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부터 직장을 다니다 전업주부가 된 경력단절 여성 등 국민연금 가입에서 배제돼 노후에 연금을 받기 어려웠던 사람들이 연금을 수급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4월 2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개정안을 4월 중 국회에 제출할 계획으로 국회에서 상반기 중 통과되면 내년부터는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경력단절여성이나 전업주부 등이 과거 보험료를 납부한 이력만 있다면 배우자의 국민·직역연금 가입여부와 관계없이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했던 과거의 기간에 대해 추후에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사진제공: 여성가족지원네트워크
이에 따라 정부는 개정안 시행으로 전업주부를 포함 446만 명이 연금 수급권을 취득하거나 가입기간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국민연금에 가입했었으나 일을 그만두면서 소득이 없게 된 경우 당사자의 배우자가 국민연금이나 직역연금에 이미 가입돼 있으면 당연가입 대상에서 제외되고 추후에 그 적용제외 기간에 해당하는 만큼 보험료를 내고 싶어도 낼 수 없도록 제한해 왔다.
예를 들어 1년간 직장생활 후 퇴사한 전업주부 A씨(55세)는 현재는 보험료를 추후 납부할 길이 없어 임의가입을 하더라도 최대 4년으로 가입 기간이 5년 밖에 안된다. 노령연금을 받으려면 최소가입기간인 10년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A씨는 노령연금 수급이 곤란한 상황이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되면 경력단절 이후 적용제외기간의 추후납부가 가능해져 5년치 보험료인 530만 원(99만 원 소득기준)을 추후납부하고 4년간 임의가입을 하면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 최소가입기간인 10년을 채워 배우자의 연금과 관계없이 연금수급이 가능해진다. 정부는 한 번에 보험료를 내기 어려운 경우에는 분할납부도 허용하며 분할납부 기간은 현재 24개월에서 60개월까지 가능하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또 개정안에는 경력단절 전업주부 등과 같이 적용제외가 된 기간에 장애가 발생하거나 사망한 경우, 본인이나 가족이 장애연금이나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그동안은 국민연금에 가입해 있는 때에 한해 장애를 입거나 사망한 경우에 대해서만 장애·유족연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18세 이상부터 질병·부상의 초진일(유족연금의 경우 사망일)까지의 ‘가입대상 기간’ 중 3분의 1이상 보험료를 납부했거나 초진일(유족연금은 사망일) 전 2년 동안 1년 이상 보험료를 납부(다만 3년 이상 장기체납은 제외)했다면 장애·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경우가 아니더라도 향후 보험료를 성실히 납부해 10년 이상 납부기간을 채운다면 10년 납부일부터 장애·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다. 개선되는 장애·유족연금 지급기준은 법 시행일 이후 질병·부상의 초진일이 있는 경우부터 적용한다. 다만 개정안이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시행 후 2년간은 종전 규정도 함께 적용하는 유예기간을 둘 계획이다.
이와 함께 개정안은 배우자 사망 등으로 유족연금 수급권 발생 시 유족연금을 포기하고 본인의 노령(장애)연금을 선택하면 지금까지는 유족연금의 20%를 추가로 지급받았으나 그 비율을 30%까지 상향할 방침이다. 중복지급율을 10%포인트 상향하는 경우 유족연금액은 월 평균 약 2만6,000원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혼으로 분할연금을 받는 사람이 다시 그 배우자와 재혼하면 분할연금을 포기하고 배우자 노령연금을 분할 전 노령연금으로 환원할 수 있게 했다. 이 밖에 수급권자 사망을 유족이 1개월 이내에 시·군·구에 신고하면 공단에 별도로 신고하지 않더라도 신고한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조남권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여성, 실직자, 저소득 근로자 등의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지속적으로 해소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1인-1연금’ 기반을 확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글=안경희 기자(jyounh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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