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에 사는 이모 씨(45)는 지난해 3월 아버지가 갑작스런 사고로 사망하는 바람에 아버지의 생전 재산규모나 본인이 받게 될 상속 액수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주변의 권유로 시청 토지관리과를 찾았다가 서울과 경북에 부친 명의의 28필지 8만2,000㎡, 공시지가 환산 약 5억 원 상당의 땅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모 씨가 제출한 서류는 아버지의 기본증명서와 본인의 신분증, 가족관계증명서뿐. 수수료도 무료였다. 서류를 접수하고 불과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생각지도 않던 8만2,000㎡의 땅을 찾게 된 것이다. 은평구에 사는 김모 씨(50)도 지난해 설날을 전후해 신문 등 언론매체를 통해 ‘조상 땅 찾기’ 서비스에 대해 알고 나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시청을 찾아 신청한 결과, 경북 소재 임야 2만4,198㎡를 찾았다.
‘조상 땅 찾기’는 조상이 불의의 사고 등으로 갑자기 돌아가셔서 내가 상속받을 토지를 알 수 없거나 재산관리를 소홀히 해 내가 알고 있는 것 외에 조상 땅이 더 있는지 모르는 경우 신청하면 시에서 사망한 조상 명의의 재산 또는 본인 명의의 재산을 국토정보시스템에 등재된 전국의 토지대장을 조회해서 무료로 찾아주는 서비스다.
서울시는 작년 한해 이 서비스를 통해 시민 1만3,642명의 숨어있던 조상 땅 6만4,184필지, 77.2㎢를 찾아줬다고 밝혔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26.6배에 이른다. 특히, 작년에 조상 땅을 찾은 시민은 서비스 시행 이래로 가장 많은 수다. 수혜자 수가 급격하게 늘었던 2012년(9,471명)보다도 약 44% 더 많아진 것. 신청한 시민 수도 2012년 2만7,790명에서 83% 증가한 5만1,036명으로 조사됐다. 시는 2012년도에는 9,471명 11만311필지 225.8㎢를 찾아줬다.
이는 2012년 6월부터 토지 관할 시·도뿐 아니라 전국에서 조회가 가능해졌고 시청뿐만 아니라 각 구청에서도 조상의 이름만으로 땅 조회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2012년 6월 이전엔 구청에서는 조상 땅 조회를 하려면 조상의 주민등록번호가 있어야 했다. 이름만 아는 경우는 구청에서 시청으로 따로 정보 요청을 해야 해서 확인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더 걸렸다. 또, 시는 법원의 파산선고업무와 관련해 파산신청자 및 그 가족의 재산 유무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조상 땅 찾기’ 조회 기능을 활용하는 경우가 증가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상 명의의 땅이 있는지를 알아보려면 사망자의 제적등본(2008년 1월 1일) 이후 사망자는 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등 신청인이 재산 상속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와 신분증을 지참, 가까운 시·도청이나 시·군·구청 지적 관련 부서를 직접 방문·신청하면 바로 조회·확인할 수 있다. 다만, 재산권을 행사하려면 본인이 직접 제공된 자료를 관할 등기소에 등기부 등본, 소유자 주소지의 거주사실 등을 확인 후 상속등기 절차를 밟아야 한다.
사망한 토지 소유자의 재산 상속인 또는 토지 소유자 본인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다만, 1960년 이전에 사망한 경우, 재산상속은 장자상속으로 호주 상속인이 재산 상속인이 되며 부부·형제·부자간 등 가족이라 하더라도 위임장 없이는 정보제공이 불가능하다. 재산 상속인이 위임을 하는 경우엔 위임장, 위임자 및 대리인의 자필서명이 있는 신분증 사본을 지참하면 된다. 또, 채권확보, 담보물권 확인 등 이해관계인이나 제3자에 대한 토지소유 현황 조회는 개인정보 보호법에 의해 제공이 불가능하다. 조회 시 조상이 취득했던 땅이라도 제3자에게 소유권이 이전된 토지에 대해선 조회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