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간통죄를 처벌하는 형법 규정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간통죄 폐지와 관련한 각종 기사에는 다양한 의견의 댓글이 달렸고, 그 중에는 ‘합법적 바람’이 가능하게 되었다며 쾌재를 부르는 댓글까지 있다. 수십, 수백 건의 기사와 댓글을 보니, 새삼 간통죄가 이렇게 뜨거운 화두였나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과장된 우스갯소리로 ‘합법적 바람’ 운운하지만, 결론부터 밝히면 합법적 바람은 있을 수 없다. 전에는 형사처벌의 대상이던 것이 이제는 손해배상 형태로만 책임을 진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사진제공: 법무법인 가족
간통죄가 없어지면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이유로 이혼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이혼 사건에서의 부정행위는 간통죄보다 훨씬 넓은 의미로서 ‘현장을 덮쳐 사진을 찍지 않아도’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 간통죄가 없어진다고 혼인의 정조의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니, 유부남, 유부녀들이 새삼 설렐 일도 없다.
또한, 간통죄가 폐지된다고 하여 간통을 저지른 자가 뻔뻔하게 이혼을 청구하여 조강지처를 쫓아낼 수 있는가는 전혀 새로운 문제다. 대법원은 여전히 재판상 이혼사유와 관련하여 유책주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혼인파탄에 책임 있는 사람이 상대 배우자에게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통죄 폐지의 파장은 클 것으로 보인다. 이혼전문변호사인 엄경천 변호사는 “부정행위는 간통죄에 국한되지 않지만, 간통죄라는 형사적 제재수단이 있었기 때문에 피해자, 특히 여성 피해자의 보호에 용이한 측면이 있었다. 이제 간통죄 폐지로 형사합의 등 위자료 액수를 상향조정할 수단이 없어졌으므로, 이혼 소송 자체에서 위자료 액수를 상향 조정하는 것이 간통죄 폐지의 파장을 줄이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후속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62년만의 간통죄 폐지.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끝났지만, 성숙한 우리 사회를 위해 발 빠른 보완조치를 마련하는 것은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