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여러 번 처방해준 위장약은 왜 반복해서 복용하면 안 되는가? 위를 보호해주니, 약 먹을 때마다 계속 같이 먹으면 위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거 아닌가?
A 많은 노인 환자들이 속쓰림 증상을 호소하고 있어 위산분비억제제, 제산제, 소화제 등이 널리 사용되곤 한다. 그러나 위산분비억제제를 장기적으로 복용하면 위산이 지나치게 억제되어 섭취하는 영양소와 비타민 흡수가 줄어들고, 이와 관련된 골다공증, 폐렴, 콩팥 손상, 인지기능 저하 촉진 등 다양한 중장기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제산제는 만성 변비를 일으키기도 하며 다른 약물과 함께 복용 시 약물의 흡수 및 효과를 저해시킬 수 있어 적정 기간 동안만 용법에 맞게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알루미늄이 포함 제산제를 장기 복용하면 신기능이 감소된 노인환자에서 알루미늄 축적에 의한 신경독성, 빈혈 등의 이상반응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Q 감기약을 복용하면 항상 소변보기가 어렵고 몸이 붓는다. 감기약을 안 먹을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하나?
A 감기약에는 대개 콧물, 코 막힘 등의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항히스타민 성분이 포함되게 되는데, 이 성분은 감기 증상 완화에 효과적인 반면 배뇨곤란, 변비, 입마름, 시야 흐림, 졸림, 진정 등의 증상도 잘 생긴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이상반응 여부가 다르고 특히 많은 약을 한꺼번에 복용하는 노인 환자의 경우 이상반응이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약물 복용은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덜 발생하는 약제들이 있어 기존 복용약에 비해 특별한 문제만 없으면 추천할 만 하다. 참고로 이상반응을 흔하게 일으키는 약물은 1세대 항히스타민 성분(클로로페니라민, 디펜히드라인, 히드록시진 등)에서 이런 증상이 흔히 생기며 2세대 혹은 3세대 항히스타민 성분(에바스틴, 로라타딘, 펙소페나딘, 레보세트라진 등)은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덜하다.
Q 여러 질환에 걸려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처방해준 모든 약을 다 먹어야 하지 않나? 하나라도 빠지면 병이 깊어 질까봐 걱정이다.
A 많은 노인환자들은 다양한 만성 질환을 갖고 있어 각 질환별 처방받은 약물을 복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복용 약물의 개수가 많아지곤 한다. 하지만 개별적인 약물 하나씩은 최선의 약일지라도, 취약한 노인에서 여러 성분을 복합적으로 복용하면 예상치 못한 이상 증상들이 쉽게 나타나게 한다. 즉 복용 중인 약물 각각이 좋더라도 임상적 상황과 증상에 맞게 약물을 가감 또는 변경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여러 의원/약국에서 받은 약 중에는 약물로 인해 발생한 이상반응을 완화시키기 위해 추가된 약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 다른 약물로 증상을 조절하기보다 원인약물의 중단 및 대체를 고려해야 한다. 또한 복용 중인 약물에는 적응증이 불분명하거나 치료 유익성이 입증되지 않은 약을 사용할 수도 있는데, 다약제로 인한 약물간의 상호작용 및 이상반응 위험성을 고려해 불필요한 약물을 중단해야 한다. 약물 자체가 본인이 겪고 있는 증상을 유발 및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안전하고 적절한 약물사용이 중요하다.
Q 약을 여러 개 먹고 있는데, 가끔 두통이나 요통이 있어서 소염진통제도 있다. 혹시 소염진통제가 지금 알고 있는 질환에 영향을 주진 않을까?
A 일반적으로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이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기전상 출혈 경향을 높일 수 있어 향응고제, 혈소판 응집억제제를 복용 중인 환자라면 출혈 위험성 증가에 주의해야 한다. 또한 위장관 궤양 등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위염 등 병력이 있는 환자에서 궤양 유발 위험성이 적은 약물을 사용한다던가, 위장관보호제 사용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평소 신기능이 좋지 않았던 환자라면 급성 신기능 손상을 유발할 수 있어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의 사용은 피해야 한다.
Q 이 약은 식전에 먹고, 저 약은 식후 30분, 또 다른 약은 자기 전에 먹으라고 한다. 적어놓지 않으면 헷갈리고, 가끔 기운이 없으면 아무렇게나 먹어 버린다. 이렇게 복잡하니 약을 더 제대로 먹을 수가 없다.
