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수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았던 문화가 우리 사회에 주도적인 역할로 강조되고 있다. 오랜 시간 민족의 삶을 반영한 우리 고유의 뿌리인 지역문화는 ‘문화융성’을 이루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주민들이 주도해 지역의 특색을 알려나가는 지역문화 현장을 소개한다.
“묵호항 그 길을 돌고 돌아 하늘 닿는 그곳에 내고향 논골담길 오늘도 눈 속에 담겨져 있네. 바람의 언덕에 내려 보이는 동해의 푸른 바다 어릴 적 꿈을 키우던 내 고향.”
사진 = 동해문화원
묵호를 추억하는 노래처럼 동해시 묵호 논골담길 마을은 바다를 바라보며 살아온 사람들의 마음의 고향이다. 묵호항에서 등대로 이어지는 논골담길은 언덕 위에 옹기종기 집들이 마주하고 있다. 좁은 길을 따라 가파른 언덕에 올라서면 푸른 동해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긴긴세월을 아찔한 골목길을 오르내리며 포구에서 일하던 지역민들의 삶의 애환이 담긴 곳이다.
묵호항은 1936년부터 삼척 일대의 무연탄을 선적하던 조그만 항구에서 1941년 8월 11일 국제 무역항으로 개항된 항만으로 주민들은 쉴 틈 없이 바다에서 밤낮없이 오징어, 명태 등을 잡으며 늦은 저녁에도 덕장의 불을 환하게 밝혔다.
1960∼70년대에는 오징어, 꽁치 등 어획의 풍어로 호황기를 맞았으나 80년대 이후 점차 어획의 감소로 인해 쇠락했다. 어업 쇠퇴로 하나둘 주민들이 떠나고 불빛도 하나둘 꺼져가면서 쓸쓸했던 논골 담길은 영화 ‘봄날은 간다’, ‘인어공주’, ‘연풍연가’ 등 촬영지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젊은 예술가들이 골목 사이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고 전시를 하기 시작하면서 이곳의 벽화를 ‘담화’, 이 길을 ‘논골담길’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벽화 정비로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면서 활기를 되찾은 묵호 논골담길. 묵호등대 주변언덕에 많은 사람들이 집을 짓고 살던 생활의 역사와 문화적 감성요소를 벽화로 그려냈다.
사진 = 동해문화원
묵호등대마을에는 묵호등대를 중심으로 논골1길, 논골2길, 논골3길, 등대오름길 네 개의 대표적인 골목길이 있으며 다른 주제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논골 1길은 ‘묵호의 현재’, 등대 오름길은 ‘희망과 미래’, 논골 2길은 ‘모두의 묵호, 시간의 혼재’ 논골 3길 벽화는 ‘묵호의 과거’ 등 각각의 주제를 담고 있다. 묵호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묵호의 자연그대로의 생활문화를 품고 있는 이 곳은 바다와 함께한 지역의 이야기와 예술로 재탄생한 벽화 작품들로 묵호 논골담길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동해 문화원은 마을의 생활문화를 전승하기 위해 논골담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마을문화공동체 정착을 목표로 지역 어르신과 작가들이 참여해 마을이야기를 반영해 골목길에 벽화 등을 그리며 마을을 새롭게 꾸미고 있다.
사진 = 동해문화원
처자식을 부양하기 위해 바닷가에서 고단한 삶을 이어온 아버지의 모습, 비눗방울에 비친 묵호의 현재와 미래 등이 이곳에 아름답게 채색돼 있다.
묵호를 떠난 빈 집터에는 새롭게 묵호를 찾는 여행자들로 붐비면서 논골담길의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지역과 사람들이 소통하며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공동체 정착을 위해 동해문화원은 최근 마을 주민들과 청소년들이 함께 풀어가는 마을문화공동체 회복을 위한 상생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진 = 동해문화원
청소년 봉사동아리 논골담길 청소년 서포터즈 어시스트 회원 20명과 동해문화원이 공동포럼을 통해 아이디어를 발굴, 마을 주민과 경로당 등을 찾아가 친구가 되는 ‘논골담길은 나의 친구’를 운영하는 등 생활문화가 마을에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홍경표 동해문화원장은 “노인일자리 30여 명과 관광객유치 연간 50만 명에 이르고 있는 마을주민문화공동체 대표적인 사례로 앞으로도 모범적인 어촌마을 재생의 사례로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다와 세월을 함께한 논골담길의 문화는 이제 지역의 특색으로 자리매김, 마을의 든든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논골담길 마을이 앞으로도 지역문화의 특색을 잘 가꿔나가 문화융성의 발전을 이끌어나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