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께서 작년에 알츠하이머 치매 초기진단을 받고 노인장기요양 5등급을 받았습니다. 5등급은 치매전문교육을 이수한 요양보호사가 집에 와서 경증 치매환자를 위한 인지재활프로그램을 해준다 하여 어머니께 도움이 될 것 같아 인지활동형 방문요양서비스를 신청해서 몇 번 받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요양보호사가 학습지 선생님처럼 문제집을 풀라고 하면서 답이 맞나 틀리나 체크를 했나봅니다. 그 과정에서 어머니가 심적으로 부담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신 것 같습니다.
어머니가 낮에 혼자 계시니 요양보호사가 와서 말벗도 되고 인지에 도움이 되는 활동들도 하면서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주길 기대했고, 낯을 좀 가리시는 어머니와 우선 친해지는 것이 먼저라 생각해서 교재중심의 프로그램 진행보다는 모시고 나가 산책을 하거나 놀이삼아 재밌게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요양보호사가 어머니의 수준이나 감정은 고려하지 않고 너무 의욕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는지 어머니께서 계속하기 싫다고 하셔서 아쉽지만 그만 두고 말았습니다.
이후 근처의 주간보호센터에 보내드릴까 해서 좀 알아봤으나, 인원이 40명이 넘는 대규모 시설인데다가 대부분 치매 중증이상과 복합 질환으로 신체기능이 안 좋은 어르신이 많다보니, 어머니가 더 우울해하시고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 같아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지역 보건소에서 실시하는 인지재활프로그램도 알아보았으나 차량 운행이 안 되다보니 어머니 혼자 다니시기 어려워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치매 초기에 인지재활프로그램을 꾸준히 받아야 치매가 진행되는 속도를 서서히 늦출 수 있다고 하는데, 방문요양과 주간보호센터, 보건소 이용이 다 어렵다면 당분간 집에서라도 가족들이 어머니와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이 뭐가 있을까요? 관련된 자료를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A 치매 초기인 어머니께 인지재활프로그램의 기회를 제공해 치매의 진행을 늦춰 보려는 아드님의 안타까운 심정이 느껴집니다. 치매의 진행속도를 늦추고 현재 남아있는 기능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려면 약물치료와 함께 비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즉 약을 잘 챙겨 드시면서 뇌를 자극할 수 있는 인지활동을 꾸준히 하시는 게 도움이 됩니다.
비약물치료에는 기억력을 키우고 현실감각을 유지하거나 손상된 인지기능을 회복시키는 모든 활동들이 포함되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두뇌활동입니다. 그러나 모든 인지활동은 어머니의 흥미나 능력에 맞아야만 어머니가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어려운 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기능을 최대한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도록 이끌어가는 것입니다. 아마도 요양보호사가 제공한 학습지가 어머니에게는 너무 지루하고 어렵게 느껴졌을 수 있습니다. 표준화된 인지재활프로그램을 못 한다 하더라도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모든 활동들은 치매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색칠공부, 낱말 잇기, 속담풀이, 손뼉 치며 노래 부르기, 음악 듣기, 퍼즐 맞추기, 종이접기, 공놀이, 찰흙놀이(점토놀이), 블록 쌓기, 물감 찍기, 그림책 보기 등을 놀이하듯 반복적으로 하셔도 괜찮습니다.
어머니께서 좋아하는 노래를 같이 불러본다든가 옛날 사진첩을 보며 그 시절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것도 좋습니다. 달력에 가족의 생일, 경조사를 적어보거나 어머니가 잘 만들어 주시던 음식을 함께 요리해보는 등 어머니가 좋아할만한 활동들을 찾아내어 함께 해보세요.
밖에 나가 규칙적인 운동과 산책을 하는 것도 뇌를 자극하고 건강하게 해줍니다. 어떤 활동이든 어머니 의견을 반영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한다면 더욱 흥미를 갖고 꾸준히 잘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인지재활프로그램과 관련된 자료를 원하신다면 중앙치매센터 홈페이지 자료실 간행물에서 ‘두근두근 뇌운동’과 ‘반짝활짝 뇌운동’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아 활용하실 수 있습니다. 또는 홈페이지 정보 ‘치매도서’에 치매전문위원이 추천한 작업·인지활동 관련 책자가 소개되어 있으니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밖에 노인장기요양보험 홈페이지에서 인지활동형 프로그램 e-book을 다운로드 받을 수도 있고, 지역 광역치매센터에서 자체적으로 인지재활프로그램 책자를 발간한 경우도 있으니 문의해 보시기 바랍니다.
글=김성민 기자(sm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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