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전력을 속이고 직업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면 혼인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A씨와 B씨는 2012년 9월 교제를 시작하여 2012년 12월 헤어졌다가 다시 2013년 5월 다시 만나 연인관계로 발전하였고, 2013년 7월 혼인신고를 하였다. 그런데, B씨는 2012년 12월경부터 A씨와 혼인할 때까지 C씨와 사실혼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음에도 A씨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다. 또한 B씨는 교제 당시 A씨에게 자신이 애견숍(애완동물 가게)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하였으나, B씨는 애견숍을 하면서 남자 유흥접객원을 유흥업소에 공급하는 속칭 보도방도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사진제공: 법무법인 가족
이 사건에서 서울가정법원 가사5단독 박평수 판사는 “사실혼 전력과 직업은 혼인의사를 결정할 때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하면서 “B씨는 이에 대하여 A씨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A씨가 이런 사실을 알았더라면 혼인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보아 민법 제816조 제3호에서 정한 ‘사기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에 해당되므로 혼인을 취소한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박 판사는 혼인을 취소함과 동시에 B씨는 A씨에게 위자료 2,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이혼 전문 엄경천 변호사는 “혼인 당사자의 친척이나 중매인 또는 당사자 자신이 혼인의 성립을 위하여 불리한 사실을 감추거나 사실을 과장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면서 “사기로 인하여 혼인이 취소되기 위해서는 사기로 인하여 생간 착오가 일반적으로 사회생활 관계에 비추어 볼 때 혼인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당사자가 그런 사실을 알았더라면 혼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가족법(민법)은 ‘부모의 동의없는 미성년자의 혼인’, ‘일정한 근친혼’, ‘중혼’과 함께 ‘혼인당시 당사자 일방에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사유 있음을 알지 못한 때’와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를 혼인취소 사유로 정하고 있다.
혼인취소 사유에 해당되는 경우라도 미성년자가 성년에 달하거나 근친혼을 한 후 임신을 하거나 악질 등을 알고 6개월이 지난 경우, 사기를 안 날 또는 강박을 면한 날로부터 3월을 지난 경우에는 혼인취소를 청구하지 못한다. 다만, 혼인취소를 청구하지 못하더라도 재판상 이혼사유가 되면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혼인의 상대방에 의한 사기뿐만 아니라 제3자에 의한 사기도 혼인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 대법원도 일찍이 제3자에 의한 사기도 혼인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확인한 바 있다. 결혼중개업체가 증가하면서 제3자에 의한 사기 결혼도 증가하고 있다.
엄 변호사는 “이혼상담 사례를 보면 국제결혼 중 단기에 해소되는 경우에는 사기를 이유로 혼인취소 사유를 주장할 여지가 많다”면서도 “이혼소송의 실제 모습을 보면 혼인취소 사유는 매우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