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로 인한 한국 사회의 경제적 질병부담은 2016년 한 해 동안 과로로 인해 발생한 우리 사회의 경제적 손실을 사회적 관점에 근거해 추계했다. 과로는 6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과 비표준적 근무시간 노동의 두 가지 방식으로 각각 정의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의 범위는 심뇌혈관계질환과 정신질환으로 한정했다.
분석 결과, 전체 심뇌혈관질환 유병 중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유병 비율은 연령대별로 남성의 경우 1.4%에서 10.9%까지 분포했으며, 여성은 0.5%에서 3.3%의 분포를 보였다. 6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으로 한정할 경우 그 수치는 더욱 커져 남성이 2.1~16.1%, 여성은 2.9~16.8%로 나타났다. 정신질환의 경우,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유병 비율은 남성이 0.7~6.2%, 여성은 0.4~2.3%였다. 사망의 경우, 남성은 0.2~2.1%, 여성이 0.5~3.4%로 나타났다.
이를 경제적 비용으로 환산한 결과,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장시간 노동에 따른 질병 발생의 상대위험도 산출 방식에 따라 남성이 최소 약 2조5,500억 원에서 최대 4조1,100억 원, 여성은 최소 8,000억 원에서 최대 1조4,700억 원 정도로 추계되었다.
과로를 교대근무 여부로 정의해 분석한 결과에서는 전체 심뇌혈관질환 유병자 중 교대근무로 인한 유병 비율이 성별로 남성 0.6~1.4%, 여성 2.5~5.1%로 나타났다. 정신질환 유병자 중 교대근무로 인한 유병 비율은 남성 1.7~3.9%, 여성 2.8~5.7%였다. 사망의 경우에는 남성이 0.1~0.3%, 여성은 1.9~4.0%로 나타났다. 이를 경제적 비용으로 환산하면, 교대근무로 인한 질병부담이 남성은 5,300억 원, 여성이 1조5,900억 원 정도로 추계되었다. 이를 합치면, 과로는 우리 사회에 연간 5조~7조 원 가량의 막대한 비용을 초래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과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사전 예방 차원의 정책으로 ‘장시간 근로자 보건관리지침’과 ‘뇌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발병위험도 평가 및 사후관리지침’, ‘근로자 건강센터’ 운영 등을 시행하고 있으며, 사후적 안전망으로는 산재보험제도와 유급휴가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사전 예방 정책의 경우, 대부분 사업주의 자율적 판단하에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실제로 사업장에서 이를 잘 이행하고 있는지 모니터링 할 근거가 없고, 근본적인 업무환경 개선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한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또한 과로사 방지대책 추진법을 제정하는 등 과로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과도한 업무 부하로 인한 뇌심혈관 질환뿐 아니라 정신장해가 원인인 자살 또는 정신장해에 대해서도 업무상 질환으로 인정한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 산재보험에서는 업무상 과로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으로 심뇌혈관질환만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엄격한 인정기준으로 인해 산재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과로로 인한 건강 문제를 막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대안은 과로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이러한 노동이 필요한 경우라면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로서 의학적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만약 과로로 인한 건강 문제가 발생했다면, 노동자들의 적절한 치료와 재활, 직장 복귀를 도울 수 있도록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 과로에 대한 산재보험 인정기준을 완화하고 산재보험 급여의 보장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비급여 부문을 축소하고 휴업급여의 수준을 점진적으로 높임으로써 산재보험의 안전망 기능을 보다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효과적인 재활 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질병 발생에서 직업 복귀에 이르기까지 연속적이고 통합적인 재활 서비스 전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질병 발생의 원인과 관계없이 아픈 노동자에 대해서는 공적제도를 통해 동일하게 보장해 줄 수 있도록 상병수당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남정식 기자(rlaqudgjs930@naver.com)
ⓒ 시니어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