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10년 거치 20년 분할상환으로 5억3,000만 원 대출을 받았던 서울 강서구의 김모 씨는 2015년 살던 아파트를 압류 당했다. 5년 동안 이자를 상환하던 중 2달이 연체되자 바로 은행으로부터 아파트 담보권 실행 통지를 받았다. 이후 은행과 협의하여 연체금을 갚았지만, 연체가 되면 전액 상환을 해야 한다는 조항을 들어 은행이 압류를 진행했다.
김 씨는 “살림이 잠시 어려워 2달 연체한 것인데, 늦었지만 연체이자를 모두 상환한 상황에서 살던 집까지 내놓아야 한다는 것은 억울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처럼 실제 담보권이 실행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중 2달 연체 직후 담보권이 실행된 경우가 1/3, 연체 4개월 후 담보권이 실행된 경우는 20%로, 절반 가까이가 연체 4개월 이내에 담보권이 실행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제윤경 의원실에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2012년 이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전체 주택대출 부실채권 대비 80%가 담보권이 처리되고 있으며, 담보 처리 대출 중 2/3은 은행이 직접 경매하고, 1/3은 AMC에 매각 후 대부분이 경매에 붙여진다. 이로 인해 경매로 붙여지는 집은 은행권에서만 4년간 5만 채에 이른다.
이렇게 담보권이 실행되는 주택대출의 43%는 LTV 50% 미만으로 우량채권이다. 주택대출 채권 매각 시, 손해를 보기보다 오히려 채권 원금과 이자까지 회수할 수 있다. 민간 AMC는 이자 회수가능한 점 때문에 원금 대비 ‘할증매입’까지 하는 상황에서 은행이 부실채권이라는 이유로 담보권을 실행하거나 매각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실제 민간 AMC는 주택대출 원금의 99% 가격에 사와서 경매로 평균 7%를 남기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은행이 판 주택대출 채권 원금 보다 평균 3.4% 더 높은 수익을 얻고 있다. 결국 은행은 추가회수가 가능한 주택대출을 원금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하여 결과적으로 은행예금자의 부담을 높이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미국에서는 2011년 금융개혁법 처리 과정에서 연체이후 바로 담보권을 실행하는 ‘로보 사이닝(robo-signing)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당시 미국 금융당국은 무분별하게 주택대출을 남발한 후 경기침체와 주택가격 하락이 진행되자 연체자들에게 고율의 연체료를 부담시키고 연체가 시작되면 주택을 곧바로 압류했다. 이후, 채권회수에 열을 올린 금융기관이 행태가 주택가격 폭락을 가속화시켜 금융기관의 부실을 가져오는 악순환이 발생했다는 문제인식이 퍼지면서 이 같은 조치들이 시행되었다.
한국도 주택가격 하락이 예견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주택가격 하락이 빠르게 진행될 경우, 은행의 이 같은 주택대출 처분 방식이 은행의 부실을 오히려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제윤경 의원은 “은행의 채권 관리 편의를 위해 2달만 연체해도 집을 경매에 넘겨서 가족들을 거리로 내모는 것은 야만적인 일이다. 부실 주택대출의 43%가 LTV 50% 미만의 우량한 채권이고 대부분 일시적 유동성 문제로 연체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의 리스크관리 차원에서도 담보권 실행보다는 채권 유지가 유리하다”며“한국에서는 유명무실한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활성화하는 등 사전채무조정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