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시설 입·퇴소를 위한 의사결정과정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노인의 자기결정권을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노인의료복지시설 입·퇴소와 자기결정권’ 토론회에서 발제에 나선 김준표 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연구교수는 “신체적·인지적 기능이 부족한 노인이 자신의 의사보다는 가족의 의사나 상황에 따라 입소와 퇴소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노인의 자기결정권은 개인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요양시설 등 노인의료복지시설에 입소하는 노인의 59.9%가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입소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가족들이 자신을 돌볼 여력이 없어서’가 59.4%로 가장 많았고, ‘가족을 포함한 지인들 중 자신을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가 26.1%로 뒤를 이었다. 시설 퇴소 역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가족에 의해 이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퇴소 결정주체가 누구인지 묻는 질문에 ‘가족(보호자)’이라는 답변이 66.3%로 가장 많았고 ‘본인’이라는 답은 30.7% 수준이었다.
김 교수는 “노인에 대한 자기결정을 지지하고 이에 대한 동기를 부여할 때 노인의 삶의 질이나 인지능력이 증가할 수 있다”면서 “노인이 자기결정이 어려운 경우 계약 대행을 할 수 있도록 관련 조항을 법에 추가하거나 성년후견제도 확대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노인의료복지시설에 대한 역할과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요양시설의 질을 높이는 한편 요양시설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민홍 동의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노인이 시설입소를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심리사회적 어려움이나 환경적 변화를 사전에 인지하고 시설입소 이외의 다른 대안이 있는지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게 해 노인이 자신과 관련된 사항을 결정할 때 소외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인이 요양시설에 들어가기 전에 우선 가정에서 적합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가정에서 적절한 재가서비스를 받다가 상태가 악화되면 요양시설이나 요양병원을 이용하고 재활을 통해 다시 가정이나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보호의 연속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형기 국가인권위원회 사회인권과 사무관은 “노인의 연령이나 신체적·정신적 상태에 따라 일률적인 노인복지시설 입소가 아닌 가정내 돌봄이 가능하도록 지역별 재가 복지시설들을 확충하고, 가정내 노인 돌봄이들이 쉴 수 있고 여러 개인적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시간별 국가 돌봄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소득에 따라 돌봄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 제도 도입 등 국가 노인 안심 돌봄 제도 도입이 정착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권보장의 기본적 요소는 자기결정권을 얼마나 보장하느냐 하는 것”이라며 “노인의료복지시설 입·퇴소 결정이 자기 스스로 결정에 의한 것이 아니라 상당부분 타인에 의해 이뤄지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이에 대한 논의와 대책이 매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김병헌 기자(bhkim43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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