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의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사적연금 가입을 장려하고 있지만 사적연금의 소득대체율이 국민연금보다 낮고 원금 손실 가능성도 있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퇴직연금 운용사들의 원금 손실 책임을 강화하거나 공적연금의 역할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10월 10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광온 의원에게 확정급여형(DB)·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과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비교한 자료를 제출했다. 2016년 1분기 말 기준 퇴직연금에 가입한 상용근로자 수는 606만 명으로 DB형에 355만 명(58.6%), DC형에 242만 명(40%)이 각각 가입되어 있다.
보고서는 올해 2분기 말 통계청의 가계동향에서 월평균 근로자 가구의 근로소득(411만8,371원)을 기준으로, 가입자가 25년간 근속하고 연금에 적용되는 금리가 2%라는 가정에 따라 소득대체율을 추정했다. 은퇴 연령은 60세로, 연금은 83세까지 받는다고 가정했다. 이 경우 운용성과에 상관없이 퇴직금 규모가 정해져 있는 DB형 퇴직연금에서는 가입자가 연 583만 원을 연금으로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득대체율은 11.8%다.
자산운용사의 운용 성과에 따라 연금액이 정해지는 DC형 가입자는 매년 약 756만7,000원을 받는 것으로 추정돼 소득대체율이 20.92%로 나타났다. 단, 연 2% 운용수익이 난다는 가정이 추가로 깔렸다.
반면 같은 기간 근속하며 연금을 납입했을 때 국민연금은 매년 1,235만 원을 사망 시까지 지급받는다. 소득대체율은 25%다. DB형보단 13.2%포인트, DC형보단 4.08%포인트 높은 것이다. 여기에 DC형 가입자의 경우 운용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적연금과 국민연금과의 소득대체율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정부는 퇴직연금 가입에 세제 지원을 강화하고 DC형에 대해 위험투자 한도를 상향 조정해 연금 수익률을 높이는 대책을 내놓는 등 사적연금 활성화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뚜렷이 개선되지 않고 원금 손실 가능성은 오히려 커져 대책의 실효성과 방향에 의문부호가 붙어 있다. 특히 보고서에 따르면 DC형의 경우 일반 근로자가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것을 우려했다.
예를 들어 지난 2008년과 같이 주가지수가 크게 하락한 시점에 퇴직하는 근로자의 경우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경우, 적립된 퇴직연금 총액을 크게 낮추게 된다. 즉 동일급여와 동일업종이라 하여도 수령하는 시점에 따라서도 수령하게 되는 연금액의 총액이 다른 셈이다. 미국의 경우 과거 주식시장의 수익률 추이로 인해 20%~40%를 초과하는 최대 손실을 나타낸 경우도 있었다.
입법조사처는 “사적연금으로 추가적인 소득을 지원하려면 공적 부조 등 하부기반을 견실하게 다지는 것이 우선”이라며 “손실이 발생했을 때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사가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