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당뇨병, 간경화증, 고지혈증, 백내장, 고도비만을 앓고 있으며 간 이식도 받아야 한다. 몸이 아파 일을 할 수도 없고 가족도 없다. 중구는 이처럼 막막한 상황에 놓인 주민들을 찾아가 가족처럼 건강을 챙겨주는 ‘어르신 건강동행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복합만성질환자, 독거노인, 노인부부 등 돌봄이 필요한 주민을 대상으로 의사, 간호사, 치위생사, 영양사, 사회복지사 등 전문 의료진 5인이 집을 방문해 2개월간 건강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2일 A씨의 마지막 상담이 진행됐다. 의료진은 끝까지 따뜻한 ‘잔소리’로 대상자가 스스로의 건강을 돌볼 수 있는 방법을 일러줬다.
“군고구마는 당도가 높아요. 꼭 쪄서 드세요.” 영양사가 집 안에 있는 간식을 둘러보며 말했다. 영양사는 A씨의 지난 4개월 동안 몸무게 변화를 찾아보고 평소 즐겨 먹는 소금빵, 뻥튀기와 같은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라고 강조했다.
치위생사는 거울로 입 안을 함께 보면서 치과에 가서 어떤 치아를 먼저 치료해야 하는지, 보험적용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알려드렸다. 발치 후엔 절대로 금연해야 한다고 신신당부도 잊지 않았다.
“저 그림은 언제 그리신 거예요?” 일 년 전부터 대상자를 살펴온 복지사가 벽에 걸린 새 그림을 발견했다. 대상자는 “얼마 전 복지관에서 그렸는데 그림 그리는 것이 작업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복지사는 앞으로도 적극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시라고 권했다. 장애인 콜택시 이용법도 다시 한번 적어드렸다.
“오늘이 정말 마지막인가요?” 대상자는 의료진이 더 이상 방문하지 않는다고 하자 아쉬움을 내비쳤다. 복지사가“그간 자주 찾아와 귀찮게 해드렸는데 괜찮으셨나”고 묻자, “간 이식 받기 전까지 내가 준비해야 할 것을 자세하게 알려줘서 정말 큰 도움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간호사는 “오늘이 끝이 아니예요. 자주 안부 전화 드릴 겁니다”며, “걷기 운동 자주 하셔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구는 지난 해 총 90명의 대상자를 사례관리하며 4,819건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올해에도 100여 명 이상의 대상자를 발굴해 돌본다. 맞춤형 보건, 의료, 복지 통합지원으로 참여자의 만족도가 높다. 정신건강상담과 재활운동이 필요한 경우 해당 기관에 연계도 해 준다. 신청은 거주지 동 주민센터에서 하면 된다.
상담에 나선 류충렬 복지사는 “누군가 찾아와서 말벗이 되어주는 것만으로도 홀몸 어르신의 몸과 마음이 치유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몸도 아픈데 돌봐줄 사람이 없는 서러움을 중구가 어루만져 주고 싶다”며, “따뜻하고 전문적인 ‘잔소리’로 어르신들이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중구가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글=안경희 기자(jyounh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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