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환자의 안전을 위해 사용해야 할 신체억제대가 노인학대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신체억제대 사용절차 지침을 위반해 시정명령을 받은 요양병원이 11곳이었고, 부문별한 신체억제대 사용으로 제기된 민원도 매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 제36조(요양병원의 운영)에 따르면, 요양병원개설자는 환자의 움직임을 제한하거나 신체를 묶는 경우, 의사의 처방에 따라 사용하되 2시간을 넘지 않아야 하며,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여야 하고 동의를 구하도록 되어 있다. 단 환자가 의식이 없거나 환자의 동의를 얻을 수 없는 경우에는 환자 보호자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적발된 요양병원 11곳은 의사의 처방도 없었고, 환자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사용하다가 시정명령을 받았다.
신체억제대의 오남용으로 인한 문제점은 보건복지부가 접수받은 요양병원관련 민원에서도 드러났다. 민원에 따르면, 저녁에 환자를 묶어두거나, 무분별한 신체억제대 사용으로 입원 중인 환자가 피멍이 들었다는 피해가 접수된 것이다. 또한 환자를 테이프로 감아 이동시키는가 하면, 신체억제대를 사용하여 환자를 방치한 결과 욕창이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노인의료복지시설의 신체억제대 오남용을 더 큰 문제로 꼽는다. 요양병원의 경우 신체구속의 사유와 절차 등이 마련되어 있는 반면, 노인의료복지시설은 불법적으로 신체억제대를 사용해도 처벌 근거가 없어 노인학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16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용역을 받아 실시된 노인의료복지시설 점검결과, 신체억제대를 사용하지 않는 시설은 1곳에 불과했고, 대부분 신체억제대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신체구속에 관련한 고지도 허술하고 관련 지침도 없이 사용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전국의 5,163개 노인의료복지시설에 신체억제대의 사용관련 ‘장기요양기관 시설급여 제공 매뉴얼’만 배포한 채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단 한차례도 모니터링을 실시하지 않았다.
정춘숙 의원은 “법적처벌 근거가 있는 요양병원조차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적발되는 상황에서 노인의료복지시설도 법적 근거만 마련하면 될 것이라는 복지부의 정책은 설득력을 잃은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돌봄종사자의 열악한 처우개선 및 가이드라인에 대한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신체구속을 근절하려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7년 2/4분기 기준으로 전국의 노인요양병원은 약 1,516개소에 이르며, 노인의료복지시설은 5,163개소에 이른다.
글=정재우 기자(rlaqudgjs9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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