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어르신‧장애인에 대한 돌봄서비스의 공공성과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요양보호사의 처우개선이 우선해야 한다는 방향 아래 지자체 최초의 ‘요양보호사 처우개선 종합계획’을 8일 발표했다. 노동권과 건강권 강화에 방점을 둔 4개 분야 대책에 3년간 122억 원을 투입한다.
요양보호사는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혼자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노인 등을 위해 신체‧가사‧정서 돌봄 등을 지원하는 요양보호 기술을 가진 전문인력이다.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과 함께 도입됐다. 국가자격증 취득 후 장기요양기관에 소속돼 시설에 상주하거나 각 가정에 방문해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서울시내 장기요양기관은 3,040개소(2017년 기준으로 재가 2,516개소, 시설 524개소)이며, 요양보호사는 총 8만4,564명(2018년 기준)이다.
급속한 고령화 속에 장애인, 어르신 등을 전문적으로 돌보며 우리사회 돌봄서비스 제공의 중요 축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불안정한 고용과 낮은 임금, 감정노동과 건강 위험 등 열악한 환경 속에 일하고 있는 서울시내 8만4,000여 요양보호사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돌봄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종합대책이다.
대표적으로, 서울시는 면역력이 취약한 어르신과 면대면 접촉업무를 하는 요양보호사들에게는 꼭 필요한 ‘독감예방주사’ 무료접종(연 1회)지원을 오는 10월부터 시작한다. 요양보호사는 그간 국가무료접종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자비로 부담해야 했다.
또, 장기요양기관이 보장해야 할 사항과 노동자의 권리‧의무가 담긴 표준근로계약서와 표준급여명세서를 포함하는 표준 노동 가이드라인을 연내 마련해 각 기관에 보급하고, 현재 서울형 데이케어센터에만 지원 중인 대체인력 파견을 서울형 인증을 받은 노인요양시설과 방문요양기관까지 확대해 일-휴식 양립을 지원한다. 요양보호사들을 위한 전문 심리상담 서비스와 힐링휴가제를 2020년부터 각각 시작해 몸과 마음의 회복기회도 제공한다.
서울시가 이번 대책 마련에 앞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요양보호사 대부분은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자로, 평균 시급(7,691원)은 보건‧복지 서비스업 평균(1만6,168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전체 산업 평균(1만9,522원)의 39%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인력 부족으로 아파도 일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고, 몸이 불편한 어르신‧장애인을 직접 케어하고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근‧골격계 질환이나 감염성 질환의 위험에도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요양보호사는 타 직종에 비해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 여건으로 인해 이직률이 높고, 사회적 인식도 부족한 직군이다. 노인요양시설의 경우 입소자 2.5명 당 요양보호사 1명이 돌봐야 하지만 교대근무와 휴가‧병가 등 결원을 감안하면 사실상 요양보호사 1명이 어르신 10명 이상을 돌보는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또, 이용자 또는 보호자로부터 부당한 요구를 받거나 비인격적인 호칭, 폭언‧폭행‧성희롱 등으로 인해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있기도 하다.
노인인구 증가로 2008년 1만9,000명이던 장기요양급여 이용자가 10년 새 4.6배(2017년 8만9,000명) 증가했지만, 요양보호사 대부분이 중장년 여성(평균 연령 60세/여성 94.4%)으로 인력수급도 원활하지 않은 실정이다. 서울시복지재단 연구에 따르면 요양보호사 수는 2020년 11만5,000명, 2030년 21만4,000명, 2040년에는 39만4,000명에 이르러야 향후 돌봄 수요 급증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울시는 ‘좋은 일자리 확대로 돌봄의 공공성 강화’라는 비전 아래 4개 분야(①노동기본권 보장 ②건강한 요양노동 지원 ③좋은 돌봄역량 강화 ④소통 활성화 및 관리감독 강화) 8개 정책과제, 25개 세부사업으로 구성된 요양보호사 처우개선 종합계획을 2021년까지 추진한다.
