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개선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가운데, 서울 중구는 예정대로 내년부터 '어르신 공로수당' 제도를 시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소위 줬다 뺏는 기초연금의 개선이 결국 불발로 그쳤기 때문에 우리 구 입장에선 어르신 공로수당 도입이 더욱 절실해졌다”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보건복지부와의 협의를 잘 마무리해 공로수당이 내년부터 현실화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무산된 기초연금 개선안은 기초생활수급 노인에게 부가급여 형태로 10만 원을 지급하는 것이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기초연금을 받아 소득 기준을 넘으면 생계급여에서 그만큼을 공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기초연금이 빈곤한 노인들에게 도움 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는 중구가 하려는 어르신 공로수당의 목적과도 상당 부분 일치한다.
사진은 서울 중구청
어르신 공로수당은 관내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 및 기초생활수급자에게 매월 10만 원씩을 추가 지급하는 것으로 수혜 대상은 1만3,000여명이다. 구가 전국 최초로 시도하는 노인 복지 정책이다. 중구는 노인 인구(2만2,000여 명)가 전체 인구의 17%에 이르는데다 서울시 자치구 중 노령화지수 1위, 85세 이상 초고령층 빈곤률 1위, 노인 고립 및 자살 우려 비율 1위 등을 나타내고 있어 노인 생활 안정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기초연금, 공공일자리 제공 등 현 수준의 지원으로는 정부가 정한 최저생계비 50만 원에 미치지 못해 노후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공로수당은 이러한 정책적 필요에서 출발했다.
구는 지난 달 13일자로 보건복지부에 '사회보장제도 신설(공로수당)' 협의를 정식 요청했다. 복지부는 내년 1월12일까지 협의에 대한 의견을 주거나 사회보장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할 수 있다. 위원회로 넘어갈 경우 최장 6개월까지 최종결정을 더 기다려야 한다. 구는 일단 공로수당 도입 시기를 내년 1월로 정했지만 협의 결과에 따라 소급 지급할 방침까지 마련했다.
서 구청장은 “타 지자체와의 형평성만을 들어 공로수당을 막을 게 아니라 오히려 노인 생활 위험도가 가장 심각한 중구에서 선도적으로 실시해 효과를 분석하고 이를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는 걸 생각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9월에 정부가 기초연금을 20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올렸고 내년 4월부터 소득 하위 20% 노인은 다시 30만 원으로 인상하는 등 어르신 사회보장급여 확대는 대세”라며 “한발 나아가 이젠 지자체에서 지역실정에 맞는 복지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구는 2014년 기초연금제도 도입 후 서울시 65세 이상 자살률 감소, 기초연금 10만 원 추가 지급 시 전체 노인가구 빈곤률 22.8% 감소 등 사회보장급여의 효과가 검증된 만큼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의지다.
아울러 공로수당 첫해에 156억 원이 들 것으로 파악하고 이를 내년 예산에 책정한 상태다. 수당은 금융권과 제휴해 관내에서만 쓸 수 있는 지역화폐(카드)로 줄 계획이다. 중구는 올 여름 최악의 폭염이 이어졌을 때 생계를 위해 폐지를 모으는 노인들의 건강을 염려해 휴식을 권하는 대신, 그에 따른 손실을 보전해줬다.
서 구청장은 “당시 만났던 어느 폐지수집 어르신의 '더워 죽으나 굶어 죽으나 죽는 건 마찬가지'라는 말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며 “오늘날의 사회·경제적 발전에 헌신하느라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어르신들이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보낼 수 있도록 공로수당을 반드시 관철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안경희 기자(jyounh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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