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간 이격거리 확대에 따라 환자도 줄고, 수입도 줄어드는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은 급증. 여기에다 요양병원 패싱정책으로 인해 받아야 할 수가조차 받지 못해 상대적 박탈감까지 요양병원들이 초비상 상태다.
의료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의료기관들은 올해 말까지 병상 간 이격거리를 1m 이상 확보해야 한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가 118개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병상간 이격거리 조정에 따른 병상수 변화 실태를 조사한 결과 평균 병상수가 212병상에서 194병상으로 평균 18병상(9%) 줄여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개원 당시부터 병상간 이격거리를 1m 이상 확보한 27개 병원을 제외한 91개 요양병원의 경우 평균 병상수가 213개에서 190개로 평균 23병상(11%) 축소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병상을 20% 가량 줄여야 하는 요양병원도 적지 않았다.
A요양병원은 144병상에서 103병상으로 41병상, B요양병원은 199병상에서 145병상으로 54병상, C요양병원은 300병상에서 234병상으로 66병상, D요양병원은 480병상에서 404병상으로 76병상으로 줄여야 할 상황이다. 병상 축소는 수입 감소로 이어져 이미 경영에 적신호가 들어온 상태다.
E요양병원 관계자는 “법정 병상간 이격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내년부터 43개 병상을 줄여야 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그만큼 환자도 줄일 수밖에 없어 일부 인력을 감축하더라도 연간 약 4억 원의 수입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관계자는 “수입 감소가 불가피한데 내년에 최저임금을 10.9% 인상하면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고, 기타 비용까지 줄줄이 인상될 게 뻔해 최악의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F요양병원 원장은 “40병상을 줄이고 나면 경영면에서 타격이 큰데 정부 차원의 보상책이 전혀 없어 경영 악화가 불가피하다”면서 “경영난도 문제지만 일부 환자들은 퇴원하더라도 갈 곳이 마땅치 않아 사회적 문제로 비화될 소지도 없지 않다”고 환기시켰다.
보건복지부의 요양병원 차별정책은 경영환경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급성기병원에 한해 감염관리료, 환자안전관리 수가를 지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요양병원만 간호사 당직의료인 기준을 입원환자 200명당 2명에서 80명 당 1명으로 강화해 경영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4년 전 100병상 당 1억6,000만 원이 소요되는 스프링클러를 요양병원에 의무화하면서도 예산 한 푼 지원하지 않았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30병상 이상 병·의원에 대해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되자 설치비를 지원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1,000억 원을 편성, 기획재정부와 협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도 중소병원 스프링클러 설치비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명수 위원장은 재정기획부가 중소병원 스프링클러 설치비 예산안을 전액 삭감하자 예산 지원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결국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내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100병상 미만 중소형 병원의 스프링클러 설치비 85억 원을 추가 편성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이필순 회장은 “병상 이격거리 확대로 인해 수입이 크게 줄어도 요양병원은 환자 안전과 의료 질을 유지하기 위해 인력 감축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일자리 감소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특히 이필순 회장은 “스프링클러 설치비를 포함한 정부의 요양병원 차별정책으로 인해 회원 병원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불만이 극에 달해 있다”면서 “요양병원이 의료기관으로서의 제기능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수가를 보상해 달라”고 요청했다.
글=남정식 기자(rlaqudgjs9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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