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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직후 남성, 여성에 비해 우울증 가능성 2배 높아”

은퇴비율 높은 50대 후반~60대 이후 우울증 지표↑… 연결망 단절이 부정적으로 작용

입력 2018년12월26일 17시17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중고령층의 은퇴는 우울증 발생 가능성을 높이며,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은 시차를 두고 그 효과가 누적되어 인지기능 저하를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6일 발간한 ‘보건복지 이슈&포커스’ 제357호에 따르면 계속 근로하는 사람과 은퇴자의 정신건강 변화에서 은퇴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50대 후반~60대 이후 두 집단의 우울증을 나타내는 지표 차이가 커진다. 은퇴자에 비해 계속 근로하는 사람의 인지기능이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감소한다.


 

은퇴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효과를 보면, 은퇴는 우울증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주관적 건강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은퇴가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은 즉각적으로 나타나기보다는 시차를 두고 그 효과가 누적되어 나타난다.

 

은퇴 후 시간이 지날수록 은퇴가 주관적 건강에 주는 부정적 영향은 사라지는 것으로 확인되며, 우울증의 경우 유의한 수준을 유지하나 그 효과가 줄어든다. 성별에 따른 은퇴 후 정신건강·인지기능 변화는 크기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 부정적인 방향으로 나타나며, 특히 남성의 경우 은퇴 직후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여성에 비해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은퇴 후 사회활동 및 대인관계의 부정적 변화가 정신건강과 인지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국에서의 일은 사회와의 통로로써의 역할이 크고, 이러한 이유로 은퇴는 사회적 자본과 연결망 형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은퇴 후 재근로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우울증 발생 가능성을 낮추고 주관적 건강과 인지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근로 상태는 은퇴자들이 직면한 환경보다 인지적으로 더욱 도전적이고 자극적인 환경을 제공하므로 재근로 상태는 은퇴 상태에 비해 인지기능 저하로부터 보호하는 효과가 있으며, 생산활동은 역할 지원 및 사회적 소속감을 통한 긍정적 자기지각을 강화해 우울증 등 정신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고령층의 정신건강 및 인지기능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의료 영역의 역할뿐 아니라 사전 예방적 차원에서 은퇴 후 생산 및 사회활동 참여 유도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중고령층은 은퇴 후 사회활동 및 대인관계 변화를 경험하고 있으며, 이는 자기 역할 상실, 인지적 자극 부족을 야기해 정신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은퇴를 경험하는 50~60대를 위한 정신건강 및 인지기능 유지·증진을 위한 사후 대처도 중요하나, 사회참여 접근 통로 확대를 통해 정신건강 및 인지기능 저하를 예방하는 차원에서의 접근도 필요하다. 중고령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 제공, 자원봉사 콘텐츠 개발 및 프로그램 확대, 사회공헌 일자리 마련 등을 통해 사회활동 참여를 독려하고 있으나 현재까지도 개인의 노력 또는 민간시장에 의해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며 제반 여건이 여전히 미흡하다.

 

또한 사회활동 참여는 경험재의 특성을 지녀 경험한 사람이 지속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참여에 대한 기회 제공 확대가 중요하다.


 

현재 은퇴했거나 은퇴할 예정인 중고령층의 특성과 욕구를 파악해야 하며, 이를 고려해 생산 및 사회활동 영역의 참여 기회와 선택의 폭을 넓혀 줄 필요가 있다. 기존 은퇴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학력에 건강수명이 길어져 사회 및 생산활동 욕구가 높은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로 진입하고, 앞으로 은퇴자들의 학력 수준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기존 지원 활동은 정신건강과 인지능력을 유지하거나 악화 속도를 늦추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욕구가 있는 중고령층이 기존의 일회성, 일상적 사회참여에서 나아가 특수한 기술과 지식 그리고 경험 등을 획득하고 쌓아 갈 수 있도록 이러한 활동에 대한 지원을 더욱 확대해 선택의 폭을 넓혀 주는 정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 이아영 부연구위원은 “여전히 금전적인 이유로 근로활동을 유지하기를 희망하는 중고령층 비율이 높지만 점차 ‘삶의 보람’, ‘일을 통한 사회참여’, ‘사회적 공헌’을 이유로 생산활동을 희망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어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생산활동 영역을 넓혀 줄 수 있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지원의 확대는 공공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는 은퇴 후 자기개발 프로그램, 자원봉사 활성화, 사회참여, 사회공헌 일자리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업 차원의 지원이 부족한 실정으로 정부 지원과 더불어 지역사회, 민간과의 연계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글=김병헌 기자(bhkim43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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