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이제 더 이상 단순한 개인의 질병이 아니다. 우리사회가 극복해야 할 과제이자 고령화되고 있는 현 시대를 대변하는 단어가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보건의료 정책 1호로 ‘치매 국가책임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이 오롯이 감당해야 했던 정신적, 경제적인 부담을 앞으로는 국가가 나눠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치매 국가책임제’의 도입을 앞두고 김기웅 중앙치매센터장을 만나 국내 치매 실태부터 ‘치매 국가책임제’의 구체적인 방안에는 어떤 내용이 포함돼야 하는지까지 자세히 들어봤다.
- 치매란 무엇인가요?
치매는 기억력이나 판단력, 언어능력 등과 같이 여러 인지기능들이 복합적으로 저하되서 스스로는 독립적으로 생활하기 불편해지는 상태를 말하는 일종의 증후군입니다. 치매는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이 보일 수 있는 모든 정신기능의 저하를 보입니다. 초반에는 기억력 감퇴나 언어능력 저하, 판단력 저하와 같은 고위인지기능의 장애가 발생합니다. 서서히 진행하면서 여러 가지 행동 변화. 예를 들어 참을성이 없어지고, 의심도 많아지고, 환각을 체험하고, 우울해지기도 하는 변화가 생깁니다.
좀 더 진행하면 걷는 것도 불편해지고, 손도 떨고, 삼키는 것도 힘들고, 대소변 가리는 것도 불편해지는 등의 여러 가지 신경학적인 증상까지 나타나고 아주 말기에는 스스로는 말하지도, 먹지도,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까지 갈 수 있습니다.
다만 조기에 발견해서 적극적으로 잘 치료한 경우라면 말기 상태까지 경험하지 않고 초기나 중기 단계에서 자신의 생을 보낼 수 있는 가능성도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 발견해서 얼마나 잘 치료하느냐가 똑같은 이름의 치매라는 병을 가졌더라도 증상이나 고통을 많이 다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치매를 일으킬 수 있는 원인질환은 백가지도 넘는데 가장 흔한 질환이 알츠하이머 병이고요 그 다음이 뇌졸중이나 뇌경색 때문에 생기는 치매인 혈관성 치매입니다. 알츠하이머가 전체의 3분의 2, 혈관성이 6분의 1을 차지합니다.
- 중앙치매센터는 어떤 곳인가요?
중앙치매센터는 2012년에 발효된 ‘치매관리법’에 의해 설치된 기관입니다. 국가 치매관리 정책의 기획이나 추진을 위한 여러가지 서비스나 제도의 개발, 관련인력의 교육·훈련, 관련된 연구개발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우선은 현재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추진되고 있는 ‘제3차 치매관리 종합계획’과 같이 전반적인 국가 치매관리 계획의 큰 틀을 기획합니다. 또 전국적으로 국가 치매관리 종합계획이 잘 추진되기 위한 세부 프로그램 개발을 담당하고 있고요. 광역치매센터나 치매상담센터와 같이 치매환자나 가족들을 지원하는 기관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종사자들에게는 교육훈련도 실시합니다.
아울러 국민을 대상으로 치매 경각심을 일깨우고 일상에서 치매환자들을 잘 이해하고 도와줌으로써 이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계속해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치매파트너 운동, 이런 운동들도 전국적으로 전개를 하고 있고요 지금 운영되고 있는 치매 관련 정책들의 비용이나 효과, 효율성의 개선을 위한 연구개발도 하고 있습니다.
- 우리나라 치매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가요? 국내 치매 실태가 궁금합니다.
지금 현재 치매환자가 72만 명 정도 됩니다. 10분마다 1명씩 새로 생기는 셈입니다. 17년마다 환자 수가 2배가 됩니다. 2050년이 되면 치매환자는 280만 명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서 환자를 직접 돌봐야하는 직계가족이 3명(자녀부부와 손자)이라고 가정할 경우 1,000만 명이 넘는 국민이 치매의 직접 피해자이거나 직접 부양부담을 지는 상황이 되는 거죠. 이는 국민 4사람 중 1명에 해당합니다.
