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철(65) 씨는 20년 동안 강원 평창군에서 약초를 재배하며 살아온 대표적인 귀산 성공 사례자다. 은행지점장이던 임 씨는 1998년 외환위기 여파로 명예퇴직을 한 이후, 남은 생을 산속에서 약초를 키우며 살고자 귀산의 삶을 선택했다. 40대 중반, 인생에서 가장 바쁘게 살아야 할 때 맞은 명예퇴직은 임 씨에게 또 다른 도전을 하도록 만들었다.
“회사를 그만둘 때 퇴직금이 1억2000만 원이었습니다. 그 돈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노후를 대비해 사두었던 강원도 평창 땅에 약초를 키우며 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 식물 재배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당시 주변 지인들은 “아이들이 아직 어린데 왜 산속으로 들어가느냐”며 임 씨의 선택을 한사코 만류했다. 하지만 남은 인생을 더 이상 사회에서 보내고 싶지 않았던 임 씨는 단호했다. 그렇게 임 씨는 아내와 함께 평창군 진부면 잠두산 산허리에 3,000평의 밭을 일궈 약초농원을 짓고 헛개나무, 오가피, 산양삼, 곰취, 천마, 벌나무, 산마늘 등 특용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도시에서 풍요롭게 살다가 산속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아내와 아이들이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아이들은 중·고등학생이기 때문에 따로 살면서 학교를 다녀야 했고, 아내는 산속 생활에 적응하는 데 힘들어 했죠.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은 당시의 고생이 모두 꿈만 같아요. 아이들도 어려운 시기를 겪어봐서 그런지 위기를 잘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임 씨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을 터득하며 재배하는 약용식물의 종류를 점차 늘려나갔다. 그리고 블로그를 통해 약용식물을 판매하면서 아이들 공부와 결혼까지 시키는 등 안정된 삶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귀산 초창기 임 씨는 약초를 열심히 팔았다. 하지만 이후에는 평창군의 지원금을 받아 약초체험장을 운영하는가 하면, 강원도립대학 산학연 컨소시엄센터와 공동 연구로 오가피 부산물을 활용한 사료 개발에도 성공해 특허 출원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2018년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대비해 약초 전시판매장을 만들어 지역 홍보에도 앞장설 생각이다.
“약초는 뿌리부터 줄기, 잎, 열매까지 모두 약재로 사용할 수 있어 버릴 게 없습니다. 오가피와 헛개나무 등은 한번 심으면 20년간 자라기 때문에 잘라내도 계속 나오지요. 명퇴 이후 제 인생의 후반기는 이 약초가 책임지고 있습니다.”
임 씨가 약초를 재배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건강’이다. 삶의 목표가 ‘돈’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몸을 혹사해가면서 약초를 대량 생산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저 건강하게 일하고, 소중히 키운 약초를 소비자와 믿음으로 거래하며 사는 게 그의 바람이다.