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노인의 경제적 학대 비상

노인의 경제적 착취와 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

입력 2019년11월11일 03시45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자기 자신에 충실하고 자기 역량의 범위에서 가족과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본연의 모습에 충실한 것이다.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자신에게 중요할 뿐 아니라 가족의 행복과 사회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과 개성의 존중을 실천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노년의 삶에서도 이런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은퇴하기 이전에 나름의 소득이 있어야 하고 이를 비축해 두어야 할 것이다. 돈이 있어야 공적 사회복지서비스로 제공하는 집단적 프로그램 이외에 개인의 개성과 선호도에 충실한 여러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주기적으로 개인의 취향에 맞는 여행과 휴식을 취하는 것, 자녀가 자주 방문하지 않더라도 수시로 안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는 것, 고령으로 인해 관리하기 힘든 각종의 소소한 재산관리 업무를 지원 받는 것, 개인의 필요에 따른 물품을 구입하는 것 등은 모두 돈이 없이는 꿈꿀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런 점에서 노후에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를 충실히 제공받아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일정한 돈을 비축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국민연금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자신의 삶의 질을 개선하거나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금전을 관리하고 지출하는 일을 스스로 하는 것이 힘들 수 있다. 무엇보다도 급변하는 금융환경, 물품과 서비스 구입 메커니즘의 변화, 급격한 온라인화 등으로 적응이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힘든 일을 할수록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그것이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 그런 일을 아예 하지 않고 자신이 잘하고 잘할수록 있는 것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치매 등의 질환으로 금전관리가 더욱 더 힘들 수도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노인의 금전관리 역량의 쇠퇴, 급격히 변화하는 시장환경 등을 악용해 노인을 경제적으로 착취하거나 경제적 학대가 급격히 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노인세대가 보유하는 재산액수가 늘어날수록 이런 경제적 착취와 학대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은 선진국의 예를 보아도 명백하다. 2015년 자료에 따르면 노인대상 경제적 수탈은 연간 약 169억 달러, 경제범죄피해액은 연간 127억 달러, 돌봄제공자에 의한 경제적 학대피해도 연간 66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노인의 경제적 학대의 피해는 매우 심각하다. 무엇보다도 피해 재산을 회복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그로 인해 노인이 입은 심리적, 정신적 충격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이론 인해 자살하거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는 것 등이 그 예이다. 2013년 영국의 한 자료에 따르면 노인의 경제적 착취나 학대 피해로 인해 국가가 노인을 위해 추가적으로 지출하는 요양비지출액은 연간 4억5,000만 파운드(약 4,75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노인의 경제적 착취와 학대피해는 개인의 피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말해 주고 있다.

 

그 점에서 노인의 경제적 착취와 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노후를 준비하기 위한 재산을 적절하게 비축해 두었다 하더라도 경제적 착취와 학대를 예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비축해 둔 재산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수단이 고령신탁서비스다. 스스로 재산관리를 하는 것이 힘들 시점부터 사망시점까지 자신의 희망, 욕구, 선호도에 걸맞게 재산이 지출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서비스가 고령자신탁의 핵심이다.


 

금융기관의 금융신탁은 자산의 증식에 초첨을 둔 것이라면, 이 신탁서비스는 노인의 재산이 개인적 사정에 따라 각기 달리 지출되어야 할 일상생활, 요양, 치료를 위해 안정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공적 사회복지서비스로 충족되지 않는 개인적 수요에 충당될 수 있게 개인의 재산을 관리해 준다면 국가의 복지재정의 부담도 덜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개인과 사회가 협력해 노후 생활을 인간답게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이념을 구현하는 셈이다. 이런 고령자신탁서비스가 활성화된다면, 경제적 착취나 학대 피해의 대부분을 미리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인들이 많을 것이고, 이들은 여전히 경제적 착취나 학대에 쉽게 노출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위험성이 있는 노인을 조기에 발견해서 고령자신탁서비스나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경제적 착취나 학대 예방 시스템을 시급히 구축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제공하는 학대피해구제서비스는 이런 예방적 서비스와는 거리가 멀다. 이런 예방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우리나라에는 어디에도 없다. 이에 관한 관심을 가지고 시급히 경제적 착취와 학대를 예방하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법제 정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정창국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건강 스포츠 문화 이슈

동영상 뉴스

포토뉴스

건강뉴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