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67세 의료급여수급자이다. 치매에 걸릴 것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일반건강검진을 받아보고 싶었다. 주소지 관할 구청과 보건소, 건강보험공단에 모두 확인했으나 건강검진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질병의 조기발견을 위해 실시하는 일반건강검진 사업이 65세 이상 의료급여수급권자에 대해 구멍이 뚫린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취약계층인 의료급여수급권자는 생활이 어려워 국가가 나서서 의료급여를 지원해주는 대상이다.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이 보건복지부를 통해 확인한 결과 2016년도에 17개 시도 중 10개의 시도 소속 지자체들만이 해당 사업을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10개의 시도 중 2개는 소속 일부 지자체만 사업을 하였는데, 경기도는 안산시 한 곳에서만 사업을 했고, 경상남도는 17개의 시군구 중 11개만이 시행했다.
의료급여수급권자에 대한 일반건강검진은 2001년부터 의료급여법의 개정으로 제도적 지원이 시작되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2008년 건강검진기본법 제정으로 전 국민에 건강검진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만, ‘65세 이상 의료급여수급권자’에 대해서는 노인복지법이 적용되어 별개의 사업으로 보건복지부의 관리에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던 것이다.
권미혁 의원은 “같은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대하여 다른 법, 다른 부서가 관리하는 칸막이 행정의 단면”이며, “국민 입장에서 나이에 따라 같은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다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65세 이상의 의료급여수급자는 해당 지자체가 선정한 병원만 이용할 수 있는데, 지자체당 선정된 의료기관도 지자체당 한두 곳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공하는 일반건강검진은 전국의 5,000개가 넘는 병원 중에 수검자가 원하는 병원을 선택하여 이용할 수 있다.
건강검진의 검사항목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검사항목과 차이가 났다. 예산범위 내에서 검사항목을 조정 가능할 수 있기 때문에 검사항목이 지자체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특히 상대적으로 구강검진과 인지기능장애를 검진하지 않는 지자체가 많았다. 보건복지부는 각 시도로부터 실적보고를 연 2회에 걸쳐 받게 되어있지만 지난 5년간 복지부가 시도로부터 받은 실적 보고는 4개 시도로부터 연간 2~3회에 불과했다. 의료취약계층인 의료급여수급권자 중에서도 취약한 65세 이상 어르신의 건강검진에 대해 방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권 의원은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건강검진에 관한 권리를 침해받지 않아야 한다”며, “일반건강검진의 목적은 고혈압, 당뇨, 치매 등 만성질환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어르신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대해 건강검진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는다면, 그만큼 질병을 크게 키워서 의료 비용도 과다하게 지출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글=남정식 기자(rlaqudgjs9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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