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복지관 다시 나갈 수 있어요? 매일 집에만 있으니 답답해 죽겠네..”
서울 성동구청 복지정책과에 하루가 멀다 하고 걸려오는 어르신들의 전화는 매일 다니던 복지관 문을 언제 여냐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건강취약계층인 어르신들의 모든 일상은 멈춰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르신들의 유일한 즐거움 중에 하나였던 복지관과 경로당이 기약 없는 장기 휴관에 들어가며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의 사회적 고립감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요즘 회자되는 코로나블루(blue: 우울)다.
이에 성동구는 노인맞춤 돌봄서비스 대상 독거어르신 786명에게 ‘집에서 기를 수 있는 콩나물 기르기 키트’를 제공하기로 했다.
콩나물 기르기 키트는 매일 3~4회씩 물을 주며 관심을 주어 키우게 되면 일주일 뒤에 수확해 요리도 해먹을 수 있어 든든한 영양보충도 할 수 있다. 어르신들에게 매일 소일거리를 제공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조금은 우울한 마음을 달래며 조만간 상황이 괜찮아 질 것이라는 심리적 방역의 ‘희망백신’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다.
구는 지난 20일부터 65명의 성동노인종합복지관 및 옥수재가노인지원센터의 생활지원사가 직접 독거어르신 가정을 방문해 키트를 설치해 주며 안부확인도 병행하고 있다. 생활지원사들은 코로나19 이후에도 매일 전화로도 안부확인을 해왔다.
키트를 받은 마장동의 임도웅 어르신(80)은 “하루종일 혼자 지내는 방이 답답하고 친구도 만나지 못하고, 텔레비전이 유일한 친구인 감옥이나 다름 없는 생활이었다”며 “콩나물을 키울 생각은 해보지도 못했는데 예전 키우던 생각도 나고 소일거리가 생겨 작은 낙이 생긴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어르신들의 마음이 힘들어지기 시작하면 몸도 아플 수 있어 늘 걱정이다”며 “어르신들에게 ‘희망백신 콩나물 키트’가 무료함을 없애고 현재 상황을 평온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안경희 기자(jyounh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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