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 아침 창원에 사시는 강씨 할아버지가 전날 술을 많이 마신 탓에 넘어지면서 코피를 흘려 방 한 켠에 놓여있는 인공지능(AI) 스피커를 향해 외친 한마디다. 그러자 AI 스피커에서 ‘위기’를 감지하고 119로 연결되어 구급대원이 출동, 응급치료로 위급한 상황을 넘겼다.
# 창원시에 거주하는 이씨 할머니는 코로나19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 그나마 찾던 동네 복지관도 문을 닫아 이웃들과 만남도 뜸하지만 외로움과 우울증은 딴 나라 이야기로 여기며 AI 스피커와 유일한 말동무로 지낸다. 집에 있는 아리아랑 요리, 날씨, 물가 등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한다.
# 김해시에 혼자 사시는 손씨 할아버지가 거동이 불편하고 코로나19로 경로당이 문을 닫아 외출도 어려운 상황에서 침대에 누운 채 높이가 30㎝ 남짓한 AI 스피커를 향해 이렇게 이야기를 하자 스피커에서는 나훈아의 ‘홍시’노래가 흘러나온다. 할아버지는 미소를 지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지난해 11월 경남도가 SK텔레콤, 창원시, 김해시 등 6개 시군과 사회적기업이 참여한 민관융합사업인 ‘인공지능 통합돌봄서비스’ 출범을 통해 독거노인세대에 보급된 AI 스피커를 활용한 가구의 모습이다. 이 사업은 경남도가 광역자치단체에서는 최초로 AI 스피커를 활용한 능동적이고 지속가능한 복지모델로 취약계층의 정서케어와 지역사회 안전망을 확보하기 위해 시작됐다.
경남도 인공지능 통합돌봄사업은 지난해 민간 SK텔레콤, 사회적기업 (재)행복커넥트와 협력해 보건복지부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 지역인 김해시와 경남형 커뮤니티케어 사업 지역인 창원시(동읍), 의령군(부림면), 고성군(회화면)부터 시작해 올해 전 시군으로 확대되어 추진 중에 있다.
인공지능 돌봄서비스를 자세히 살펴보면 홀로 사는 어르신이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듣고, 날씨·생활정보 등 쌍방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자다가 화장실에 가려고 할 때 간단한 말로 스피커의 조명을 켤 수 있다. 또한 응급상황 발생 시 음성으로 도움을 요청하면 주간에는 돌봄센터 케어매니저에게, 야간에는 119 등으로 연결되어 24시간 긴급구조를 받을 수 있다.
AI 스피커를 설치하고 보급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7월 현재, 서비스 이용실태와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는 행복커넥트 ICT케어센터 집계에 의하면 설치가구의 사용률은 약 75%를 나타내고 있고, 가장 많이 이용한 서비스는 음악 듣기이고, 감성대화, 날씨, 라디오 청취 등 순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발생상황에서 비대면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감염병 예방수칙을 수시로 송출해 노약자 외출자제, 개인위생 관리 안내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이른바 ’코로나블루(우울증)‘가 유행처럼 번진 가운데 AI가 말벗이 되어 홀로어르신의 외로움, 우울증을 해소하는 ’마음보듬이‘ 노릇까지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주말이나 야간 취약시간대 복통, 하지통증, 허리통증 등을 호소해 도움을 요청해 병원이송 및 입원 조치한 사례가 6건, 낙상 및 어지러움증으로 119를 통한 응급처지 사례 2건, ‘자살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해 긴급출동과 안정조치를 하여 사회복지사가 특별관리하고 있는 사례 1건을 포함해 총 9건이나 되어 장애인, 고령층 독거세대의 안전시스템으로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왔다.
신종우 복지보건국장은 “포스트코로나시대에 도가 추진하고 있는 인공지능 통합돌봄사업은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고위험군 홀로어르신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게 비대면 돌봄서비스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AI 스피커가 사람처럼 따뜻함을 교감할 수 있는 폭넓은 대화와 지역사회 안전을 보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 개발에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SK텔레콤에서는 홀로 사는 노인의 치매예방을 위한 ‘두뇌톡톡’ 퀴즈서비스와 ‘기억검사’ 서비스를 지원하고, 각종 공공정보데이터를 활용한 생활패턴 등을 분석해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해 나갈 계획이다.
글=정재우 기자(rlaqudgjs9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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