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퇴직한 A씨(60세)의 보물 1호는 평생 일하며 모아 온 노후자금이 담긴 IRP와 연금저축이다. 직장에서 퇴직하면서 받은 퇴직금을 IRP에 이체했고, 매년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개인적으로 연금저축과 IRP에 추가로 적립한 돈도 있다. 최근에는 해외투자에 부과되는 세금을 절약하기 위해 연금계좌에 세액공제한도를 초과해 넣어둔 금액도 있다. 비록 세액공제는 받지 못하지만, 운용수익에 대한 과세시기를 뒤로 미룰 수 있는데다 연금으로 수령하면 세금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A씨의 연금저축과 IRP계좌 내에는 퇴직금과 세액공제 받은 돈, 세액공제 받지 않은 돈, 운용수익 등 다양한 자금이 모여 있다. 그렇다면 연금을 받을 때 자금원천별로 어떤 세금을 얼마나 내야 하는 것일까?
연금저축이나 IRP같은 연금계좌에 적립된 자금은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는데, 이때는 연금소득세가 부과된다. 그런데 같은 ‘연금소득세’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도 자금원천이 무엇이냐에 따라 세금을 계산하는 방법이 다르다.
연금계좌에 쌓인 적립금은 그 원천에 따라 크게 셋으로 나눌 수 있다. ▲근로자가 퇴직하면서 받은 퇴직금을 연금계좌에 이체했거나 ▲연금계좌에 추가로 자금을 적립한 경우 ▲퇴직금과 추가적립금을 운용해서 얻은 수익이 있을 수 있다. 두 번째 추가적립금은 다시 매년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 혜택을 받은 금액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면 자금의 원천에 따라 연금을 수령할 때 세금 계산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퇴직급여를 연금계좌로 이체하면 퇴직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는 대신 나중에 연금을 수령할 때 연금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때 연금소득세는 퇴직소득세율의 70%로 과세된다. 앞서 A씨의 퇴직급여가 1억 원이고, 이를 일시에 수령하면 퇴직소득세로 1,000만 원을 납부했어야 한다고 치자. 하지만 A씨는 퇴직급여를 IRP계좌에 이체하고 연금으로 수령하기로 했다. 만약 A씨가 10년 동안 매년 1,000만 원씩 연금으로 수령한다면 연금소득세로 얼마를 납부해야 할까?
이 경우 A씨는 10년 동안 연금소득세로 매년 70만 원씩 납부하게 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IRP계좌를 개설한 금융기관에서 매년 연금을 지급할 때 연금소득세로 70만 원을 원천징수하고 남은 930만 원을 A씨에게 지급한다. 10년 동안 매년 70만 원씩 총 700만 원만 세금으로 납부하므로, 퇴직급여를 일시에 수령할 때보다 세금을 30%(300만 원)나 절약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납세시기를 뒤로 미루는 동안 운용수익을 더 낼 수 있는 것 또한 장점이다.
이뿐만 아니다. 퇴직금을 연금으로 수령할 때는 종합과세에 대한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흔히 연금소득이 연간 1,200만 원이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산 과세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 사람이 많은데, 퇴직급여로 수령한 연금소득은 다른 소득과 합산해서 과세하지 않는다.
두 번째 세액공제 받지 않은 적립금을 인출할 때를 보면 연금계좌에는 가입자가 퇴직급여뿐 아니라 추가로 자금을 적립할 수 있다. 가입자가 추가로 납입한 금액 중에는 매년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를 받은 금액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금액도 있다. 가입자가 매년 연금계좌에 최대 1,800만 원까지 적립할 수 있는 데 반해, 세액공제한도는 연간 700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세액공제 한도를 초과해 저축한 금액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와 같이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저축금액은 인출할 때 아무런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연금저축이나 IRP계좌에 적립할 때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않았으니 연금을 받을 때도 연금소득세를 내지 않는 것이다. 다만 연금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으려면 별도의 증빙서류(연금보험료 소득·세액공제 확인서)를 연금저축과 IRP계좌를 개설한 금융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해당 서류는 관할 지방세무서나 국세청 홈택스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은 적립금과 그동안 쌓인 운용수익을 연금으로 받을 때는 어떤 세금을 얼마나 납부해야 할까? 우선 부과되는 세금의 종류는 연금수령한도 초과 여부에 따라 차이가 난다. 여기서는 연금수령한도 내에서 연금을 수령하는 경우만 살펴본다.
이때는 금융기관에서 연금을 지급하면서 연금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데, 세율은 연금 수급시기와 수령 방법에 따라 차이가 난다. 연금을 받을 때 가입자 나이가 만 70세 미만이면 5.5%, 70세 이상 80세 미만이면 4.4%, 만 80세 이상인 경우에는 3.3%의 세율로 연금소득세를 부과한다. 연금 수령 방법에 따라서도 세율이 달라지는데, 종신연금을 선택하면 70세 미만인 경우에도 4.4%로 시작해 80세 이후에는 3.3%의 세금이 부과된다.
일반 금융상품에 투자해서 얻은 이자나 배당소득에 대해 매년 15.4%로 과세하는 것과 비교하면 연금소득세율은 상대 적으로 낮은 편이다. 다만 세액공제 받은 금액과 운용수익에서 발생한 연금소득이 연간 1,200만 원을 넘어가면 해당 연금소득을 전부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소득세율로 과세한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