선진국들 같은 경우는 2050년까지 치매환자 수가 50% 증가하는데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47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치매환자 수 증가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요. 그래서 치매에 자연스럽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생길 틈이 별로 없어요. 조직적, 체계적으로 민관이 합쳐서 적극적으로 대비하지 않으면 치매로 인한 사회적인 부담이 어마어마해질 겁니다. 따라서 종합계획도 필요한 거고요. 2008년에 우리 정부가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도 그런 이유들 때문일 겁니다.
- 우리나라에서 치매환자 수가 급증하는 원인이 있을까요?
우선은 고령화 속도가 제일 빠른 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우리나라가 2000년에 고령화 사회가 됐는데 초고령사회 진입이 아마도 2025년쯤 될 것 같습니다. 딱 25년 걸리잖아요. 대부분 선진국들은 이 과정에 100년 정도가 걸렸습니다. 고령화가 매우 빠르다는 일본도 36년이 걸렸습니다. 고령화가 빠른게 치매환자가 급증하는 주된 원인이라고 할 수 있겠죠.
- 이로 인한 사회적, 개인적 비용도 만만치 않죠?
지금 현재 국가적으로는 연간 15조 원 정도의 비용을 치매관리에 쓰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GDP 대비 0.8% 정도입니다. 이 비용은 경상가 기준으로는 10년마다 2배씩 증가해 2050년이 되면 우리나라 GDP의 2%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OECD 전체 국가들의 치매관련 비용이 각 국가의 GDP 대비 1~1.5% 수준이거든요. 우리나라가 치매환자가 워낙 빨리 늘다보니까 GDP 대비 비용도 굉장히 급격하게 늘어나는거죠.
효과적으로 치매환자 수의 증가를 억제하는 정책이라든지, 똑같은 환자 수라도 보다 비용 효과적으로 돌볼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실제로 치매라는 문제가 그냥 단순한 보건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가장 큰 경제현안이 될 겁니다. 미국의 경우도 알츠하이머 병에 의한 경제 부담을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맞먹는다고 판단하고 환자를 줄이기 위한 연구개발이나 제도개발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거든요. 우리나라도 미국 못지 않게 큰 타격을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 치매환자를 집안에서 돌보는데 연간 2,200만 원 정도의 돈이 듭니다. 그래서 초반에 발견해서 일찍부터 치료를 하게 되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는 해마다 돈은 800만 원, 시간은 1,000시간 정도를 아낄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완치할 방법은 없지만 조기에 발견해서 조기에 치료하는 게 가장 효과적으로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기도 해요. 적극적으로 조기 발견을 할 수 있는 인식의 개선이나 조기발견 할 수 있는 서비스의 개발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죠.
- 국가 차원의 지원이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인가요?
하우스푸어라는 말이 있잖아요 치매푸어라는 말도 있습니다. 막대한 비용이 들다보니까 장기간 치매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가계가 어려워져요. 단일 질환 대비 가장 비용이 비싼 병이거든요. 그래서 가정에만 맡겨놓고 알아서 책임져라 이러기에는 비용이 많이 듭니다.
또 지금은 돌볼 사람이 없어요. 독거노인, 부부가구가 많고 심지어는 부부 가운데 두 분 다 치매인 경우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의 평균수명이 80세를 넘었거든요. 80세가 넘으면 4명 중 1명이 치매예요.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치매가 많아집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우리나라 국민이 적어도 확률적으로는 죽기 전에 4명 중 1명이 2.5년 정도 치매를 앓다 사망할 수 있다는 거예요. 결혼한 사람은 양가부모 중 한 명은 반드시 2.5년 정도는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실 확률을 갖고 사는 겁니다. 어느 일정 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문제가 아니라 온 국민이 피할 수 없이 체험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당연히 국가가 책임을 져야 될 부분이죠.
또 우리나라는 나라는 크지 않은데 지역별로 고령화 속도도 다르고 경제나 서비스 여건의 편차가 큽니다. 지역간의 심각한 불균형도 개인이나 가정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죠. 국가가 반드시 나서서 해결해줘야 될 문제이고요.
