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할배의 날’닻을 올리다!
경상북도는 대가족사회의 장점을 살린 조부모 중심의 가족공동체 회복을 통한 사회문제해결을 위해 2014년 10월 ‘할매할배의 날’을 제정했다. ‘할매할배의 날’은 매월 마지막 토요일 부모가 자녀와 함께 조부모를 찾아가 세대간 소통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우며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이루는 날이다. 섬김과 봉양을 넘어선 함께함의 가치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효 문화 창출과 함께, 경제적으로는 풍족하지만 정서적으로 궁핍한 시대에 잊혀져가는 가족 간의 정(情)을 되살려 사람 냄새나는 사회로 만들기 위한 바람으로 제정됐다.
‘할매할배의 날’은 기타 기념일이 가지고 있지 않는 특별함을 지니고 있다. 1년에 한번 섬김과 봉양이라는 일회성 행사에 그치고 일반국민들이 기억하고 실행하는 구체적인 행위가 부재한 노인의 날과는 달리, ‘할매할배의 날’은 매월 한 번씩 조부모와의 만남을 가지고 그 속에서 소통을 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부부, 개별가정 차원의 대응을 위해 제정한 부부의 날, 가정의 날과는 달리 세대 간 교류를 통해 세대단절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매할배의 날’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외국의 주요한 국가들은 ‘조부모의 날(Grandparents Day)'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고, 조부모와 성인자녀, 손자녀가 함께 참여하는 각종 행사나 모임을 개최하고 있는데 이탈리아, 싱가포르, 파키스탄, 남수단 등은 노인의 날과 별도로 조부모의 날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들은 핵가족화, 맞벌이 가정 증가, 손자녀의 방과 후 활동 증가, 고령화 등으로 가족간 세대차이가 발생해 가족 간 유대감과 소통부재 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국가적 차원에서 조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 하에 조부모의 날을 기념하고 있는데 이는 경북도가 제정한 ‘할매할배의 날’의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경북도는 지난 2년간 ‘홍보, 교육, 소통매체 개발’이라는 세 가지 주요 정책방향을 가지고 전 세대가 공감하는 ‘할매할배의 날’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노력했다. 먼저, 홍보사업은 ‘할매할배의 날’의 의미와 필요성 전달을 목표로 사업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힘을 쏟았다.
대중에게 호감을 줄 수 있고 오래 기억될 수 있는 통합이미지를 개발했고, 1·2세대를 위한 코미디 연극(전유성), 3세대를 위한 인형극 등 다양한 공연을 통해 할매할배의 날을 알렸으며, 유명 걸그룹이 함께 한 로고송(EXID), 웹드라마(AOA)를 제작해 젊은 세대의 관심을 이끌어 냈다. 교육사업은, 격대 간(손주와 조부모) 전통교육인 무릎교육의 현대적인 모델 개발을 목표로 교육대상자의 인식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동력 구축을 위해 마련됐다.
대구․경북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변화하는 가족형태에 따른 역할과 조손문화 사례 등을 제시하며 격대교육의 우수성을 알려준 ‘공무원 인성교육’, 실제 3대가족간 식사를 하면서 그 속에서 조선시대 사대부 집안의 ‘식시오관(食時五觀) 정신’을 배워보는 ‘밥상머리 교육’, 손주세대의 문화와 대화법, 휴대폰 사용법 등 손주를 만났을 때 활용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된 ‘손주맞이 조부모교육’ 등 교육대상의 다양화와 방법의 다각화를 통해 ‘할매할배의 날’이 내포하고 있는 교육적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소통매체 개발 사업은, 조손 간 실제 만남을 유도하고 가족 간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여건 마련을 목표로 가족공동체 회복의 가교(架橋) 역할을 하고자 추진했다. ‘할매할배의 날’소통매체 개발사업의 대표로 TBC 대구방송에서 방영되는 조손 노래 자랑 ‘랑랑(손주랑 할매할배랑) 콘서트’는 단절된 조손간 정내기와 3대 가족의 끈끈한 가족애 회복에 기여하며 23개 시․군을 성황리에 순회하고 있다. 또한 2015년 12월 전국 15개 광역시도에 거주하는 14~18세 청소년과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할매할배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 필요성과 용어 수용성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할매할배의 날’생활실천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필요성에 대한 의견은 61%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국가기념일 지정에 대해서는 50.5%가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할매할배의 날’이 경북을 벗어나 전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국민적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하게 됐다.
공자는 ‘뗏목이라도 타고 조선에 가서 예의를 배우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으로 이웃나라의 존경의 대상이 됐으나, 최근 물질만능주의와 핵가족화가 가속화되면서 사회전반에 인성이 왜곡되고 황폐화 되어가는 매우 걱정스런 사태에 직면하게 됐다. 이에 경북도는 ‘할매할배의 날’이 원만하고 화목한 가족관계와 건전한 사회를 지탱해주는 평형수가 되리라는 믿음으로 지난 2년 간 쉼 없이 달려왔다.
그 결과, 대구·경북 8개 기관단체장이 ‘할매할배의 날’ 공동추진을 위해 모였고, 대한노인회 등 민간단체에서도 두 팔 걷고 나서기 시작했으며, 교육부에서는 ‘인성교육 5개년 종합계획’에 3대가 함께 하는 공감활동 사례로 반영되는 등 각계각층에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각종 사회병리현상을 가정의 화합을 통해서 사회전체의 화합으로 해결해 나가자는 인식변화에 따라 ‘할매할배의 날’이 경북을 넘어서 전국으로 나아 갈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한편, 올해는 전국 동참분위기 조성을 위해 대국민 홍보활동, 전국단위 조직을 가진 민간단체와 파트너십 구축, 국가기념일 제정을 위한 중앙정부와의 협의 등 ‘할매할배의 날’을 전국적인 생활실천운동으로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이재일 경북도 복지건강국장은 “인성이 넘치는 화목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할매할배의 날이 앞장서 나가겠다”며, “올해는 ‘할매할배의 날’이 전국적으로 확산돼, 매월 마지막 토요일은 어르신들에게 최고의 선물인 손주를 안겨주는 날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박인수 기자(rlaqudgjs9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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