의자가 전년 대비 급증하고 낮 시간 신고접수가 늘어나는 등 가정폭력 발생의 양상이 변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코로나 발병 이전인 2019년 8월 기준으로 19세 미만의 미성년 남성과 여성의 가정폭력 피의자는 각각 380명, 126명이었으나,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이후 올해 8월 기준으로 각각 22.1%, 4.8% 증가한 464명, 132명으로 집계됐다. 각급 학교의 등교가 중지되고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청소년들이 가정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자 나타난 변화로 보인다.


 

이 같은 피의자 집단의 변화는 고령층에서도 유사하게 일어났다. 특히 많은 가정에서 돌봄을 담당하고 있는 고령 여성들의 피의자 증가는 두드러졌다. 2019년 8월 기준으로 가정폭력 피의자 중 60세 초과 남성과 여성은 725명, 2,426명이었으나, 올해 8월 기준 793명, 3,362명으로 각각 전년대비 9.4%, 38.6% 급증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손자녀인 어린이, 청소년들에 대한 돌봄과 치매나 노환을 겪는 노부모를 돌보는 ‘노노(老老)돌봄’까지 돌봄 부담이 오롯이 노령 여성에게 가중되고 있는 현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피의자 집단뿐 아니라 가정폭력 신고접수 시간대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전체 시간대에서 신고접수 건수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지만 낮 시간대인 12시에서 16시 사이의 신고접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지난해 8월을 기준으로 해당 시간대의 신고접수 건수는 1만6,145건이었으나 올해 8월에는 그보다 1,000여 건이 늘어난 1만7,063건으로 집계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재택근무가 확산되고 고용 사정으로 인해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등 가정에서 낮 시간을 보내는 인구가 늘어난 현상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가정폭력 신고 내용 측면에서도 이전과 달라진 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 비긴급으로 분류되는 코드2와 코드3, 단순 상담에 해당하는 코드4의 신고 건수가 상당수 늘어난 것이다. 경찰청의 ‘112신고 접수·접수 매뉴얼’에 따르면 흉기 소지 등 급박한 가정폭력이 진행 중이거나 폭언·폭력을 동반한 가정폭력이 진행 중인 경우 각각 긴급에 해당하는 코드0과 코드1로 접수된다.

 

반면 이미 발생했거나 추가발생 방지를 위한 예방 등이 필요한 경우는 코드2로, 과거 발생 건에 대한 상담 또는 진행 절차 등을 상담요청하거나 가정폭력 당사자가 아닌 신고자의 단순 문의 또는 상담기관 안내는 코드3와 코드4로 분류된다. 이 같은 비긴급과 상담은 지난해 8월에 비해 각각 약 23%, 8.5%로 눈에 띄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한 의원은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돌봄 공백이 가정폭력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돌봄 인력을 확충하는 것과 동시에 가정폭력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박인수 기자(rlaqudgjs9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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