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서는 프랑스 파리시의 활성화된 세대 간 연계활동을 살펴본다. 서로 다른 세대가 같은 집에서 거주하는 세대간 동거는 파리시와 같은 대도시에서 운영하기 유리한 제도이다. 시니어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삶의 어려움은 ‘외로움’이다. 시니어들은 넓은 아파트에 혼자 혹은 커플로 사는 경우가 많으며, 학생, 젊은이들은 대학 진학 및 취업을 위해 숙소를 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세대 간 동거 제도는 방을 무료로 빌려주고 저녁, 밤, 몇몇 주말에 정기적으로 젊은이가 반드시 상주해야 하는 조건을 부여 하거나, 저렴하게 요금을 내고 방을 이용하는 두 가지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세대간 동거를 비롯한 서로 돕기 프로그램은 민간 협회를 통해 운영되며, 협회는 해당제도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제도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프로그램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전체를 살피는 역할을 한다.
이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서 이용자는 협회에서 정한 헌장을 준수해야 하며, 1개월간 시험 기간을 거쳐서 상호 계약을 통해 들어간다. 숙소를 이용하는 데 앞서 젊은이와 시니어간의 나눔이라는 취지를 잘 이해하고 서로 도우며 사는 것을 가장 우선적 가치로 여긴다. 젊은이가 집에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시니어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으며, 장보기, 우편물 부치기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간단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대화를 자주 나눌 수 있어 삶의 활력을 찾을 수 있다.
여러 세대가 어울려 사는 대도시의 특성을 활용해 같은 동네에 사는 어린 아이들을 후원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가까운 곳에 사는 어린이와 시니어를 연계해 같이 문화활동을 하거나 상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것도 민간협회를 통해 운영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파랭 파르밀’이라는 협회는 1990년도에 창설되어 현재 파리 및 프랑스 각 대도시에서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영화를 같이 보러가거나, 문화센터에 가기, 등하교를 돕는 등 다양한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이는 아이들의 발달과 시니어의 삶의 활력을 불어넣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다. 현재 3세에서 18세 아이 500명이 이웃 시니어의 후원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협회에서는 지속적인 워크숍을 통해 시민연대와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고안해 내고 있다.
앞서 언급한 거주제도 중 자립 노인 공동주택에는 집에서 혼자 사는 것을 원하지 않고, 함께 모여살기를 원하거나, 또한 퇴직 후 재정적, 안전상의, 혹은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거주하던 집을 떠나야 하기 때문에 오게 된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레지던스에서는 원룸, 거실과 방을 갖춘 아파트 시설이 있으며, 빨래, 식사, 회의실 등의 공간은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파리 12구에 위치한 레 투렐 레지덩스는 44명의 시니어가 살고 있다. 공동주택에서는 각종 문화 및 체육활동을 제공하고, 컨퍼런스를 실시해 주민들의 활동을 돕는다. 특히 비르지니 자메 관장의 요청으로 도시 내 녹색공간을 창조하는 협회 빌 언 에르브(식물속의 도시라는 뜻의 협회 명칭)와 협력해 주변 아파트 주민들, 특히 어린이들과 연합해 세대간 연합 정원 가꾸기를 해 왔다.
비르지니 자메 관장은 노인 복지시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활발하고 생기 있는 환경이라고 한다. 밝은 색을 이용해 시설 내부를 꾸미고, 산책 할 수 있는 외부 정원 가꾸기가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특히 세대간에 어울리는 활동은 노인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 몇 해 전부터 시작한 이 공동주택의 정원가꾸기 사업은 현재 주변 아파트 단지 어린이들과 함께 하고 있으며, 정원 가꾸기 사업을 시작으로 카드 게임, 정원 내 숨은 보물찾기 게임 등 다양한 놀이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독립 노인 공동주택 관장의 특별한 관심으로 공동주택 내 정원 가꾸기를 협회와 함께 하게 되었고, 지역주민의 참여가 늘고 생기 있는 지구로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 자원봉사로 시작된 정원 가꾸기 사업은 점차 사회참여 형태로 바뀌어 가고 있다. 현재 정원 가꾸기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몇 시간의 교육을 이수하고 지자체에서 모집하는 조경사로 재취업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한편 파리시는 재취업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법적인 퇴직 연령이 정해져 있으며 시니어만을 위한 일자리 안내 서비스는 특별히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대부분의 일자리 안내가 연령의 제한 없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창업지원 혹은 취업 안내를 하는 곳이면 시니어들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파리시와 같은 대도시에서는 민간에서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파리시에서는 시니어+라는 카드를 발급해 55세 이상의 시니어들이 무료로 스포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노인들을 위한 슬로우 스포츠 교실, 테니스, 아쿠아로빅, 스트레칭, 태권도, 북유럽식 걷기 등이 있다. 스포츠 센터는 파리시내 20개 구에 있으며, 모두 이용가능하다. 파리시 사회복지센터에서는 이밖에도 시니어들이 가능하면 오랫동안 독립적으로 자기 집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장보기, 행정처리 돕기 도우미 제도를 시행한다.
파리에서 생활하기 위한 정보, 조언, 상담은 파리시 시니어 생활 정보센터를 통해 접할 수 있다. 시니어 생활정보센터는 파리 시내에 6개소가 있으며, 가장 가까운 곳에서 편리하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