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7일 낮 청파주민센터 강당 안.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 새, 꽃, 나비 인형을 분주히 움직이며 인형극 연기에 몰두하고 있다. 배우들의 평균나이는 66.8세. 올 초 창단한 ‘인형극단 오늘’의 단원들로, ‘서울로 7017’ 자원봉사단인 초록산책단에 참여하는 어르신 15명으로 구성됐다. 다음 달 있을 데뷔 무대를 위해 1월 초부터 매주 4시간씩 구슬땀을 흘리며 맹연습 중이다.
서울시는 ‘서울로 7017’ 개장일인 5월 20일 17시 첫 번째 공연을 시작으로 ‘인형극단 오늘’의 인형극 ‘오늘이’를 서울로 7017 상부 담쟁이극장에서 주 1회(토요일 17시~18시, 상반기) 정례 공연한다고 밝혔다.
데뷔 무대가 열리는 담쟁이극장은 서울로 7017 상부 만리동 부근에 위치한다. 극장 옥상에 담쟁이가 심어져 있어 이름 붙여진 이곳은 한 평 남짓의(지름 2m) 아담한 공간으로 인형극이나 독서낭독회 등이 열리기에 제격이다.
인형극단 오늘은 자원봉사자로만 구성됐다. 평소 인형극에 대해 전문지식이 없었던 이들은 지난 1월부터 유홍영 전 국립극단 아동청소년극연구소 소장의 지도 아래 전문 인형극단원들과 함께 교육과 워크숍을 진행하며 인형극 배우로의 변신을 준비 중이다. 또, 극에 필요한 인형을 직접 제작하고 대본, 목소리 연기까지 전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서울로 초록산책단은 서울로 7017의 운영과 관리에 직접 참여하는 자원봉사자 모임(총 120명)이다. 안내, 안전계도, 순찰․청소, 이용통제 등 3시간 기본활동에 의무 참여하고, 개인별 취향에 따라 도감제작, 세밀화 그리기, 인형극단 같은 부분별 동아리활동도 병행한다.
평균나이 66.8세, 어르신들로 구성된 것도 또 하나의 특징이다. ‘오늘’이라는 극단이름은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자는 의미와, 과거를 살아온 어르신들이 미래를 살아갈 어린이들에게 오늘의 삶의 지혜를 전해준다는 의미를 담아 이들이 직접 지었다. 개장과 함께 무대에 올릴 인형극 ‘오늘이’는 구전신화 ‘오늘이’를 인형극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주인공 오늘이가 부모님을 찾아 떠나는 길에 장상도령, 선녀 등 여러 사람을 만나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문제를 해결하고 함께 어울려 사는 이야기로, ‘소통, 연결, 화합’이라는 ‘서울로 7017’의 테마와도 일맥상통한다.
시는 인형극 정례공연 외에도 담쟁이극장에서 상반기 중으로 미취학 아동‧초등학생 대상 구연동화와 부직포 인형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주 1회(목요일 16시~18시)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상반기 프로그램 종료 이후 재정비를 거쳐 하반기에는 세대간 소통, 남녀간 소통, 내‧외국인간 소통 같이 다양한 주제의 인형극을 선보일 예정이다.
최광빈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평균나이 66.8세 시니어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인형극단의 탄생으로 주 관객층인 어린이와 어르신들의 세대간 소통, 연결, 화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정례공연과 체험 프로그램 등을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생적인 시민인형극단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신호숙 기자(smkim24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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