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지리정보원은 2015년 을미년 양(羊)의 해를 맞이하여 양과 관련된 지명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150만여 개 지명 중 40개가 양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십이지를 상징하는 동물 중 여덟 번째인 양은 성격이 온화하여 무리지어 살지만 다툼이 없어, 우리 조상들은 양을 순하고 어질고 착하며 참을성 있는 동물, 평화와 희생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기기도 하였다.
2010년 호랑이(경인년, 庚寅年)를 시작으로 매년 십이지 동물과 관련된 지명을 소개하고 있으며, 2015년 우리나라의 양 관련 지명은 현재까지 가장 많은 지명 수를 차지하는 2012년 용(임진년, 壬辰年) 관련 지명 1,261개, 2014년 말(갑오년, 甲午年) 관련 지명 744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농경문화로 목양(牧羊)이 토착화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다른 동물들보다 양과 관련된 지명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조상들은 보통 양과 염소를 구별하지 않고 쓰는 경향이 있었으며, 종종 같은 의미로도 쓰였던 이러한 경향은 우리 국토의 지명에도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다. 마치 염소와 양의 모습이 닮아서 붙여진 전라남도 영광군 군남면 백양리 ‘아양’마을, 전라남도 신안군 자은면 백산리 ‘양산’ 등이 대표적이다.
사진제공: 장성군청
전국적으로 양과 관련된 지명이 가장 많은 시·도는 전라남도로, 신안군 안좌면 박지리의 ‘노양도’ 등 15개로 가장 많았으며, 경상남도 9개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글자별로 살펴보면, ‘양도’라는 지명이 경상남도 마산시 진동면 고현리의 섬 이름을 비롯하여 전국에 6개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명의 종류별로는 마을의 명칭이 23개로 가장 많았으며, 섬의 명칭이 7개, 산의 명칭이 6개 등으로 나타났으나, 지명의 유래 등을 세부적으로 조사하면 양 관련 지명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체로 남부 지방과 섬에 양 관련 지명이 많이 분포하는 것은, 예로부터 가축 관리가 편리해 섬과 같이 고립된 지역에 방목하여 키웠던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의 다양한 모습과 관련된 지명도 있다. ‘양각산’은 봉우리가 뾰족한 양의 뿔을 닮았다고 하여 유래되었으며, ‘내장산’은 산안에 숨겨진 것이 무궁무진하며 구불구불 이어진 계곡과 산세로 마치 꼬불꼬불한 양의 내장 속에 숨어들어 간 것 같다고 하여 지명이 유래되었다.
양은 종교적으로도 신성한 동물로서 신화나 전설의 주제로 등장하였는데, ‘백양사’에는 불법(佛法)에 감화된 흰 양과 관련한 유래가 전해지는 등 수행자를 상징할 정도로 평화와 온유의 대명사로 여겨져 왔다. 또 오래도록 무릎을 꿇고 있는 습성과 무릎을 꿇고 젖을 먹는 모습에서 옛 사람들은 '은혜를 아는 동물'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습성은 누워있는 양의 모습을 비유한 지명으로 표현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양의 모습이나 습성과 관련된 이야기는 조상들의 삶과 문화에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우리 국토의 지명 속에 자리 잡아 내려오고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에서는 우리의 문화와 역사가 녹아들어 있는 지명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유래 등을 발굴하여 지명이 우리 생활에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2015년 을미년 양의 해를 맞이하여, 평화롭게 무리지어 살아가는 양처럼 화합과 평화의 기운이 가득 찬 한해가 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