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가 알츠하이머 치매진단을 받고 약을 먹기 시작한지 2년이 넘어갑니다. 치매라고는 해도 아직까지는 함께 마트에서 장을 봐다가 재료 손질만 몇 가지 도와주면 본인이 찌개도 끓이고 간단 하게나마 밥상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싱크대 앞에서 뭘 할지 모르겠는지 멍하니 서 있기도 하고, 된장찌개를 끓여놨는데 두부를 빠뜨리고 멀겋게 간도 맞지 않더군요. 깔끔하고 단정했던 머리손질이며 옷매무새도 알게 모르게 흐트러지기 시작한지 꽤 되었고요. 집안 살림이며 이것저것 아내가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얼마 전 병원에 갔더니 아내 상태가 이제 치매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가는 단계라면서 약의 용량을 늘려보자고 하네요. 치매는 약을 먹어도 완치가 어렵고 증상이 점점 진행된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하루하루 조금씩 달라지는 아내를 곁에서 보고 있자니 가슴이 미어지고 점점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현재 상태에서 제 아내의 병이 더 이상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신약이 개발되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나요? 신문이나 인터넷에서 알츠하이머 치료용 신약이 개발되었다는 보도를 본적이 있는데 왜 아직 치료제로 처방되지 않는지요? 마음 같아서는 치매 신약개발 임상시험에라도 참여해보고 싶은데 어느 병원에서 진행되고 있는지 정보도 알 수 없고 그저 답답할 뿐입니다.
A 현재 치매 치료제로 쓰이는 약물들은 뇌 속 신경세포를 활성화해 치매가 진행되는 속도를 서서히 늦추는 기능을 할 뿐입니다. 뇌 속에 쌓여있는 치매 원인물질을 제거하는 약물이나 원인물질이 사전에 만들어지지 못하게 막는 예방백신은 안타깝지만 아직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기에 보다 근본적인 치료제가 하루라도 빨리 나오길 기대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신약개발의 경우, 보통 1상 임상시험에서 4상 임상시험까지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즉 동물실험과정을 거쳐 약물의 안전성과 효과성을 입증하게 되고 다시 사람을 대상으로 약효와 부작용 등 장기적 안전성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시험에 성공해 시판한 후에도 다시 수년간 안전성 여부를 모니터링 하는 등 오랜 연구과정을 통과해야만 치료제로서 상용화될 수 있습니다.
최근 언론에서 치매신약 개발과 관련된 보도가 종종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 연구진 혹은 해외유명 제약회사들이 치매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간혹 알츠하이머병 동물 실험결과만 가지고 크게 보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로는 환자가 복용할 수 있는 약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 수도 있고, 치료제 약물로 개발될 때까지는 매우 긴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흔합니다. 또한 몇몇 연구개발 중인 치매신약들은 치매가 많이 진행된 중증환자보다는 치매 초기나 경증 치매환자에게만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치매 신약개발이 아직까지는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이지만 현재 전세계적으로 치매의 보다 근본적 치료를 위한 획기적인 약물 개발에 노력을 쏟고 있으니, 수년 내 치매치료제 및 치매백신이 상용화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또한 치매신약 임상시험은 대부분 큰 종합병원 위주로 시험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공개적인 정보를 얻기 어려운 것이 국내 현실입니다. 외국처럼 임상시험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인터넷사이트 등 정보전달이 활성화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치매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모든 관련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글=김성민 기자(sm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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