서울시는 2016년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요양보호사의 노동환경에 대한 실태조사와 연구, 관련 전문가 정책자문, 요양보호사 170여 명이 참여한 정책토론회 등을 통해 다양한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해 이번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시는 요양보호사의 처우개선을 위해 지난 2013년 전국 최초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를 개소, 현재 서울 전역 4개소로 확대했으며, 업무특성상 쉴 곳이 없는 재가방문요양보호사를 위한 쉼터 5개소를 운영 중이다.(2019년 말까지 8개소로 확대 예정) 더 나아가 그동안 민간영역에 맡겨졌던 돌봄 분야 사회서비스를 공공이 직접 제공하는 서울시 산하 전담기관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을 올해 3월 설립, 요양보호사를 직접 고용해 처우와 노동환경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
첫째, 노동 기본권 보호를 위해 표준 노동 가이드라인을 연내 마련해 각 기관에 보급하고, 대체인력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장기요양기관 연차별로 확대한다. 요양보호사 당사자가 몰라서 노동권을 침해당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지식 등을 교육하는 ‘요양보호사 돌봄아카데미’를 내년부터 시작하고, 사회서비스원 ‘종합재가센터’를 2021년까지 25개 자치구별로 설치 완료해 직접 고용을 확대한다.
둘째, 지속가능한 요양서비스를 위해 요양보호사들의 신체적‧정서적 건강권 확대에도 나선다. 10월부터 시작하는 독감예방주사 무료접종은 서울시 장기요양기관에 현업 근무하는 만64세 이하 요양보호사 전원(6만1,816명 2018년 기준)이 대상으로, 이를 위해 추경으로 20억5,900만 원을 확보한 상태다. 올해는 10월~11월 10일까지 자부담 접종 후 소속기관에 비용을 신청하거나, 기관과 협약을 맺은 의료기관에서 무료로 접종받으면 된다.
셋째, 시가 제시하는 좋은 돌봄 기준을 충족하는 우수 장기요양기관에 부여하는 ‘서울형 좋은 돌봄 인증’ 평가지표에 요양보호사 처우개선 항목을 확대, 기관의 자발적 동참을 유도한다. 또, 요양보호사가 자신의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직무능력 향상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제공한다.
요양보호사 교육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서울시어르신돌봄종사자종합지원센터’를 요양보호사 직무교육기관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에 제도개선을 건의한다. 또, 장기요양기관 종사자에 대한 교육 대상을 기관장까지 확대하고 가치경영, 사회서비스 관련 전문성 향상 등 전문교육도 도입한다. 시는 2013년부터 ‘서울시어르신돌봄종사자지원센터’를 통해 돌봄노동자의 역량강화와 권익향상을 지원해오고 있다.
넷째, 장기요양기관의 낮은 진입장벽으로 소규모 영세기관이 난립하면서 종사자의 처우와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장기요양기관의 공공성을 높이는 데에도 주력한다.
투명한 재무관리를 위한 ‘장기요양기관 재무회계 시스템’ 사용여부를 연 2회 정기점검하고, 서울시와 요양보호사, 요양기관, 전문가 등이 참여해 관련 시 정책에 대해 자문하는 ‘서울시 장기요양정책 협의체’도 구성‧운영한다. 또,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으로 오는 12월부터 시행 예정인 ‘장기요양기관 지정갱신제’와 관련해 실질적인 심사기준도 마련한다.
일정 요건만 갖추면 신고만으로 설치 가능했던 재가장기요양기관은 해당 지자체장으로부터 ‘지정’을 받아야 하고, 기관 설치‧운영자의 행정처분 이력, 급여제공 이력, 지역별 기관 공급량 등을 고려해 지정한다. 또한 유효기간 6년이 지나면 지정요건 준수 여부, 시설장‧종사인력 결격사유, 기관운영실적, 수급자 학대 등 관련 법률 위반 여부, 행정처분 사후조치 여부 등 심사를 거쳐 갱신된다.
박원순 시장은 “요양보호사들이 정당한 대우와 평가를 받아야 우리사회 돌봄서비스의 질도 높아질 수 있다”며 “서울시는 이번 첫 종합대책을 계기로 요양보호사의 권익 보호와 처우개선에 앞장서며 이용자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글=김병헌 기자(bhkim43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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