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 김성원 국회의원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4년부터 2018년 6월까지 포장이사 피해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3년 372건에서 2018년 238건(6월까지 기준)까지 총 1,911건의 소비자 피해가 접수되면서 매년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유형별로 파손‧훼손이 1,08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계약위반 200건, 분실 143건, 부당요금 60건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소비자 피해에 대한 포장이사업체들의 구제 노력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이 포장이사 피해에 따른 업체들의 처리결과를 분석해보니 직접적으로 보상해준 것은 848건에 그쳤다. 이는 전체 44% 수준이다. 유형별로는 배상 708건, 수리‧보수 59건, 환급 53건, 계약이행 및 해제 12건, 부당행위시정 12건, 교환 4건 순이었다.
반면 1,063건(56%)은 업체로부터 보상받지 못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피해는 전부 소비자의 몫이었다. 처리결과별로 살펴보면 정보제공 및 상담으로만 종결된 건수가 723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조정신청 242건, 처리불능 50건, 취하‧중지 48건이었다.
소비자기본법에 따르면 분쟁 당사자 간 보상방법에 대한 별도 의사표시가 없는 경우, 분쟁해결을 위한 합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시인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따르도록 돼있다.
소비자가 피해를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감가상각 규정 때문이다. 감가상각 규정은 물품의 사용 또는 용역의 이용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에 있어 손익상계와 과실상계 절차를 거쳐 최종 손해액을 정하는 제도이다.
감가상각비를 산출할 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품목별 내용연수표’가 기준이 된다. 현재 공정위가 정한 ‘내용연수’는 사업자가 품질보증서에 표시한 부품보유 기간이다. 하지만 멀쩡히 사용하고 있던 내 물건도 업체가 분실하거나 파손할 경우 내용연수(부품보유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보상받지 못해 현실과 동떨어진 규정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예컨대, 지난 2016년 10월 서울시 상계동에 사는 A씨는 의정부시 민락동으로 이사하기로 정하고 포장이사업체와 계약했다. 이사 후 창고와 베란다를 정리하면서 5~6년 전 선물로 받은 자전거가 분실된 것을 인지했고, 업체에게 분실된 자전거에 대한 배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A씨에게 돌아온 것은 보상이 아닌 ‘내용연수 5년 경과에 따라 잔존가치가 없어 배상이 어렵다’는 얘기뿐이었다.
B씨는 올해 1월 포장이사 계약을 하고 이사를 했다. 이사 중 한 달 전인 2017년 12월에 구입한 청소기를 분실했고, 업체는 이사 당일 청소기 분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3일 뒤 재연락시 업체는 본적 없다며 배상을 거부했다. 결국 업체는 끝까지 분실에 대한 인정은 거부했지만 이사비용의 50%인 45만 원 배상에는 합의했다.
김성원 의원
C씨는 올해 초인 1월 해외이사를 준비했다. 인터넷을 통해 알아본 업체를 통해 280만 원의 견적을 받고 계약을 했다. 이사 당일 업체는 물건이 예상보다 많다며 400만 원으로 변경요구했고, C씨는 이를 수용해 400만 원을 지불하기로 했다. 그런데 업체는 최종 금액을 619만 원으로 고지했고 C씨는 이의제기했으나 업체는 거부했다.
김 의원은 “물건을 아껴서 오래쓰면 쓸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현재의 이삿짐 파손 피해구제 제도에 손질이 필요한 시점이다.”라며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이삿짐센터와의 분쟁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조속히 제도보완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정위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글=박희숙 기자(smkim24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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