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금리가 장기간 지속되고 잇다. 그런데 금융상품에 가입해서 쥐꼬리만한 이자나 배당을 받을 때도 꼬박꼬박 세금을 내야 한다. 노후자금을 마련하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는 A씨(45세)는 뭔가를 수를 내야지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수소문한 결과 연금저축이나 IRP에 가입하기로 했다.
연금저축이나 IRP에 가입하면 저축금액을 세액에서 공제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기서 발생한 이자나 배당소득에는 당장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똑같은 해외펀드에 투자하더라도 연금저축이나 IRP를 이용해 투자하면 세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일까?
연금저축이나 IRP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세액공제다. 저축금액의 일정비율을 연말정산 때 세금에서 빼주는 것이다. 하지만 연금저축과 IRP에 주어지는 세제혜택이 세액공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적립금에서 발생한 운용수익에 대한 과세를 인출시점까지 연기하고, 적립금을 연금으로 수령할 때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 또한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투자자 입장에서는 간과할 수 없는 세제혜택이다.
운용수익은 찾아 쓸 때 과세한다
금융상품에 투자할 때 무시하지 못할 게 세금이다. 현행 소득세법에서는 금융상품에 투자해서 발생한 이자와 배당 같은 금융소득에 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먼저 금융기관에서 이자와 배당을 지급할 때 15.4%의 세율로 세금을 원천 징수한다. 그리고 한 해 동안 발생한 과세대상 금융소득이 2,000만 원을 넘으면 초과금액을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과세하고 있다. 이를 금융소득종합과세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많은 사람 입장에서는 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연금저축이나 IRP와 같은 연금계좌 적립금에서 발생한 금융소득은 이 같은 방법으로 과세하지 않는다. 연금계좌에서 발생한 이자와 배당에는 당장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이를 인출할 때 과세한다. 이를 두고 과세시기를 뒤로 미룬다고 해서 ‘과세이연’이라고 한다. 당장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니 금융소득종합과세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연금으로 수령하면 저울로 과세한다
그렇다고 세금을 전혀 안 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운용수익을 찾아 쓸 때 세금이 부과된다. 과세대상수익을 연금으로 수령하면 비교적 낮은 세율의 연금소득소득세가 부과된다. 연금소득세율은 연금을 받는 시기에 따라 차이가 난다. 연금저축과 IRP 가입자는 55세부터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데, 연금수령자 나이가 70세 미만이면 5.5%, 70세부터 79세 사이이면 4.4%, 80세 이상이면 3.3% 세율로 세금이 부과된다.
연금소득세율은 연금수령방법에 따라서도 차이가 난다. 가입자가 살아 있는 동안 계속해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종신형을 선택하면 연금 수령자 나이가 70세가 안 된 경우에도 4.4%의 세금이 부과되다 이후 80세가 되면 3.3%로 변경된다.
과세대상 운용수익을 55세 이전에 인출하거나 연금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찾아 쓸 경우에는 기타소득세가 부과된다. 기타소득 세율은 16.5%로 일반 금융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율(15.4%)보다 높다. 하지만 해당 소득은 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분리과세한다. 한 해에 2,000만 원이 넘는 운용수익을 일시에 찾아 쓰더라도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해당하지 않는다.
해외펀드 투자에 따른 금융소득종합과세 우려는 연금계좌로 피하자
2016년 4월 1일부터 펀드과세 방법이 일부 바뀌었다. 이전에는 펀드를 매년 1번씩 결산하면서, 이때 펀드가 투자하는 주식에서 발생한 매매-평가차익과 환차익을 이자-배당과 같은 소득과 합산해 소득세를 부과해왔다. 하지만 펀드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같은 과세방식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렇게 매년 결산을 하면서 세금을 부과하면, 주가가 오르거나 환차익이 발생한 해에 세금을 내면서도 주가가 떨어지거나 환차손이 발생한 경우에는 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주식형펀드 투자자의 불만이 컸다. 국내주식형펀드의 경우에는 주식의 매매·평가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매년 결산 후 과세를 하더라도 별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주식형펀드는 주식의 매매·평가차익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A씨가 해외주식형펀드에 2년간 자금을 운용하면서 첫 해에는 주식매매로 200만 원 이득을 얻었고, 두 번째 해에는 300만 원 손실을 봤다고 하자. 그리고 투자기간 동안 주식매매 이외에 다른 이익이나 손실은 없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A씨는 첫 해 주식 매매차익 200만 원에 대해 배당소득세 30만8,000원(200만 원×15.4%)을 납부해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 해에는 손실을 봤기 때문에 세금을 납부할 필요가 없지만 그렇다고 지난해 납부한 세금을 돌려받을 수도 없다. 이렇게 되면 A씨 입장에서는 2년간 투자하면서 100만 원 손해를 보고도 30만 원이 넘는 세금을 납부한 셈이다.
이와 같이 불합리한 점을 해소하기 위해 2016년 4월부터 펀드 과세 방법을 일부 변경했다. 매년 펀드를 결산하면서 발생한 주식과 채권 매매이익과 환차익에 바로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투자자가 펀드를 환매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투자기간 동안 손익을 통산해 세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로써 장기 펀드투자자들이 가졌던 불만을 일부 해소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과세 방법 변경으로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할 일이 또 하나 생겼다. 바로 금융소득종합과세다. 장기간 해외펀드에 투자하는 동안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다. 이때 펀드를 환매하면 해당연도에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될 우려가 있다. 물론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 원을 넘지 않도록 자금을 분할해서 인출할 수도 있지만, 자칫하다 실수를 하거나 부득이하게 목돈을 찾아 써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 같은 우려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해외펀드에 투자할 때 절세상품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노후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해외투자를 하는 경우라면 연금계좌도 고려해볼 만하다. 연금계좌에서 발생한 운용수익에 대해서는 이를 인출하기 전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따라서 운용기간 동안에는 금융소득종합과세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운용수익을 연금으로 수령하면 운용수익을 일시에 찾아 쓰면 기타소득세(16.5%)가 부과되지만, 이 또한 분리과세하기 때문에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