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가 내년 1월부터 지방자치단체로는 전국 최초로 ‘어르신 공로수당’을 신설해 지급한다. 관내 만 65세 이상 노인 중 기초연금 또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구 차원에서 매월 10만 원씩을 추가 지원하겠다는 것으로 파악된 지급대상은 1만2,800여 명이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6일 서울시청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구 어르신 공로수당 지급계획'을 발표했다.
서 구청장은 “중구 인구의 17%가 노인이다 보니 서울시에서 노령화지수 1위, 85세 이상 초고령층 빈곤률 1위, 노인 고립과 자살 우려 비율 1위 등 어르신 생활위험도가 극에 달해있다”며 “지금의 사회·경제발전을 있게 한 그분들의 노고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지역 실정에 맞는 지자체 차원의 노인 사회보장급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어르신 공로수당을 드리게 되면 연간 156억이 드는데 이는 구 전체 예산(4,300억)의 3.6% 정도로 어르신들 생계유지에 필수 지원액임을 감안하면 이마저도 실은 적은 규모"라며 "재원은 전시성 행사, 불필요한 토목 및 경관사업 등을 줄이면 충분히 마련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구는 지역화폐 방식으로 수당을 지급할 계획이다.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매출 증대와 골목상권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관내에서 쓸 수 있는 카드를 도입한다.
올해 10월 기준으로 정부가 책정한 1인 가구 최저생계비는 50만1천632원. 그러나 소득별로 차등 지급되는 기초연금, 사회적 일자리 제공 등 정부 지원 정책만으로는 생산과 근로가 곤란한 노인들의 노후 지원에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일선에서 복지 업무를 수행하는 구가 가장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는 부분은 이른바 '줬다 뺏는' 기초연금 적용 방식이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기초연금을 받으면 소득으로 파악해 그만큼을 수급자로서 받던 지원액에서 공제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구 관계자는 "양육수당이나 장애인 연금은 받는 사람이 수급자여도 이를 공제하지 않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며 "이런 구조에선 기초연금을 아무리 인상해도 뺏기는 수급자 어르신들의 박탈감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는 이러한 기초연금 운용에서 일어나는 불가피한 사각지대를 공로수당 신설로 즉각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2014년 기초연금 시행 후 서울시 65세 이상 자살률이 10만 명당 10명 이상 줄었고 기초연금을 10만 원 추가 지급하면 전체 노인가구 빈곤률이 22.8%나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나타나는 등 사회보장급여의 효과가 입증된 만큼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남은 절차는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 2항에 따른 사회보장제도 신설 시 보건복지부와의 협의다.
서 구청장은 “무상급식, 청년·아동수당 등 지자체 제안으로 시작된 보편적 복지제도들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면서 “현재 검토 중인 기초연금 인상,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등 노인 빈곤 해소를 위한 정부 노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공로수당 시행에 협력을 구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사회보장급여 확대로 정책 방향을 잡고 있다. 이에 따라 기초연금은 2021년까지 현재 25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단계적 인상하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도 40%에서 45%로 올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또한 국민연금에서 일정 가입기간을 넘으면 기초연금과 연계시켜 감액하는 것도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구의 어르신 공로수당은 이러한 정부 기조에 발맞추는 지자체 고유의 노인소득보장 정책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중구는 공로수당 지급 시작을 내년 1월로 정해두고 있다. 만일 복지부 협의가 늦어지면 소급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남은 두 달간 전문가 토론회, 어르신 간담회, 조례 개정 등을 통해 제도의 세밀함을 더할 예정이다.
서 구청장은 "젊은 시절 희생과 노고에도 불구하고 노후 들어 빈곤에 내몰린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결코 많지 않은 금액"이라며 "역사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은 공로수당은 실질적 소득 보전 효과로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0년까지 공로수당의 대상을 넓히고 금액도 인상하겠다"고 덧붙였다.
글=김병헌 기자(bhkim43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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