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복지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전국 933개 주민센터는 위기 상황에 처하거나 형편이 어려운 지역 어르신을 직접 찾아가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읍·면·동 복지 허브화 사업’을 진행 중이다. 각 주민센터가 펼치고 있는 노인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살펴봤다.
서울 중랑구 A동 단칸방에서 홀로 지내는 김옥자(가명·79) 할머니는 여러 차례 수술을 받은 탓에 거동이 불편했다. 설상가상으로 병원비마저 부족해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문제는 김 할머니를 간호해줄 보호자가 없다는 것이었다. 자녀가 있지만 먼 지역에 거주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간호를 해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주민센터가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복지공무원은 거동이 불편한 김 할머니를 대신해 의료비를 지원해주는 ‘차상위 본인 부담 경감’을 신청하고, 노인 돌봄 통합지원센터를 통해 매주 세 차례 돌봄 서비스를 제공받도록 했다. 그 결과 김 할머니는 통합지원센터를 통해 일주일에 두 차례 밑반찬과 영양식을 지원받고, 지역 복지협의체에서 쌀과 생활용품을 지원받아 생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심리적 안정을 찾은 김 할머니는 차츰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이같이 읍·면·동 복지 허브화를 실현한 사례는 또 있다. 경기 파주읍 주민센터가 운영하는 ‘맞춤형복지팀’이다. 이 팀의 활동은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저장강박증세’를 앓고 있던 박재상(가명·75) 할아버지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정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작됐다.
눈여겨볼 점은 단순히 일회성 복지 서비스만 제공하고 마는 게 아니란 거다. 주민센터는 사후관리 방안도 마련했다. 정신건강증진센터, 자활후견기관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정신과 의사 검진, 정기적인 방문 관리, 방문 목욕, 빨래, 청소 지원, 정서 지원 서비스 등 사후관리를 지속적으로 펼쳐 위기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했다.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는 어르신뿐 아니라 지역주민들도 감동시켰다. 무엇보다 어르신의 어려움과 애로사항을 해결하면서 주민센터가 ‘복지센터’로 변모한 것이 최대 성과다. 어찌 보면 어르신 대상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으니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영선 파주읍장은 “파주읍에 맞춤형복지팀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읍·면·동 복지 허브화 사업 덕분”이라며 “지역 내 어르신의 어려움을 살피면서 주민센터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민센터가 어떻게 해야 복지가 필요한 어르신에게 혹은 마을 주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부산에서는 주민들 스스로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복지 서비스를 기획하는 모범 사례가 탄생했다. 부산 중구 동광동 주민센터의 ‘찾아가는 어르신 행복 케어 프로그램’ 이야기다. 행복 케어 프로그램은 동광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소외 어르신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을 높이기 위한 주민자치회 공모형 사업으로 제안하면서 비롯됐다. 다행히 이 사업의 취지에 크게 공감한 동광동 주민센터가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올 초부터 준비를 시작해 지난 5월부터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행복 케어 프로그램은 통장과 사회복지 담당자가 추천한 가구를 대상으로 서류 심사를 거쳐 대상자를 선정한다. 프로그램에 적절한 강사를 선발한 후 일주일에 두 가구씩 방문 상담을 진행하고, 말벗 서비스등을 제공한다. 대상은 지역에 거주하는 홀몸노인 중 거동이 불편하거나 상담을 요청하는 가구의 구성원이다.
동광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읍·면·동 복지 허브화사업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 사업은 공개적인 상담을 꺼리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상담자가 방문 상담을 하고, 사회공헌 활동 일자리와 연계해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경남 남해읍은 올 8월 폭염에 취약한 홀몸노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시작했다. 8~9월 두 달 동안 홀몸노인들의 생활 실태(건강관리)를 모니터링하고 사랑의 안부전화를 드리는 것이다. 홀몸노인 생활 실태 모니터링은 각 마을 이장이 만 80세 이상의 저소득 홀몸노인을 파악해 사회복지공무원이 가정으로 방문하고, 사랑의 안부전화 드리기는 남해읍 공무원이 각 담당마을을 지정해 매주 3회 안부전화를 한다.
이를 통해 어르신들의 안전과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폭염 대응 행동요령을 알려주며 무더위 시간대 외부 활동을 자제하도록 독려한다. 또 응급 상황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연락처(119)를 안내함으로써 어르신들의 건강한 여름나기를 돕는다.
이런 사례들이 일부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제 읍·면·동 주민센터에서는 이런 콘셉트의 복지 서비스가 새삼스럽지 않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읍·면·동 주민센터 복지 허브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마다 변화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읍·면·동 복지 허브화 사업은 기존 복지 사업과 어떻게 다를까. 복지 허브화 사업은 읍·면·동에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을 비롯한 지역주민을 직접 찾아가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에는 읍·면·동 공무원이 책상에 앉아 복지 민원을 단순히 접수했다면 이제는 공무원이 도움이 필요한 주민을 직접 찾아가서 상담하고, 다양한 민간기관과 협업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읍·면·동 복지 허브화 사업이 갖는 의의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복지공무원이 찾아가는 복지 상담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지역주민에게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민관이 협력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어서다.
그런 점에서 읍·면·동 복지 전달체계가 개편된 점은 눈에 띈다. 복지 담당 인력충원과 예산 지원을 통해 지역자치단체가 수요자인 국민 중심으로 전달체계를 개편해 모든 국민이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혜택을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무적인 사실은 읍·면·동 복지 허브화 사업 도입으로 국민 사이에서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 복지 체감도는 높아지고, 복지 사각지대는 줄어드는 것이다. 변화의 바람은 이미 불고 있다. 읍·면·동 복지 허브화 사업은 국민행복을 실현하는 튼튼한 토대가 될 것이다.
읍·면·동 복지 허브화 사업을 선언한 이후 정부의 발걸음은 분주하다. 올해 단계적으로 933개 읍·면·동으로 확대하고, 2017년엔 전체 읍·면·동의 60%인 2,100개, 2018년에는 전국의 3,500개 읍·면·동에서 복지 허브화 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읍·면·동 복지 허브화 사업은 벌써부터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사업을 먼저 시작한 선도지역의 추진 실적을 전국 평균과 비교해보면, 복지 사각지대 발굴은 4.8배(선도지역 283건/전국 평균 59건), 찾아가는 상담은 5.3배(431건/82건), 서비스 연계는 6.9배(207건/30건)로 선도지역의 추진 실적이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았다. 이 과정에서 거둔 두드러진 성과가 앞에서 언급한 사례들이다.
사업의 내실화를 기하기 위해 복지 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전문교육을 실시한다. 복지공무원의 역량은 수혜 대상자의 복지 체감도를 좌우할 뿐만 아니라 이 사업의 성패를 결정할 핵심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