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에 사는 결혼 7년차 동갑네기 부부 이 씨(36세, 남)와 민 씨(36세, 여)는 맞벌이다. 슬하에 여섯 살짜리 아들 하나를 두고 있는데, 어렸을 때부터 시어머니가 키웠다. 그런데, 민 씨는 이런 시어머니 때문에 이혼을 고민 중이다.
결혼 직후 아이를 갖게 된 민 씨는 가까이 사는 시어머니가 아이를 키워주신다고 하여 여간 고맙지 않았다. 공립학교 교사인 민 씨는 출산휴가 3개월을 포함하여 1년 정도 육아휴직을 할 예정이었다. 월급과 경력도 중요하지만 아이와 정서적 교감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어머니는 출산 후 두 달이 지나자 ‘아이를 키워줄 테니 출산휴가가 끝나면 복직하라’는 것이었다. 남편 이씨도 어머니가 아이를 돌봐준다는데 육아휴직을 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태도다.
사진제공: 법무법인 가족
민 씨는 결국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떠밀려 출산휴가를 마치고 직장으로 복귀했다. 시어머니는 손자를 끼고 살면서 집착을 보이기 시작했다. 민씨가 아이를 데리고 잔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남편 이 씨는 아내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무조건 어머니 입장만 두둔했다. 민 씨가 이 씨에게 분가를 제안하자, 이씨는 ‘어머니가 아이도 봐줘서 불편함이 없는데 왜 분가를 하냐’면서 분가를 반대했다.
엄경천 변호사는 “비록 미성년자라도 혼인을 하게 되면 성년으로 간주하는데, 이는 ‘미성년자의 보호’보다 ‘부부의 독립’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평양 감사도 제 싫으면 그만이다. 아무리 시어머니가 아이를 돌봐준다고 해도 아이 엄마인 며느리의 의사에 반하여 도움을 강요할 수는 없다. 시어머니의 도움이 며느리의 의사에 반한다면 더 이상 도움이라 할 수 없다.
아이 엄마가 아이와 엄마의 정서적 교감을 중시한다면 시어머니는 이를 존중해 주어야 한다. 시어머니가 아이를 돌봐주는 것을 권력관계로 이용한다면 곤란한 일이다.
남편은 ‘시어머니의 아들’로서 입장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아내의 남편’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엄경천 변호사는 “부모는 장성한 자녀를 놓아주어야 하고(부모의 해방의무), 혼인한 자녀는 그 부모로부터 독립해야 하며(자녀의 독립의무), 부부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고 고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부부의 균형의무)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부부는 ‘부모가 혼인한 자녀를 놓아주지 못한다’고 불평할 것이 아니라 독립을 유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과 행동이 필요하다.
며느리(사위) 중에는 “시어머니(장모)가 나쁜 사람은 아닌데…”라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부부의 ‘독립’과 ‘균형’은 사람이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