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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유병자 200만 시대, 몸보다 더 병들어 가는 마음들

인재근 의원 “심리지원 제도에 대한 정확한 안내·홍보 필요, 심리지원 대상도 확대해야”

입력 2021년10월11일 19시08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 지난 7월 인재근 의원이 주최한 ‘암환자 심리지원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495명의 암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암환자 5명 중 4명(79.4%)이 암 진단시 정신적·심리적 충격이 컸다고 답했고, 암 진단시 들었던 가장 큰 걱정(1순위)으로는 ‘죽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22.2%)’, ‘가족에 대한 걱정(20.2%)’, ‘암 치료 실패에 대한 두려움(13.3%)’ 등 심리적 문제가 꼽혔다. 암 치료시 가장 힘들었던 점(1순위)을 묻는 질문에도 ‘심리적 어려움(24.2%)’이라고 답한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신체적 고통’이라고 답한 비율은 그 뒤를 이은 22.2% 였다.

 

# 같은 토론회의 다른 발표자료를 보면, 암환자의 우울, 불안 유병률은 일반인의 2~3배에 달하고 암환자 5명 중 1명이 자살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환자 중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의 디스트레스(distress)를 겪는 비율이 35~44%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실제 학계에서는 암환자 3명 중 1명은 정신과 진료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도 있다.


 

보건복지위원회 인재근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많은 암환자가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심리지원 제도를 이용하는 사례는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재근 의원은 암환자 심리지원 제도에 대한 안내와 홍보를 강화하고, 나아가 심리지원 대상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18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신규 암환자는 24만 3,837명이었고, 암 유병자는 200만5,520명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수명(83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7.4%로, 3명 중 1명 이상에게서 암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그만큼 암은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질병이다.

 

암환자들은 죽음에 대한 불안, 가족과 직장에 대한 걱정, 치료에 대한 스트레스 등 다양한 정신적·심리적 고통에 직면한다. 암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약물이 직접적인 호르몬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인재근 의원에 따르면 정작 암환자가 심리지원 제도를 이용한 비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인 암환자 심리지원 제도에는 ‘암환자 산정특례’,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 심리지지 프로그램’, ‘국가암정보센터 암생존자 온라인 자가평가’ 등이 있다.

 

 

암환자 산정특례는 암환자의 본인부담률 인하를 통해 진료비 부담을 완화하는 제도이다. 암질환은 물론 암질환과 인과관계가 있는 합병증으로 입원하거나 외래 진료를 받을 때 본인부담을 경감해준다. 진료의사의 의학적 판단이 있다면 암환자는 정신과 진료에서도 산정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실제 2018~2020년까지 3년간 암환자의 산정특례 정신과 진료 총 진료비는 연평균 약 75억7,781만 원이고, 이 중 환자 본인부담금은 약 7억6,266만 원이었다. 총 진료비 중 환자가 부담한 금액은 10.1% 수준이다. 정신과 진료 1회당 본인부담금으로 환산하면 약 1만7,000원 정도로, 암환자는 큰 부담 없이 정신과 진료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혜택에도 같은 기간 정신과 진료 산정특례를 이용한 암환자는 연평균 약 1만 1,105명에 불과했다. 2018년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신규 암환자(24만3,837명) 대비 정신과 진료 산정특례를 이용한 암환자(9,417명) 비율은 약 3.9%에 그쳤다.

 

또한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 심리지지 프로그램은 전국 18개 중앙 및 권역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에서 암생존자와 가족에게 디스트레스에 대한 정보와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성인과 소아·청소년으로 대상을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

 

인재근 의원이 약 1년간 심리지지 프로그램에 참여한 인원을 분석한 결과, 성인의 경우 3,425명, 소아·청소년의 경우 193명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현재 심리지지 프로그램은 당사자의 신청을 통해 참여하는 체계로 운영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지역의 암환자 정보와 연계해 암환자에게 심리지지 프로그램을 선제적으로 안내하는 등 참여율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가암정보센터 암생존자 온라인 자가평가는 암생존자가 국가암정보센터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자가평가를 통해 디스트레스를 평가하는 프로그램이다. 국가암정보센터는 그 결과에 따라 암생존자에게 교육자료를 제공하거나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 이용을 안내하고, 정신건강전문가 등 전문의료진 상담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자가평가가 실시된 2020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약 1년간의 이용현황을 살펴보면, 이를 이용한 암생존자는 127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성인 이용자가 110명이었고, 소아·청소년 이용자는 17명뿐이었다.

 

인재근 의원은 “암환자의 마음까지 살펴보는 심리지원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한다”면서, “일단 암환자와 정신과 의사 등 의료진에게 심리지원 제도에 대한 정확한 안내와 홍보가 선행돼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심리지원 대상을 배우자, 보호자 등 암환자의 가족으로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남정식 기자(rlaqudgjs9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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