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사에서 30년을 넘게 일한 A씨(58세)는 다음 달 퇴직을 앞두고 있다. 정년퇴직까지 아직 2년이 더 남아 있기는 하지만 회사에서 이번에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명예퇴직금을 좀 더 준다고 하기에 고민 끝에 희망퇴직을 신청하기로 했다. A씨는 현재 확정급여(DE)형 퇴직연금에 가입해 있다. 회사 인사부에서는 A씨에게 퇴직급여를 IRP계좌로 받을지, 아니면 현금으로 수령할지 여부를 알려 달라고 하는데, 둘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나라는 한 직장에서 1년 이상 일한 근로자가 퇴직할 때 사용자로 하여금 퇴직급여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때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퇴직급여를 수령하는 방법은 퇴직연금 가입여부, 퇴직자의 연령, 퇴직급여의 성격에 따라서 차이가 난다.

먼저 퇴직자가 퇴직연금에 가입해 있고, 퇴직 당시 나이가 만55세 미만인 경우, 법정퇴직급여를 의무적으로 IRP계좌로 이체해야 한다. 물론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퇴직 당시 나이가 55세 이상인 경우에도 퇴직자가 희망하면 퇴직급여를 IRP계좌로 이체할 수 있다.

이때 퇴직을 앞둔 근로자는 금융기관을 방문해 IRP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현재 퇴직연금에 가입해 있는 경우 해당 금융기관에서 IRP계좌를 만들어도 되지만, 다른 금융기관에 개설해도 무방하다. 다른 금융기관에서 IRP계좌를 개설할 때는 기존에 퇴직연금을 가입한 금융기관에서 ‘퇴직연금 가입 확인서’를 출력해서 가면 된다. 이미 IRP계좌를 갖고 있는 사람은 새로 계좌를 만들 필요없이 기존 계좌로 퇴직금을 이체할 수도 있다. 퇴직자가 IRP계좌를 회사에 알려주면, 회사는 근로자가 퇴직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해당 계좌로 송금해준다.

퇴직급여를 IRP로 이체할 때는 퇴직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세금을 전혀 안 내는 것은 아니고, IRP계좌에서 퇴직급여를 인출하는 시점에 세금을 부과한다. 이때 퇴직급여를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의 70%에 해당하는 연금소득세를 납부한다. 연금수령으로 퇴직소득세를 30%나 절감하는 셈이다. 하지만 연금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수령하면 본래 납부해야 할 퇴직소득세를 그대로 내야 한다.

한편 퇴직자가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퇴직연금에 가입 했더라도 퇴직 당시 나이가 55세보다 많은 경우에는 퇴직급여를 IRP계좌로 의무적으로 이체하지 않아도 된다. 퇴직자의 선택에 따라 퇴직급여를 일시에 현금으로 수령할 수도 있고, IRP계좌로 이체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법정퇴직급여가 아닌 명예퇴직금도 퇴직자의 선택에 따라 IRP계좌로 이체할 수도 있고 일시에 수령할 수도 있다.

그러면 A씨는 어떻게 해야 할까? A씨는 퇴직연금에 가입해 있기는 하지만 이미 55세가 넘었기 때문에 본인이 퇴직급여를 IRP로 이체할지, 아니면 일시에 수령할지 선택하면 된다. 만약 A씨가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수령하기로 하면, 회사는 먼저 퇴직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남은 금액만 A씨가 지정한 계좌로 송금해준다. A씨가 퇴직급여를 IRP계좌로 이체하겠다고 하면, 회사는 세금을 징수하지 않고 퇴직급여 전액을 A씨가 지정한 IRP계좌로 이체해준다.

그렇다면 퇴직할 때 회사가 원천징수한 퇴직소득세를 돌려받을 수는 없을까? 가능하다. 퇴직금을 수령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이미 수령한 퇴직급여를 IRP계좌에 입금하면 된다. 이미 IRP계좌를 가지고 있으면 해당 계좌로 이체하면 되고, 그렇지 않으면 금융기관을 방문해 새로이 IRP계좌를 개설한 다음 이체하면 된다. 이때 반드시 이미 수령한 퇴직급여를 전부 이체할 필요는 없다. 퇴직급여 중 일부를 이미 사용했다면 남은 금액만 IRP계좌에 입금해도 된다. 퇴직급여 중 일부만 IRP계좌에 입금 하면, 퇴직소득세도 해당 비율만큼만 환급받는다.

퇴직한 뒤, 금융기관에서 IRP계좌를 신규로 개설할 때는 ‘퇴직소득 원천징수 영수증’이 필요한데, 퇴직한 회사 또는 세무서에서 받을 수 있다. 퇴직자가 금융기관에 IRP계좌를 개설한 다음 퇴직금을 입금하면, 해당 금융기관은 ‘과세이연계좌신고서’를 만들어 퇴직한 회사로 송부한다. ‘과세이연계좌신고서’란 퇴직금이 IRP계좌에 입금되었으니 회사가 원천징수한 퇴직소득세를 돌려달라고 요청하는 서류라고 보면 된다.

회사에서는 과세이연계좌신고서를 수령하면, 전체 퇴직급여 중 IRP계좌로 다시 입금된 금액의 비율을 확인한 다음 해당 비율만큼 원천징수한 퇴직소득세를 IRP계좌로 송금 해준다. 과정이 복잡하지만 퇴직자가 신경 쓸 일은 없다. 일단 퇴직급여를 IRP계좌로 이체하기만 하면, 나머지 일은 금융기관과 퇴직한 회사가 알아서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