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대 중반인 아버지가 지난 반년 사이에 성격이 크게 달라지셨습니다. 급격히 하를 내거나 다 죽여 버리겠다는 식의 폭언을 퍼붓고 금세 누구를 때릴 것처럼 팔을 휘두르는 등 공격적 행동을 서슴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젊을 때부터 고집이 세고 성격이 다혈질이었습니다. 여전히 계산도 잘하시고 말씀에서도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최근의 성격변화에 대해 가족들은 그냥 성격이겠거니, 나이가 들면서 더 고집이 세지고 완고해지는 정도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기억력이나 판단력도 떨어지시는 것 같아 최근 보건소에서 치매 선별검사를 받았는데 정상범위인 25점을 받았습니다. 담당자는 기억력 등 인지보다는 정신행동 문제가 먼저 나타나는 치매도 있다고 하면서 병원에 가서 정밀검진을 한 번 받아보라고 하여 A병원 정신건강의학과를 가게 되었습니다.
치매검진을 달가워하지 않는 아버지를 겨우 설득해 정밀검진을 받았는데 검사 결과 전측두엽 치매 초기라며 치매약도 처방 받아 왔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생활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 내가 무슨 치매냐”며 치매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약도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가족들의 의견도 분분해서 다시 B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이번에는 치매가 아니라고 하면서 운동을 꾸준히 하라고 권하더군요. 어떻게 두 병원의 진단결과가 다를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A병원의 진단을 믿고 치매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아니면 B병원의 소견대로 치매가 아니라고 믿고 그냥 이대로 지내도 되는지, 자칫 치료시기를 놓치게 될까봐 걱정도 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합니다. 제가 여기저기 알아보니 아버지께서 보여주는 행동들이 전형적인 적측두엽 치매 증상으로 여겨지는데 이런 경우 어떻게 하면 좋은가요?
A 전측두엽 치매는 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충동 및 감정 조절이 안 되고, 성격변화, 판단력저하 등이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조기에 치매라고 진단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보건소 선별검사에서 교육수준, 지식능력이 높은 경우 치매임에도 정상범위라는 결과를 받는 분들도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보건소 치매조기검진을 받을 때 선별검사에서 정상범주에 있다고 해도 일상생활에서 예전과 다른 증상을 보이시거나 전형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실 때는 직접 의사와 상담해 정밀검진을 받도록 권유하고 있습니다. 검사받은 병원의 진단결과가 각각 다르게 나와서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지 매우 당황스러우실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측두엽 치매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행동과 인지, 기분의 변화과정, 가족력 등의 주의 깊은 병력 청취와 신경정신과적 검사, 영상의학적 검사 등이 필요합니다. 많은 전측두엽 치매 환자가 무감동, 정서적 위축을 보여 주요우울장애로 오인되나, 보통 그 외 다른 우울 증상을 보이지 않거나 종종 우월감에 대해서 부인을 하기도 합니다. 또한 전측두엽 환자의 반복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을 강박증으로 오인하거나 이들 환자에서 보이는 망상이나 다행감 등은 조율증으로 오인되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행동변이 전측두엽 치매 환자에게서 보이는 성격의 변화는 반사회성 인격장애, 분열형 인격장애 혹은 중독성 질환 등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초기에는 MRI 혹은 CT에서 보이는 전두엽, 측두엽의 위축이 뚜렷하지 않을 수 있기에 일상생활을 하면서 환자들이 보이는 변화를 진료 받을 때 가족들이 의료진에게 정확하게 알려주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려할 점은 A병원의 경우 치매전문의의 진료 결과로 내려진 진단이라고 하셨는데, B병원의 경우도 치매전문의의 진단이었는지 확인을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전측두엽치매는 초기증상이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많이 다르고 치료와 예후도 차이가 있어서, 특히 임상경험이 풍부한 치매전문의의 진료가 중요합니다.
만약 전측두엽 치매라면 아버님의 문제행동 및 치매증상이 점차 심해질 것이므로, 치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앞으로 약물치료 및 비약물치료에 대한 대처 방법에 대해서도 상의를 하셔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아버님의 행동증상에 대하여는 사실 여부를 따지며 논쟁을 하거나 논리적인 접근으로 자극하기 보다는 병에 의한 증상임을 수용하는 편이 가족에게도 아버님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힘드시겠지만 치매환자임을 인정하고 환자의 마음상태를 공감하고 읽어주는 것이 정신행동증상을 대할 때 더 중요한 태도라 생각됩니다.
글=김성민 기자(sm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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