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 2012년 전국 최초로 시도‧확대해 온 다양한 유형의 사회문제해결디자인 정책이 조례 제정을 통해 법제화된다. 조례가 마련되는 것 역시 전국 최초로, 법적 토대를 바탕으로 정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회문제해결디자인은 행정에 서비스디자인을 적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공공디자인 정책이다. 도시를 세련되고 아름답게 꾸미는 형태 디자인에서 시민의 일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행태 디자인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디자인이다.
그동안 서울시가 마포구 염리동에 1호로 조성한 ‘범죄예방디자인’은 현재 53개소로 확대됐다. 학교생활에서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위험과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학교폭력예방디자인’도 은평구, 도봉구, 성북구, 송파구 총 4개소 조성을 완료한데 이어 올해는 광진구, 동작구를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100세 시대와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인지건강디자인’은 양천구, 영등포구, 노원구 등 총 3개소에 조성 완료하고 현재 송파구에 조성 중이다. 시민 정신건강 개선에 초점을 맞춘 ‘스트레스 프리 디자인’은 작년 처음으로 학교에 도입해 실제로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낮추는 결과도 냈다.
서울시가 이와 같이 서울에서 확대‧안착하고 있는 사회문제해결디자인과 관련한 ‘서울특별시 사회문제해결디자인 조례’를 제정, 20일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1월 4일 공포한다고 밝혔다. 조례가 제정되면 서울시는 사회문제해결디자인 관련 사업에 대한 기본계획을 3년마다 수립해 단계별‧부문별로 체계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내년 중 첫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그동안은 각 사업별로 계획을 수립해 추진해왔다.
특히 1호 사회문제해결디자인 정책으로 시작해 가장 널리 확산된 ‘범죄예방디자인’의 경우 내년부터는 ‘생활안심디자인’으로 이름을 친근하게 바꾸고 자치구가 사업을 직접 추진하는 방향으로 전환된다. 서울시는 예산 지원은 물론 6년 간 축적된 노하우를 전수하는 디자인컨설팅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특별시 사회문제해결디자인 조례는 사회문제해결디자인의 정의 및 적용범위, 시민참여, 교육홍보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적용범위는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디자인 ▴위험예방을 위한 디자인 ▴생활환경 개선 디자인 ▴정서적 안정감 증진을 위한 디자인 ▴공공행정의 편의와 서비스 향상을 위한 디자인 ▴사회복지제도와 시스템 등을 보완하기 위한 디자인 ▴그밖에 서울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디자인 등 7가지로 규정했다. 이밖에도 시민이 디자인 사업을 제안하고 그 과정에서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규정도 마련해 다른 디자인 관련 조례보다 시민참여를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가 그동안 추진해온 사회문제해결디자인 사업은 ▴생활안심(범죄예방)디자인 ▴학교폭력예방디자인 ▴인지건강디자인 ▴스트레스 프리 디자인 ▴디자인거버넌스로 총 5개다. 범죄예방디자인은 우범지대에 디자인을 입혀 환경을 개선, 범죄를 예방하는 사업이다. 2014년 홍콩디자인어워드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효과뿐만 아니라 디자인적으로도 인정받았다.
학교폭력예방디자인은 신체적·정신적 과도기인 청소년에게 학교폭력이 미치는 심각성에 주목하고 디자인을 통한 학교폭력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사업이다. 내년에도 1개소를 선정해 유형별․지역별 특성에 맞는 디자인을 개발하고 다양한 사례가 축적돼 효과가 입증된 디자인(안)에 대해서는 보편적 기준도 제시할 예정이다.
인지건강디자인은 인지능력이 약해진 어르신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인지력이 떨어지는 어린이, 임산부 등을 대상으로 다세대, 다가구 밀집지역, 임대아파트 등 주민들의 생활공간 유형별 특성에 맞는 인지건강디자인을 개발해 적용하는 사업이다. 내년에도 1개소를 추가 선정해 어르신 치매에 대비하고 주거환경에서 인지, 정서 등 일상생활을 향상할 수 있도록 사업을 지속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인지건강디자인 사업의 효과가 입증된 내용들을 담은 ‘인지건강 생활환경 가이드북’ 3종(주거, 실외, 시설)을 개발했다. 이번 달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수요조사를 통해 가이드북을 요청한 자치구, 타 시·도의 주문을 받아 유상으로 제작, 총 1만1,640부를 전국으로 확산한 바 있다.
디자인거버넌스는 시민들이 직접 생활문제를 발굴하고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디자인을 통해 해결해가는 사업이다. 시민 의견 수렴에서 더 나아가 리서치, 현장분석, 아이디어 회의, 전문가 회의 등을 통해 시민들이 문제를 다각도로 직접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내년에도 생활문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해결해 나가고 그동안 구현해온 사업들도 유지‧관리할 계획이다.
사업 시작 후 현재까지 총 14개의 사업이 선정·추진됐다. 뇌성마비 아동의 의복문제 해결을 위한 서비스 디자인, 한강공원 야간 자전거 안전운행 유도 디자인, 이웃간 갈등해소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유기동물 발생 방지를 위한 서비스디자인, 간접흡연 방지를 위한 서비스디자인 등이 현장에서 구현됐다.
스트레스 프리 디자인은 정형화된 사회문제 외에 시민의 다양한 스트레스를 디자인으로 개선하는 사업이다. 작년부터 공공기관 최초로 추진하고 있다. 내년에는 2개 학교에 적용한다. 서울시는 1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스트레스 현황을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중랑구 신현중학교에 ‘스트레스 프리 존’을 조성했다. 약 7개월간 시범운영 후 학생들을 대상으로 뇌파를 측정한 결과, 스트레스 저항능력이 좌우뇌 평균 33.7%, 24% 상승하는 효과를 얻었다.
또 현재 서울시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지하철공간을 시범대상으로 지하철을 이용하며 직면하는 다양한 스트레스와 이용자 행태적 특성을 분석해 이를 개선하는 디자인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주요 스트레스 높은 역사로 꼽히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을 시범대상지로 선정해 이용자 행태를 분석하고 있다.
서정협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이번 조례 제정으로 서울시의 사회문제해결디자인 정책이 더욱 탄력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번에 마련된 법적 토대를 바탕으로 서울시가 공공디자인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가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글=박인수 기자(rlaqudgjs9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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