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에 거주하던 홍장호(가명, 88세) 할아버지는 얼마 전 한 병원에서 가족도 없이 홀로 생을 마감하셨다.
홍 할아버지는 40여 년 전 부인과 자녀들이 모두 외국으로 떠난 후 홀로 원룸주택에서 생활해왔다. 과거 의료계에도 종사한 적이 있었으나, 점차 연로해지면서 식사조차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서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었다.
그러던 중 서구가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을 시작하고, 75세 이상 어르신 세대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동 사회복지사가 할아버지의 어려운 상황을 알게 되어 돌봄대상자로 선정하게 되었다. 서구는 할아버지의 저체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양중재 서비스와 돌봄택시를 지원했고, 노인 맞춤돌봄사업을 연계해 생활지원사가 주기적으로 방문해 일상생활을 지원했다.
사실상 수십년간 가족과 단절된 채 홀로 지냈던 할아버지가 만났던 사람은 통합돌봄 영양사와 맞춤돌봄 생활지원사가 유일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4월부터 할아버지의 건강이 극도로 나빠져 병원 치료를 권유했으나 병원비가 부담된다며 치료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통장에는 치료비가 충분히 있었지만 “이 돈은 자식들에게 줄 돈”이라며 치료를 완강히 거부했던 것이다. 이에 서구는 병원비를 지원해 드리겠다고 설득해 할아버지를 병원으로 모신 후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돌아가시면 뵙겠다’는 차가운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할아버지는 입원한지 1주일 만에 돌아가셨지만 가족들은 끝내 오지 않았고, 수차례의 연락과 설득 끝에 외국에 있던 가족들이 귀국해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아들 홍모 씨는 “그동안 아버지와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면서 소원해져 소식도 모르고 지냈다”며 “그나마 나라에서 아버지를 보살펴 줘서 마지막 가시는 길이 쓸쓸하지 않게 해주셔서 고맙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 소식을 접한 서대석 서구청장은 “지난해 통합돌봄 조례를 제정해 75세 이상 어르신들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필요한 돌봄서비스를 적기에 지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빠짐없는 방문과 적극적인 돌봄으로 고독사 없는 서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글=이충렬 기자(rlaqudgjs8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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