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가입자가 노령연금을 수령할 때도 소득세를 납부해야 할까? 그렇다. 국민의 기본적인 노후생활비 보장이라는 국민연금 본연의 취지에 비춰보면, 노령연금에 세금을 부과하는 게 다소 의아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사실 2001년 12월 31일 이전만 해도 노령연금에는 소득세가 부과되지 않았다. 대신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납부한 보험료도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소득시기와 남세시기가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려고 도입한 것이 ‘연금보험료 소득공제’ 제도이다. 2002년 1월부터 국민연금 가입자는 매년 납부한 보험료에 대해 연말정산 때 소득경제를 받을 수 있다. 대신 노령연금을 수령할 때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어차피 조삼모사가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국민연금 가입자 입장에서는 납세시기를 뒤로 늦추는 이득을 누리면서 세금 부담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소득세를 과세할 때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소득이 많으면 세 부담도 커진다는 얘기다. 따라서 소득이 많은 근로기간에 납부한 보험료를 공제받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은퇴기간에 연금을 수령하면서 소득세를 납부하는 게 이득이 될 수도 있다.
세금은 얼마나 내나?
노령연금을 받을 때 세금은 얼마나 낼까? 납부할 세금을 계산하려면 먼저 과세대상 연금액부터 산출해야 한다. 노령연금 중 과세 대상은 소득공제를 받은 보험료에서 발생한 것에 한한다. 근로자와 자영업자도 2002년 이후에 납부한 보험료에 대해서만 소득공제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그 이전에 납부한 보험료에서 발생한 노령연금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납부할 필요가 없다.
과세대상 연금액을 산출했으면 각종 공제금액을 뺀 다음 과세표준을 계산한다. 공제혜택 중에서 가장 큰 것이 ‘연금소득공제’인데, 과세대상연금소득이 350만 원 이하이면 전액을 공제해주고, 350만 원 초과 700만 원까지는 40%, 700만 원 초과 1,400만 원까지는 20%, 1,400만 원 초과 금액은 10%를 공제해준다.
연금소득공제 이외에 본인과 부양가족에 대해 인적 공제도 받을 수 있다. 과세대상 연금액에서 각종 공제금액을 빼면 과세표준이 된다. 그리고 과세표준에 소득세율을 곱하고 표준세액공제(7만 원)까지 차감하면 노령염금에 대한 세금이 계산된다. 이렇게 각종 공제혜택이 많다 보니 노령연금 자체만으로는 세 부담이 그리 크지 않다.
그러면 이해를 돕기 위해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앞서 이성복씨가 다른 부양가족 없이 혼자서 살고, 노령연금 이외에 다른 소득은 없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노령연금 수령액 중 과세대상 연금액은 770만 원이라 치자. 이 경우 과세대상 연금액에서 연금소득공제(504만 원)와 본인공제(150만 원)를 제하고 나면 과세표준은 116만 원이 된다. 여기에 세율(6%)을 곱해 세금을 산출하면 6만9,600원이다.
그런데 표준세액공제(7만원)가 있기 때문에 실제 이성복 씨가 납부할 세금은 없다. 혼자 살면서 노령연금 이외 다른 소득이 없으면 과세대상 연금액이 770만 원을 넘는 경우에만 세금을 나게 된다.
그럼 노령연금을 수령할 때 세금은 어떻게 낼까? 국민연금공단이 노령연금을 지급할 때 세금을 원천징수하기 때문에 납세절차는 생각보다 번거롭지 않다. 직장 다닐 때 근로소득세를 납부하는 방법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먼저 연금소득자는 국민연금공단에 노령연금을 청구할 때 배우자와 부양가족 등 과세 정보를 담고 있는 ‘연금소득자 소득·세액공제 신고서’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국민연금공단은 소득·세액공제 신고서에 신고된 부양가족을 기준으로 소득세를 계산한 다음 이를 매달 노령연금을 지금할 때 원천징수한다. 그리고 연금소득자는 신고된 사항에 변동이 있는 경우에는 매년 12월말까지 해당서류를 국민연금공단에 제출하면 된다. 국민연금공단은 이를 기초로 세금을 다시 산출한 다음 원천징수한 세금과 비교해 정산한다.
연말정산 결과 환급해야 할 세금이 있으면 다음 해 1월 노령연금을 지급할 때 더해서 지급한다. 반대로 추가로 징수해야 할 세금이 있는 경우에도 1월분 노령연금에서 차감한다. 노령연금 이외에 다른 소득이 없는 경우에는 납세 관련 절차는 이것으로 끝난다. 하지만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부동산 임대소득 등이 있는 경우에는 이듬해 5월에 종합소득세 과세표준 확정신고를 해야 한다. 이때는 연금소득을 다른 소득과 합산해서 신고해야 한다. 다만 연금소득공제로 최소 350만 원을 공제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과세대상 연금액이 350만 원을 초과할 때만 종합소득세 확정신고를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