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사는 67세 늦깎이 여고생 B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즐겁다. 매달 국가에서 주는 기초연금 20만원을 받으면서 고등학생으로 다시 공부도 시작했다. B씨에게 이 같은 생활은 꿈만 같은 일이다. 그동안 B씨는 남편의 주벽, 낭비벽, 가정폭력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살아야만 했다. 자유를 위해 선택했던 황혼 이혼. 그러나 댓가는 혹독했다. 갈 곳 조차 없는 B씨는 아들 집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런 저에게 기초연금 20만 원은 생명줄이었습니다.” B씨는 가난 때문에 배우지 못했던 한을 기초연금을 받으면서 풀게 됐다. 새롭게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삶에 희망을 찾았다. 잠자리와 식사는 아들의 도움을 받지만 나머지 학교 등록금, 교재비, 교통비 등은 기초연금으로 요긴하게 해결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도입된 기초연금으로 B씨처럼 넉넉하지 못한 노후 생활에 보탬이 된다는 어르신들이 많다. 기초연금은 현 세대 어르신의 안정적인 노후소득 보장과 함께 미래세대의 부담을 모두 고려해 지난해 7월 1일 도입됐다.
보건복지부는 제도의 도입 이후 올해 8월까지 총 444만3,000명의 어르신들에게 매월 최대 20만2,600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이들 중 92.7%에 해당하는 412만 명에게는 기초연금 전액을 지급했다.
이는 기존 기초노령연금제도와 비교할 때 2014년 기준으로 월 지급액 9만9,100원 수준보다 약 10만 원 이상 증대된 수준이다. 또 2028년까지 지급액을 단계적으로 2배로 인상하려던 것을 제도의 도입으로 약 14년 앞당겼다는 의미도 있다.
기초연금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빈곤율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 어르신들의 노후생활 안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또 이로 인해 노인가구의 소득이 증가하고 소득분배가 개선되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어르신들의 만족도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한국조세연구원과 국민연금연구원을 통해 기초연금 도입 후 수급자 어르신들의 만족도를 조사해 본 결과, 수급 어르신들이 ‘기초연금이 생활에 보탬이 되어 만족한다’는 응답이 93.8%, ‘잘 도입했다’는 평가는 96.5%로 전반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복지부는 시행 2년째를 맞아 어르신들의 실제 경제 상황과 생활수준을 고려해 수급 기준을 조정했다. 이에 따라 올해에는 지급 대상자 선정 기준액을 ‘배우자가 없는 단독가구’ 기준으로 87만 원에서 93만 원으로 인상했다.
또 수급자의 소득인정액 산출 시 각종 공제범위를 확대해 현재 경제상황이나 실제 거주 및 소비지출 수준 등이 더 잘 반영되도록 했다. 우선 수급자의 근로소득에서 원천적으로 공제되는 금액을 기존 48만 원에서 52만 원으로, 재산 환산 시 기본재산 공제액을 대도시 기준 1억800만 원에서 1억3,500만 원으로 확대했다.
아울러 기초연금 지급액은 기초연금법에 따라 매년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전국소비자물가변동율을 반영해 인상한다. 올해는 작년 말 발표한 전국소비자물가변동 1.3%를 반영해 4월부터 월 최대 20만2,600원을 지급하고 있다.
정부는 기초연금 수급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기초연금이 필요한 어르신들이 빠짐없이 제도의 헤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는 ‘기초연금 수급희망자 이력관리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관련해 지난 11월 24일 국무회의에서 이력관리제 도입을 골자로 한 ‘기초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
기초연금 수급희망자 이력관리제는 기초연금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수급희망자 어르신을 대상으로 이후 5년간 매년 이력조사를 통해 수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신청을 안내하는 제도다. 앞으로 정부는 제도를 더욱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고 내실화 해 어르신들이 기초연금을 통해 더욱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