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이 15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일본 통계청이 2018년 발표한 인구통계 조사결과에 따르면, 핵가족, 대가족을 포함한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율이 지난 15년간 빠르게 증가했다. 반면, 2~4인의 핵가족은 조금씩 감소했으며, 2세대 이상이 한 집에 거주하는 대가족은 5년마다 2% 가량 감소추세를 보였다.
1인 가구 증가는 대학졸업 및 취직 후 통근을 통해 자취생활을 시작하는 가구 외에도 비혼주의자, 고령화에 따른 배우자 사별 및 이혼이 원인으로 꼽힌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확대가 1인 가구 증가를 견인했으며, 2015년 혼자 사는 노인은 600만 명에 육박하고 여성 비율이 남성보다 2배 가량 많다.
싱글족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스마트폰 로봇 ‘로보혼’. 자료원 : MBN ‘비행소녀’ 캡처
2015년, 일본 후생노동성 통계자료에 따르면 63만5,156쌍이 결혼했고 17만181쌍이 이혼함으로써 4쌍 중 1쌍 꼴로 이혼했다. 자녀를 두고 있지 않거나 양육권이 없는 부모는 다시 1인 가구로 돌아오게 되었고 이 또한 1인 가구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점차 늘어 2025년에 36.9%, 2040년에 39.3%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1인 가구를 위한 상품이 늘고 있다. 외로운 싱글족을 위해 일본 전자제품기업 샤프가 2016년 출시한 귀여운 로봇 모양을 한 스마트폰(로보혼)이 TV 프로그램에 등장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알람을 맞추는 것은 기본, 보고 싶은 뮤직비디오 영상을 빔프로젝트 형식으로 벽에 쏘기도 하며 춤과 노래를 보여준다. 이 회사는 로보혼의 기능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데 최근 주목할만한 기능은 독거노인을 위한 서비스로, 매일 일기를 작성하면 자동으로 내용을 가족들에게 전송한다.
초음파를 활용한 초소형 세탁기. 자료원 : 샤프 공식 홈페이지
바쁜 싱글족을 위한 초소형 세탁기도 등장했다. 샤프가 2016년 출시한 초소형 세탁기는 2018년 9월까지 10만 대 가량의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여러 전자제품기업에서 새 모델을 출시했다. 1~2인용 의류 건조기도 인기다. 자신의 빨랫감을 남들이 보이는 곳에서 말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의 가스기기 전문 기업인 린나이는 이처럼 사생활을 보호받고 싶어하는 도심형 싱글족을 위해 올해 1~2인용 가스식 의류 건조기를 출시했다. 1인 가구가 쓰기에 적합한 4kg 용량이며, 기존 자사의 건조기보다 크기를 30% 줄인 규격에 중량 27.4kg으로 집이 크지 않아도 여유 있게 설치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1인 가구를 위한 린나이의 가스식 의류 건조기 ‘드라이 소프트’. 자료원 : 린나이 홈페이지
1인 가구를 위한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혼자 사는 노인들은 넘어지거나 평소 지병으로 쓰러지게 되면 가족 없이 외부에 위험을 알리기 어렵다. 이를 위해 세콤은 노인들의 평소 화장실 등 필수적으로 이용하는 생활 동선에 센서를 설치하고 일정 시간 동안 움직임이 없는 경우 이상을 감지해 자동으로 자료를 전송하게 된다. 만약 실내에서 넘어지거나 크게 다치게 된 경우에는 목에 걸고 있는 펜던트를 쥐게 되면 자동으로 구급신호를 보낼 수 있다.
집 자주 비우는 1인 가구를 위한 해결방안인 택배박스도 인기다. 최근 일본의 전자상거래 증가로 택배 취급 건수가 2006년 29억4,000만 개에서 2016년 40억2,000만 개로 30%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개인의 일용잡화 배달이 늘어나면서 최근 5년간 약 5억 건이 증가했고, 1인 가구의 증가와 더불어 재배달 건수도 함께 늘고 있다.
일본 택배 박스 이용 구조. 자료원 : 일본경제신문
일본 정부는 택배 재배달로 인해 노동력 손실, 운송 트럭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택배박스 보조금을 지원하고 가능한 한 번에 받자는 ‘쿨 초이스’ 캠페인을 벌이는 등 택배 재배달 방지를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후지경제에 따르면 2017년 택배박스 시장 규모는 115억 엔이었으며, 2025년에는 225억 엔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일본 소비자들의 택배박스 이용에 대한 여론은 긍정적이며 일본 내각부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택배박스 이용 경험자는 전체의 0.7%로 적은 편이지만 보급 단계이기 때문에 시장 확대 가능성은 충분하다.
일본 택배박스 개발 업체 관계자는 “작년부터 단독주택용 택배박스 시장의 성장이 2~3년 전에 비해 10배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글=박인수 기자(rlaqudgjs9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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