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 거주하는 어르신 황용철 씨(71세)는 모 패스트푸드점에 신메뉴가 출시되었다는 TV광고를 보고 매장을 찾았다. 그동안 복지관 키오스크 사용교육에서 배웠던 기억을 더듬어 메뉴를 찾아 주문하려고 했지만, 글씨는 작고 그림이 많아 원하는 햄버거 메뉴가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없어 답답했고, 광고와 추가메뉴 선택, 포인트 적립 등 원하지 않는 복잡한 절차가 계속 이어져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결국 황 씨는 키오스크 사용을 기다리던 뒷사람의 도움을 받은 후에야 주문을 마칠 수 있었다.
서울디지털재단은 고령자들의 디지털 소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키오스크에 적용 가능한 ‘고령층 친화 디지털 접근성 표준’을 개발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서울디지털재단 홈페이지(www.sdf.seoul.kr) ‘지식정보’ 코너에서 확인 가능하다.
서울디지털재단은 21년 3월 고령층 친화 디지털 접근성 표준의 모바일웹·앱과 영상콘텐츠 버전을 공개해, 스마트폰 앱, 모바일웹, 영상콘텐츠가 어르신의 신체적·인지적·심리적 특성을 고려해 제작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가이드는 키오스크를 통한 각종 서비스가 늘고 있는 가운데, 고령층 디지털 기기 이용 편의를 제고하고자 진행됐다. 고령층의 신체적‧인지적‧심리적 특성을 반영해 키오스크 서비스들이 구현될 수 있도록 표준과 적용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서울디지털재단은 키오스크 서비스를 기획할 때 고려해야 할 3대 원칙으로 크게 △정보구조 △서비스 흐름 △대체수단을 제시했으며, 각 원칙에 따라 총 8개 적용지침, 22개 적용방법을 설명했다. 정보구조는 어르신이 키오스크 화면에 나타나는 내용을 보고 과업목적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를 설계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서비스 흐름은 과업을 수행하는 어르신 동작에 따라 바뀌는 화면 흐름에 관한 내용으로, 사용자 경험을 증대시키기 위한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 대체수단은 본 표준에서 제시하는 모든 조건을 따르기 어려울 경우를 고려해, 기존 버전과 함께 간편모드를 별도로 제공하도록 권장하는 내용이다.
이 표준안에 따르면 키오스크 화면 내 글자 크기는 가로·세로 최소 10mm 이상이어야 하고, 화면 상하좌우에 추가 콘텐츠가 있는 경우 화면 내에 일부가 보이도록 해야 한다. 과업 수행 도중 새로운 추천‧광고 등을 위한 추가 팝업창은 배제해야하며, 카드 결제 등 화면 밖 과업이 필요한 경우 불빛 등으로 안내해야 한다.
재단은 총 22개 권장 가이드를 한번에 담은 ‘간편모드’를 제공하는 방법도 담았다. 키오스크 첫 화면에 간편모드를 선택하도록 안내해 어르신의 심리적 부담감을 덜어드리기 위함이다. 또한, 키오스크 콘텐츠가 어르신이 사용하기 편리하게 구성되었는지 확인해보는 방법도 제시했다. △표준을 준수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전문가평가 △더 높은 사용자 경험을 위한 어르신 사용자평가 △기획·개발·구현 절차별 활용방안 등을 알려준다.
강요식 서울디지털재단 이사장은 “키오스크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의 디지털 불평등 문제가 지속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소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며 “표준을 개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패스트푸드점·카페·영화관·공공시설 등 곳곳에서 개선된 사례가 보이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디지털재단은 이번에 개발한 가이드를 검증해보고, 지침의 우선순위와 구체적인 적용·평가 방법론을 개발하기 위해 어르신 사용자 점검단을 구성·운영할 예정이다. 고도화된 표준이 발표되면, 키오스크를 운영하고 있는 여러 기관과 협력해, 실제 서비스에 표준을 적용하고, 개선 전·후의 효과와 성과를 분석해보는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글=정재우 기자(rlaqudgjs9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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