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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도 줄어들고 서비스를 거부해요

활동적인 프로그램 위주로 받아보실 수 있도록 재가방문기관과 상담 진행

입력 2019년05월20일 01시10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 저희 아버지는 최근 치매진단을 받으셨습니다. 아버지가 치매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도 힘이 드는데 서비스도 거부하시고 의기소침해 있는 상태라 많이 걱정이 됩니다. 아버지께서 4년 전 파킨슨병을 진단받고 운동과 재활치료에 전념하시면서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치매진단을 받게 된 것이 충격이셨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 말씀도 줄고 자신감이 현저히 떨어져 의욕도 예전 같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러던 중에 주변에서 돌봄이 필요한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노인장기요양등급을 신청해서 서비스를 받으면 도움이 된다고 해서 몇 달 전에 3등급을 받았습니다. 안전하게 서비스를 이용하면 좋겠다는 가족의 바람과는 다르게 아버지는 주간보호서비스도 거부하시고 방문요양도 싫다고 하십니다.

 

처음에 주간보호센터를 1개월 가량 다니다가 거부하셨고, 어렵게 방문요양을 시도해서 2주 정도 받으셨는데 방문요양보호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거부를 해서 온 가족이 지쳐 있는 상태입니다. 혼자 계시는 시간에는 다른 가족들에게 자주 전화를 하시고 많이 불안해하십니다. 특히 어머니를 심하게 의심하고 있어 어머니가 매우 힘들어하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도움 부탁드립니다.


 

A 가족들이 기대를 많이 하시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아버님이 거부하셔서 무척 당황스러우실 것 같습니다. 우선 주간보호나 방문요양서비스를 거부하는 문제는 아버님과 의사소통이 가능하시다면 아버님에게 왜 싫으신지 물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버님의 성격이 내성적이고 타인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리시는 성격이라면 편안한 가족은 보이지 않고 낯선 사람이 내 주변에 있으면서 도와주는 것에 대해 어색하고 불편해서 서비스를 거부하실 수도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타인과 쉽게 친해지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낯선 사람과 친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낯선 환경도 힘이 드는데 프로그램 참여 등 단체 생활을 하는 것이 아버님에게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본인이 납득할만한 동기부여나 기관에 다닐 수 있도록 보호자와 같이 참여해본다든지 익숙해질 수 있도록 지지나 격려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거부증은 전두엽 손상이 있는 치매환자에서 흔하게 나타나는데, 치매로 인해 무엇을 하기로 요청 받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천만다행인 것은 아버님께서 주간보호나 방문요양서비스를 거부하면서도 아침운동을 잘 참여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치매초기로 비교적 인지기능이 유지되고 있고 운동을 하시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활동적인 프로그램 위주로 받아보실 수 있도록 재가방문기관과 상담을 다시 진행해보시면 좋겠습니다.

 

한편 또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아버님이 선생님과 같이 운동을 하고 나면 피로감이 있고 휴식을 취하고 싶은데 낯선 요양보호사가 와서 서비스를 해주신다고 하면 아버님 입장에 서는 불편해서 거부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오전에는 운동에 참여한 후 충분히 휴식시간을 가진 다음 오후에 시간을 두고 방문요양을 받는 것도 시도해보십시오.


 

다음은 어머니를 의심하는 문제입니다. 치매초기에 환자들은 최근 기억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불안, 초조하고 자신이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남의 탓으로 돌리거나 의심으로 채우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정신 행동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머님과 동생분이 24시간 일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아버님이 집에 혼자 계시는 시간이 많은데 사랑하는 아내가 일하러 나갔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하루 종일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어머님을 의심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버님이 혼자 계시는 시간에 가족들에게 자주 전화를 하시는 것은 기억력이 떨어져 조금 전에 전화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여 그러실 수도 있습니다. 치매가 진행이 되면 의심이나 망상증상 등이 생길 수 있는데, 평소에 좋아하고 신뢰하던 자녀나 아내에게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어머님도 정서적으로 많이 속상하시고 충격을 받을 수는 있지만 병의 진행이나 증상에서 흔하게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하시면 조금은 위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혹시 신체상에 표현하기 어렵지만 건강상의 불편함이 있는지 살펴보시고 식사, 수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 약복용 등 전과 비교해서 변한 것이 있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또한 주간보호센터, 요양보호사의 교체 등 환경변화로 우울이나 불안 등의 정신행동증상이 악화될 가능성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의심을 하면서도 본인이 좋아하는 가족이기 때문에 정서적 지지나 관심을 원하실 수 있습니다.

 

현재 어머님이 일을 하시느라 저녁에 들어오시면 잠만 주무시고 나가신다고 하셨는데 일을 하는 중간이라도 자주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신다거나 집으로 돌아오면 짧은 시간이라도 남편과 친밀한 관계를 가지려고 노력하시면 좋겠습니다.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면 의심이나 망상증상이 다소 완화가 될 수도 있지만 아버님이 전보다 더 의욕이 없거나 불안, 우울이 심하다고 판단이 되시면 담당의사와 상의해서 약물치료를 받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아버님이 가족에게 전화를 거신다는 것은 인지기능이 비교적 잘 유지된다는 긍정적인 면일 수도 있습니다. 가족들이 심정적으로 많이 힘든 상황이지만 아버님이 남아있는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글=김성민 기자(sm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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