A 약제마다 추천하는 복용법과 복용 시간이 있지만, 대부분의 약제들은 목적과 성격에 따라 일부 조정 가능하다. 복용하는 약물의 개수가 많아 각기 다른 용법으로 오히려 복용이 불편해진다면, 전문가와 상의해 용법 조정이 필요하다. 단 일부 약물의 경우 흡수율 개선 및 최적의 약효 발현을 위해 식전 투여, 식사와 함께 투여 등 용법을 지켜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다양한 약물을 같이 복용하게 되면 약물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병용약물의 약효가 상승하거나 감소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환자 임의로 용법을 변경해 복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Q 늘 온몸이 전부 아프다보니, 약을 많이 먹어서 생기는 부작용인지를 알 수 없다. 어떻게 알 수 있나?
A 노인환자들이 겪는 다양한 이상증상은 흔히 노화에 의한 증상으로 치부되기 쉬우며, 질병의 증후인지, 약물에 의한 부작용인지 일반인들이 판단하기는 어렵다. 약물 복용 개수가 증가하면 약물 부작용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겠으나, 약물 부작용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질환과 같은 다른 원인이 배제되어야 한다. 또한 복용 약물들로 인해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인지, 기전 상 비슷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약물이 과다하게 사용되었는지, 각 약물의 용량용법이 걱정했는지 등 여러 사항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가와의 상담이 중요하다.
Q 친구들이 먹고 효과를 봤다는 건강식품들이 많이 있다. 몸에 좋은 거라 약 먹을 때 하나씩 같이 먹으라고 하는데, 비타민이나 건강식품이니깐 괜찮은지?
A 비타민을 포함한 건강기능식품은 효과가 나타나는 기전이 명확하지 않고 약물과의 상호작용이 밝혀진 경우가 많지 않아 병용하는 약물에 미치는 효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이러한 건강기능식품이 모두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 일부 비타민 및 건강기능식품은 병용약물의 약효와 안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특히 노인에서는 이런 식품들도 대사가 어려워 흔히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면 혈액순환개선 효과가 있다는 건강기능식품은 항응고제, 혈소판응집억제제와 같은 약물과 병용 시 출혈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항응고제 중 와파린은 비타민 K에 의해 혈액응고 방지 효과가 저해될 수 있다. 만성질환으로 기존에 많은 약을 드시는 노인 환자는 비타민제나 건강보조식품 섭취를 적절히 줄이는 것이 좋다.
알아두면 좋은 ‘약물과 음식’의 상호작용
1 항감염약물(항생제, 항진균제, 항원충제)
일부 항생제는 우유와 함께 복용시 약물 성분이 칼슘, 마그네슘 등의 이온과 결합해 체내 흡수가 저해될 수 있다. 체내 흡수의 저하는 약효 감소와 연결되기 때문에 항생제는 반드시 물과 복용한다. 또한 항진균제, 항원충제 복용 중 술을 마시면 디설피람 작용이라 하여 소량의 알코올에도 구역, 구토, 어지러움 등의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2 심혈관계약물(혈압약, 와파린)
칼슘채널차단제의 기전을 가지는 혈압약은 자몽주스와 복용해서는 안 된다. 자몽주스에 포함된 성분이 칼슘채널차단제의 대사를 저해시켜 약효가 과도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항응고제 종류 중 하나인 와파린은 비타민 K로 인해 약효가 저해될 수 있다. 비타민 K의 함량이 많은 시금치, 캐일 같은 녹색채소, 콩 등을 한꺼번에 과다하게 섭취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이외 크랜베리주스, 자몽주스, 녹차 등과 같은 음료와 함께 복용 시 약효가 변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3 진통제
널리 알려진 아세트아미노펜(상품명 타이레놀)은 술과 함께 복용할 경우 간독성이 증가할 수 있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술과 함께 복용 시 간손상, 위장관계 출혈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4 기타
호흡기 약물 중 테오필린, 아미노필린과 같은 기관지확장제는 과량의 카페인과 함께 복용할 경우 심계항진, 불면, 불안 등의 약물 이상반응이 증가할 수 있다. 갑상선호르몬제제는 흡수율 때문에 공복투여가 권장되곤 하는데 커피, 자몽주스, 칼슘함량이 높은 우유 등의 음료와 함께 복용하는 경우 흡수 저해, 약효 감소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약을 복용할 때는 물과 복용하는 것이 가장 좋고 우유, 커피, 과일주스 같은 음료와 복용하지 않는다. 약을 복용하는 중에는 음주를 피하고, 특정음식에 주의가 필요한 약을 복용 중이라면 본인의 식습관도 한 번 확인해본다.
글=김성민 기자(sm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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