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인구는 2017년 현재 6,600만 명이며, 이 중 50세 이상 인구는 2,000만 명 정도로 집계되고 있다. 이들은 세계대전 후 국가재건을 통해 큰 발전을 이루었던 ‘영광의 30년’인 1942~1972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베이비붐 세대라고 한다. 따라서 베이비붐이 은퇴를 하는 시기인 2006년부터 2025년까지 프랑스의 은퇴자가 가장 많을 것이며, 그 후에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프랑스는 할아버지 붐, 할머니 붐 시대에 들어와 있다. 소위 이들이 은퇴문화를 선도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은퇴제도가 일찍이 정착된 프랑스의 경우 이들이 누리는 은퇴연금의 혜택도 가장 크다. 프랑스의 은퇴제도는 1928년 법을 기반으로 하여 모든 근로자를 대상으로 적용되었다. 그 전에는 각 기업별로 노조와 회사간 협의한 기업별 은퇴연금제도가 존재하다가 28년을 기점으로 국가가 운영하는 공단에서 60세 이상이 되면 30년 이상 연금을 납부한 자에게 월급의 40%를 보장해 주는 공식 은퇴연금 제도를 시작한 것이다. 그 후 은퇴제도는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고, 지난 사르코지 정권하의 수정으로 은퇴 최소연령은 62세로 상향 조정되었다.
그렇다면 현재 프랑스의 시니어 인구는 제3의 인생을 어떻게 살고 있을까? 시니어 인구의 라이프스타일은 연령별, 소득수준별 큰 차이를 보인다. 은퇴직후의 경우, 시니어 인구의 민간협회 참여가 매우 활발하다. 휴식보다는 어딘가에 쓰임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재직시절의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봉사할 수 있는 민간협회를 이끄는 운영진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2012년 국립노년연금 관리공단의 은퇴자 통계에 의하면 프랑스 전체 민간협회 대표의 48%가 은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62%가 자선 및 구호단체, 46%가 사회운동분야이다. 현재 민간협회 회장의 40%가 협회를 창시했고, 은퇴자의 38%는 민간협회에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활동, 예술, 스포츠, 여행, 각종 배움교실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민간협회가 있으며, 약 130만 개의 협회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령대 별로 흥미를 갖는 협회의 종류는 다르다. 전반적으로는 연령대가 낮은 시니어 일수록 협회 참여율이 높다. 협회 참여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건강과 교육, 두 가지를 꼽을 있다.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 참여율이 세 배가량 저조하며, 고등교육을 받을수록 협회 참여율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983년부터 2013년까지 30여 년간의 변화를 볼 때 시니어들의 민간협회 참여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문화, 스포츠분야의 민간협회 회원의 비율을 살펴볼 때, 50~64세까지 인구의 최근30년간 민간협회 이용률은 10%대에서 20%대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으며, 65세 이상 인구도 6%에서 19%로 성장했다.
파리에서는 65세 이상의 시니어를 대상으로 스포츠, 여행, 문화탐방, 배움교실, 상설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은퇴 전에 살고 있는 집에서 임대료 등의 이유로 더 이상 살 능력이 없거나 이웃과의 소통이 없는 아파트보다는 은퇴자들끼리 모여서 비슷한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고 싶은 시니어를 위해 시에서는 은퇴자 전용 아파트도 제공하고 있다.
월임대료는 은퇴연금액수, 즉 소득수준에 따른다. 또한 각 구별로 시니어 전용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시니어전용 클럽은 65세 이상만 출입할 수 있고, 나이가 들수록 이용률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 73세를 기준으로 그보다 젊은 시니어들은 여러 개의 민간협회에 가입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파리 및 도시 시니어 인구동향을 볼 때, 은퇴 후 도시가 주는 장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대중교통 이용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어 운전을 하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파리시가 제공하는 각종 복지 서비스에 접근이 가능하다. 관공서 및 문화센터를 이용하기 매우 편리하다. 여행을 자주하는 경우, 공항을 이용하기도 편리하다.
둘째는 도시가 제공하는 다양한 문화 및 체육 시설이다. 기본적인 문화체육 시설은 물론 농촌지역의 중심지에도 존재하지만, 농촌의 경우 중심지에 하나의 체육센터와 복지시설이 있다면, 파리시민인 경우 20개 구에서 제공하는 20개 이상의 문화시설과 도서관, 체육시설, 시니어 전용 레스토랑이 있어 선택이 가능하다. 리옹이나 마르세이유와 같은 중간규모 도시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민간협회의 경우에도, 사람들이 모여 있는 도시 공간에서 더욱 다양 한 조직들이 생겨난다. 한 예로 파리 시에 많이 살고 있는 각국 은퇴자들의 모임 중 하나로 영국, 미국인 은퇴자들의 모임 등은 영어 말하기 모임을 만들어 학생들과 연합한 문화 활동을 하기도 한다.
세 번째로 편리한 복지 서비스에의 접근성이다. 은퇴 초기에는 전원에 살다가도 연령이 높아질수록 도시로 회귀하려는 현상을 보인다. 배우자를 잃어 혼자가 되거나, 점차 체력적, 육체적 제한으로 인해 가까운 곳에서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관리를 필요로 하는 넓은 정원을 갖춘 집을 정리하고 소형 아파트를 구매해 도시 중심으로 이주하는 경향을 보인다. 도시에는 학생을 비롯한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인력이 많기 때문에, 파리시 사회복지과에서는 이를 활용해 시니어들의 장보기, 외출하기를 도울 수 있는 인력을 구비하고 있다.
다음 회에서는 도시에 살며 도움이 필요한 시니어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를 자세히 살펴봄으로써 시니어의 삶에 도시가 주는 장점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