끝으로 치매환자들이 초기, 중기까지는 얼마든지 시설에 입소하지 않고도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습니다. 주변에서 조금만 치매환자들이 이런 특징이 있구나를 이해하면 그리고 아주 사소한 도움만 주면 우리랑 섞여서 큰 비용 안 들이고 살 수 있거든요. 이런 공동체 문화의 조성, 조성을 위한 여러 가지 교육이나 인프라의 제공. 국가가 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국가가 나서야 되는 문제입니다.
-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던 ‘치매 국가책임제’가 시행될 예정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나요?
늦은감이 있지만 대단히 환영할입니다. 이미 주요선진 7개국 같은 경우는 2013년부터 G7 치매서밋이라고 해서 이 문제를 갖고 국가 수반들이 얘기를 합니다. 서로 어떻게 치매문제를 극복하는지 지혜와 정보를 나누고, 투자를 많이 하자고 독려하는 회의체까지 있습니다. 국가치매계획이라는 것을 미국, 영국, 프랑스 전부 다 국가 수반이 발표합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는 담당부처에서 책임을 지고 이슈를 끌고 왔습니다마는 드디어 국가수반이 치매라는 문제를 국가의 현안으로 보고 직접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굉장히 환영할 만한 일이지요. 이런 의지가 실질적으로 치매 환자나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세부 실행계획들이 잘 마련돼야겠죠. 예산만 쓰고 효과는 적은 형태로 만들어져서는 안될거고요. 정밀하고 비용 효과적으로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치매 국가책임제’ 안에는 어떤 내용들이 포함되어야 할까요?
조기발견, 조기치료만큼 중요한 게 없습니다. 누구나 우리 국민이면 치매에 대해서 조기검진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전국 어디든지 제공돼야 하는데 지금은 보건소에 있는 치매상담센터에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 전담인력이나 서비스의 수요량이라든지 질적인 면에서 지역간의 편차가 큽니다. 치매안심센터가 도입되면 훨씬 더 양적으로 질적으로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면에서 치매안심센터의 확대·개편 반드시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보장성 강화입니다. 치매푸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막대한 비용이 드는 질환이기 때문에 다른 중증 질환들과 같이 치매에 대한 보장성이 강화가 되지 않으면 치매로 인해 가정의 경제가 위협받게 되거든요. 재정이 뒷받침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보장성을 합리적으로 확대해 가는 것.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세 번째는 서비스 공백의 확충입니다. 지역별로 돌봄서비스의 자원 편차가 큽니다. 장기요양보험 자격만 있지 실제로는 서비스 받지 못하는 사람도 많고 현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조차도 받을 수 있는 서비스 형태가 단조롭고 양 자체가 굉장히 적어요. 예를 들어 하루에 딱 4시간 일주일에 4번만 쓸 수 있다. 이게 지금 치매로 등급받은 사람들이 받을 수 있는 방문요양의 규정인데 이런 것들이 치매의 중증도나 사정에 따라 좀 더 맞춤식으로 설계될 수 있도록 확충돼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네 번째로 초고령화 시대를 목전에 둔 우리나라에서는 치매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국민상식이 되야 합니다. 우리 국민들이 담배가 기본적으로 해롭다는 것을 온 국민이 학교 기본교육에서 배우잖아요. 그것처럼 누구나 치매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이나 이해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대국민 교육 시스템 도입이 돼야 합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도 국가의 노력과 교육으로 많이 극복될 수 있었잖아요. 치매환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치매가 있어도 괜찮은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요?
법이 정한 저희의 기능을 계속 충실히 수행하겠습니다. 특히 ‘치매 국가책임제’가 도입되면서 국가가 책임지는 치매관리의 영역도 넓어지고 양적으로도 증가하고 관련된 종사자의 수도 늘어날 것입니다. 이런 부분에서 중앙치매센터의 기획이나 인재관리, 성과평가와 같은 기능들을 지금보다 훨씬 더 강화할 예정입니다.
저희 센터의 비전이 ‘치매가 있어도 불편하지 않은 나라. 치매로부터 가장 먼저 자유로워지는 나라’거든요. ‘치매 국가책임제’의 도입은 치매가 있어도 불편하지 않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일종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때문에 치매센터로서는 이 전기를 통해 실질적으로 치매로 인해 대한민국이 불편해지지 않도록 제 역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